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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11/08 19:45:57 |
Name | NightBAya |
Subject | [조각글 3주차] 루아의 그 날 |
하고 싶은 말 역시나 글 쓰기는 어렵네요. 주제에 맞춰 쓴다고는 했는데 잘 된 건지는 모르겠네요. 개연성도 없어 보이고... 다른 좋은 글들이 올라오면 부끄러워 올리지 못할 것 같아 그 전에 미리 던져둡니다. 크크. 본문 다른 사람들은 조용히 잠들어 있을 시간이었지만 루아는 바닥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잠을 자니 허리가 아팠다. 피곤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던 그 시간이 루아의 눈앞에 펼쳐졌기에. 냉장고를 열어 차가운 물을 마셔 정신을 차린 후 반찬거리를 사러 문 밖으로 향했다. 루아는 주위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삶을 꿈꾸며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평범한 삶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1년 전 그 날 이후 루아의 삶은 평범하지 않은 삶이 되어 버렸다. 그 날은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학교 수업을 듣고 돌아오는 집 앞에서 루아는 비를 맞으며 떨고 있던 고양이를 만났다. 불쌍해 보이는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손을 내밀었고 고양이는 두려움을 느꼈는지 도망가기 시작했다. 평소였다면 루아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집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집 안으로 조용히 들어가지 않은 사실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날은 기분이 나쁜 날이었고 루아는 그 고양이를 꼭 돌보겠다는 마음을 먹은 후 따라가기 시작했다. 평소 조심스러웠던 루아였지만 그 날은 고양이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는지 바닥에서 입을 벌리고 있던 구멍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이상한 일은 그 구명에 빠지면서 시작되었다. 어둠 속에서 떨어지며 처음에는 곧 죽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떨어지는 시간이 참 길게만 느껴졌다. 떨어지는 시간이 실제로 길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떨어지기 시작한지 1분 후의 일이었다. 그 때부터 루아는 두려운 마음 보다는 어떻게 끝날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지게 되었다. 이내 마음을 놓고 눈을 감은 채 중력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고 마음이 편안해져서인지 떨어지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생각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루아는 바닥에 사뿐히 내려왔다. 바닥에 내려와 눈을 뜬 루아는 위로 올라갈 방법을 찾기 보다는 눈앞에 밝게 빛나는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길을 따라 가기로 하였다. 길을 따라 가면서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조금씩 소리가 커지면서 무서워졌지만 어차피 돌아갈 길은 없었기에 앞으로 나아갔다. 그 길의 끝에는 경기장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동생이 종종 재미있어하며 보던 프로레슬링 경기장처럼 보였다. 잠시 둘러본 주변에는 자신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루아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저 경기장 위에 올라가야만 하는 상황임을 깨달았다. 경기장 안에는 자신의 상대가 될 것 같은 근육질의 사내가 있었다. 천천히 경기장에 올라온 루아는 아나운서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는 루아가 알지 못하는 언어로 선수들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었다. 멍하니 서 있는 루아 앞으로 진행요원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다가와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는 7개의 주사기가 있었고 그 안에는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액체들이 담겨있었다. 가방을 들고 온 사람은 루아에게 속사포처럼 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루아의 귀에는 의미 없는 괴성일 뿐이었다. 근육질의 사내 역시 앞에 놓인 같은 모양의 가방 안을 들여다보며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 괴성에서 어떠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고민하던 그는 손가락으로 2개를 선택했고 진행요원은 근육질의 사내가 고른 파란 색과 보라색 주사 2개를 손에 쥔 후 그의 오른팔에 푹 찔러 넣었다. 사내의 표정에서 루아는 고통과 함께 희열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이 다 가셨는지 희열에 가득찬 표정만을 보였다. 루아는 자신 역시 근육질의 사내처럼 2개를 골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민 끝에 자신이 좋아하는 노란색과 녹색의 주사를 골랐다. 진행요원은 앞서 본 것처럼 루아가 고른 두 주사를 손에 쥐고는 루아의 왼팔에 힘껏 찔러 넣었다. 액체가 조금씩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면서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그 엄청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루아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기 전, 루아는 헛된 희망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평범한 삶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보다 더 위험했다. 루아가 깨어났다는 것을 확인하자 심판은 바로 경기를 시작했다. 종이 울리자마자 근육질의 사내는 지체없이 자신의 오른손을 내밀었고 그의 손에서는 마치 소방 호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물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멍하니 물줄기가 날아오는 것을 바라보다가 루아는 그 물줄기에 맞아 구석까지 밀렸다. 구석으로 상대가 밀린 것을 확인하자 근육질의 사내는 루아를 향해 날아오면서 주먹으로 내리칠 자세를 취했다. 저 주먹에 맞으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겁을 먹은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자연스레 다리에 힘이 풀려 루아는 주저앉았고 그 덕분에 루아의 머리를 조준하고 있던 주먹은 빗나가 구석에 서 있던 쇠막대를 때렸다. 루아는 가까스로 엉금엉금 기어 자신이 서 있던 구석을 확인했고 그 곳에는 더 이상 쇠막대는 없었다. 쇠막대가 사라진 것을 보자 루아의 눈은 동그래지고 겁을 심하게 먹었다. 어떻게든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해 경기장을 빠져나가 다시 되돌아가려고 했지만 자신이 들어왔던 길은 이미 커다란 덩치의 사내들이 막고 있었다. 도망칠 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루아는 다시 자신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저 근육질의 사내가 오른손에서 물줄기를 뽑아냈으니 자신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오른손을 뻗어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후 5분 동안 루아는 어떻게든 근육질의 사내의 주먹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경기장은 물론 주변 객석까지 이미 사내가 오른손에서 쏟아낸 물로 흥건했다. 루아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고 한 쪽 구석에 기대어 쉬면서 도망칠 기운도 이제 곧 바닥난다는 사실을 느끼며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후회하고 있었다. 근육질의 사내 역시 루아가 지쳐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고 이번 한 번의 공격으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고 믿는 표정이었다. 근육질의 사내는 다시 한 번 루아를 향해 날아올랐고 루아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마지막 희망을 걸고 왼손을 사내를 향해 뻗었다. 파지직. 한 순간 커다란 소리가 난 후 조용해졌다. 처음에는 겁에 질려 눈을 뜨지 못했다. 그러다 예상했던 고통이 찾아오지 않자 살짝 눈을 떠 보았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루아는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모두가 쓰러져 있었다. 경기장 안의 상대는 물론이고 주위에서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루아는 아직도 찌릿찌릿한 왼팔을 부여잡고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 많은 사람들이 살아있어도 문제였고 전부 죽었어도 문제였다. 자신이 들어왔던 곳과 같은 길을 따라 달리던 중 뒤에서 분노가 가득히 담긴 고함소리를 들었다. 자신이 떨어졌던 곳에 가까워지자 루아는 다시 한 번 걱정에 휩싸였다. 아직 위로 올라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면 다시 경기장 안으로 잡혀 들어가면 다행이고 이 길 위에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뒤로 돌아가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 루아는 앞으로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끝에 다다랐다. 그 곳에서 루아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 위에서 작게 빛나는 구멍의 입이 보였지만 그 뿐이었다. 다리의 힘이 다시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자신이 달려온 길을 다시 돌아보았다. 작은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아침에 보았던 고양이었다. 자신을 끌어들인 고양이를 보자 원망스러웠다. 그러한 루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양이는 조용히 루아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벽에 작게 튀어 나온 돌을 하나씩 밟아가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멀어져가는 고양이를 보며, 그리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성난 사람들의 발소리를 들으며 루아는 자신이 고양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눈을 꼭 감고 고양이처럼 엎드린 다음 눈을 뜨면 고양이가 되어 있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눈을 떴을 때 처음에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자신은 여전히 엎드려 있었을 뿐이었다.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고서야 자신이 고양이 비슷한 무언가가 되었음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이번에도 변함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성공했다는 기쁨도 잠시, 발소리는 더욱더 가까워졌다. 조금 전 고양이가 밟은 곳을 따라 조심조심 올라가기 시작했다. 절반 쯤 올라갔을 때 루아는 발밑에서 커다란 고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 동요하지 않고 빛을 향해 조금씩 나아갔다. 그 날 이후 다시는 왼손을 앞으로 뻗지도, 고양이처럼 엎드리지도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려 노력했다. 지난 잠처럼 그 날의 기억이 꿈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앞에 나타나기는 했지만 루아는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고 있었다. 꿈은 꿈일 뿐이라고. 무엇을 살까 생각하며 문 밖을 나섰다. 그러나 루아는 반찬에 대한 생각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그 날의 근육질의 사내가 루아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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