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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10/05 12:20:52수정됨
Name   알료사
Subject   스타여캠 단신) 83년생 나도현의 하루
2024년 10월 4일, 전 프로게이머 나도현이 아프리카 방송으로 복귀했읍니다.

나도현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소수 팬들은 한두달 전부터 알고 있었읍니다.

스타대학 <늪지대>소속 유스 '키링'이 중요한 경기마다 신예답지 않은 놀라운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었는데

나도현이 그 키링의 연도기(연습 도와주는 기계)를 해주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고

김성제, 서기수 등 늪지대 코치들의 방송에 종종 출몰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일이었읍니다.

게다가 나도현이 방송을 켜자마자 늪지대 큰손 팬들과 동료 BJ들로부터 별풍선 세례를 받음으로서 아예 입단 내정이 기정사실화되다시피 했죠.





방송 첫날부터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사고?가 터집니다.

래더 배치 첫 게임부터 하필이면 우끼끼즈의 4티어 프로토스 '하리'와 매칭이 잡혔는데, (홍차넷 유게 참조)

생소한 래더맵과 테프전 최신메타에 까막눈인 나도현이 자연스럽게? 패배를 했고 그 과정이 고스란히 편집되어 펨코 스갤 인기글에 올라갑니다.

전프로가 스타여캠에게 덜미를 잡히는 일은 처음도 아니고 은근히 종종 발생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서보정(서지수,보혜,정소윤)등 최상위권 여캠들을 상대로 한 것이고

혹은 일꾼을 한두기 뺀다거나 부종을 한다거나 하는 핸드캡이 있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순수하게 래더에서 만나 중위권 유저에게 자연빵 운영으로 패하게 되니 꽤 이슈가 되었죠.

그래도 이때까지는 조금 신기하고 재미있는 헤프닝 수준이었읍니다.

워낙에 올드유저인데다 공백기도 길고 나이도 40대 아재가 되었으니 어쩌다 삐끗 할수도 있지,

게다가 바로 자기가 아는 맵으로 리스폰하니까 이겼다며, 일이주 연습하면 금방 올라오겠지, 정도의 이야기들이 오가며 모처럼의 올드게이머 떡밥에 질레트 스타리그를 추억하다가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읍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10월 5일

케이대의 3티어 프로토스 '슬돌이'가 찾아와서 스폰게임을 신청합니다.




나도현의 대답은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

스타리그 4강 2회 진출, 박정석,최연성과 5꽉을 갔었던 전프로가 슬돌이한테 쫄아서 튀었다 -

슬돌이는 "손가락이 잘 안움직이시나요"라는 채팅으로 도발했고

나도현 방송의 열혈팬들과 스갤 민심도 <이제는 게이머가 아니라 BJ다, 나중에 폼 올리면 이기는게 당연한건데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게 그런 뻔한 그림이겠냐, 과정을 보여 주며 재미있게 '방송'을 해라>는 쪽으로 기울었읍니다.

팬들의 성화에 등떠밀린 나도현은 뒤늦게 4티어 저그(elo 36위)  '요닝'을 찾아갑니다.




무난한 마린메딕 러시로 테란의 승리..  그래 이게 전프로잖아..

그런데, 잠깐 리플레이를 복기한 요닝의 입에서 "다시 하면 안질거 같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나도현이 초반에 벙커링을 하는 척 페이크를 주었는데, 거기에 과대처를 한게 실수였다는 거였죠.

그래서 다시 한번 리매치를 하게 되는데..




첫 게임에서 벙커링 페이크로 이득을 봤던 나도현은 이번에는 심리전으로 노배럭 더블을 성공시킴으로서 굉장히 유리한 출발을 합니다.

그러나 요닝은 능숙한 저글링 뮤탈 움직임으로 나도현의 마메 진출병력을 싸먹고,

나도현은 레이트메카닉으로 전환해 화려한 벌처 컨트롤로 드론을 솎아내며 추격하지만

노련하게 모든 공격을 막아낸 요닝의 울트라+디파일러 드랍이 나도현의 본진을 초토화시키며 게임을 마무리지었읍니다.

요닝은 "마린 메딕 물량이 적고 병력 갈무리가 잘 안되신다. 메딕이 따로 다닌다." 라는 피드백(...)과 함께

"그래도 벌처는 잘쓰시네"라며 상대방이 잘한 플레이를 칭찬하는 여유까지 보였읍니다.




하리에게 졌던 첫날은 갑작스럽게 래더에서 매칭되는 바람에 뉴스로서 사건이 전달되었지만

둘째날에는 슬돌이한테 쫄았다는 소문이 퍼지고 요닝과 스폰하는것이 사전에 고지되어 상당수의 시청자가 모여 있는 상태였는지라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게임을 보게 되었고 말로 전해들은 것과 직접 눈으로 본 것의 차이는 그 파장이 달랐읍니다.

요닝에 이어 메이저 체급의 4티어 '토마토'와 3티어 '디임'과의 스폰게임이 이어지면서

100명 남짓이었던 나도현의 시청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나 10배인 1천명을 훌쩍 넘겼읍니다.




토마토와의 게임에서 바카닉으로 영혼의 한타끝에 신승한 나도현은 기세를 몰아 디임에게 핵 3방을 깔끔하게 꽂아넣으면서 이번에야말로 전프로의 위엄을 보이는가 싶었읍니다만

연달아 핵을 맞고도 침착하게 전열을 재정비한 디임이 모든 국지전에서 차근차근 만회포인트를 쌓아나가면서 스무스한 역전승을 이끌어냅니다.

디임의 역전승을 지켜보며 자신감(...)을 찾은 토마토가 리스폰을 신청하고, 이날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마지막 대 혈전이 펼쳐지는데..




토마토는 전 맵을 장악하고 그중 일부 멀티에 파일런으로 하트를 그리는 세레머니까지 합니다.



할루시네이션 리콜을 때려넣는 토마토. 나도현 방송에서는 "상대 강민이지? 강민이 너무 잘하는데 어쩔수 없지"라는 채팅들이 올라왔읍니다.. ㅋㅋ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꾸역꾸역 수비해가며 어렵게 맵을 절반으로 양분하는 구도를 만들고 희망이 좀 보이려나 싶었는데, 그런 나도현의 눈앞에 나타난 부대 단위의 캐리어..  나도현은 더 버티지 못하고 GG를 선언합니다. 게임시간 50분 29초..




방송을 종료하고 "즐겁게 게임했다. 스폰해주신 분들 감사드린다" 라는 나도현의 공지가 23시 43분경에 올라왔고 그 시각 이후로 펨코 스갤은 그대로 아침 해가 뜰때까지 <나도현 갤러리>가 되었읍니다.

2000년대 중반 게임은 어떤 흐름으로 흘러갔고 그것이 현재의 각 종족별 정석과 어느정도의 격차가 있는지, 그리고 당시의 피지컬은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나도현이 애매하게 잭티어 ~조커티어 실력을 가지고 복귀했으면 10따리 하꼬로 묻혔을 것을 아예 화끈하게 4티어급으로 못하니까 오히려 방송이 흥했다는 이야기, 늪지대에 코치로 입단하게 되면 학생들이 배우려고 하는게 아니라 1:1 맞다이 신청을 먼저 하는거 아니냐는 이야기.. 등등

특히 많은 스갤러들이 새삼스럽게 충격받은 것은 <현역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라는 사실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점이었읍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그래도 한때는 나 왕년에 스타좀 했어, 내지는 아무튼 또래들과 어울리는데 지장 없을 만큼은 플레이 해봤어, 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더해서 근 20년간의 눈스타 지식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이런 취미에 있어서 내심 어떤 자신감에 차 있는 이들이었고 그런 심리를 바탕으로 방송을 보며 이런저런 훈수를 해 왔던 것인데, 스타리그 4강러가 단지 몇년간 게임을 쉬었다는 이유로 이렇다할 힘도 못써보고 무너지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니 <전프로도 저럴지언데 하물며 일반인 시청자는.. >이라는 자각이 퍼뜩 생겨버린 거시었읍니다.. ㅋㅋ

한편으로는 "나는 나도현이 누군지 모르는데 나도현 갤러리가 되니까 재미없다"라는 글이나 댓글도 적잖게 올라와 개인적으로 조금 놀랐읍니다. 그래도 뒤늦게 입문한 유입유저가 조금이라도 있다는 것일테니 희망적일지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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