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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7/14 16:39:59
Name   루아
Subject   농업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설에 대한 비판적 검토
* 2008년 대학교 1학년 교양수업 과제로 제출했던 글입니다. 오랜만에 보고 옛날 생각이 나서 올려봅니다. 많이 어설픈 글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지금 다시 고치려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할 것 같으니...그대로 올립니다.


1. 서론
인류가 살기 위해서 필요한 세가지 요소는 주로 의식주라고 이야기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식, 즉 식량이라고 할 수 있다. 식량은 생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의 공급원이기 때문에 먹지 않고서는 인류는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선사시대에서부터 식량의 공급은 중요한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초기의 인류는 식량을 수렵과 채집을 통해서 얻었다. 그러다가 어느 시기부터 수렵과 채집 대신 작물을 키우는 농업을 시작하였다. 농업은 수렵과 채집보다는 같은 토지 면적에서 약 6000배 이상 효율적으로 식량자원을 얻을 수 있다(田中 正武, 1992). 하지만 수렵과 채집에 비하면 농업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며 노동력 역시 많이 소모되는 어려운 작업이다. 또한 식물학자인 잭 하란의 실험에 따르면 돌과 나무를 이용하여 만든 조악한 낫을 이용하여 밀의 자연 서식지에서 밀을 수확했을 때 1시간에 3kg정도를 수확할 수 있었다고 한다(Wenke, 2003: 327). 즉, 한 가족이 먹기에는 굳이 농사를 짓지 않고도 채집만으로 충분한 양의 식량을 얻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떠한 계기를 통하여 수렵과 채집 대신 농업이 시작되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하여 연구를 하고 여러 가설을 주장하였다. 여기서는 여러 사람들이 밝힌 주장을 검토하고 문제점이 있지는 않은지를 고려하며 농업의 기원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2. 농업 기원에 대한 가설

2.1. 농업 기원 가설에 고려된 상황
농업의 기원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다음의 사실들이 농업의 시작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세계의 기후가 농업이 처음 출현한 시기 이전에 크게 변화하였다. 약 1만 5천년 전부터 빙하기가 끝나가면서 빙하가 녹기 시작하여 해수면이 그 전에 비하여 90m이상 상승하였다. 또한 전 지구적으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에 걸쳐 식물들이 북상하였고 비가 충분하게 내리기 시작하여 인류의 거주지가 농경에 적합한 기후로 변하였다(Fagan, 2000: 153). 또한 농업이 시작되기 전 수 십만 년 동안 전 세계의 인구밀도가 크게 증가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인간의 기술 역시 농업의 출현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크게 발전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농업 기원의 가설을 세울 때 이 세 사실들이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었다(Wenke, 2003: 325).

2.2. 농업 기원에 대한 가설과 비판

2.2.1. 오아시스 가설
오아시스 가설은 호주의 고고학자인 고든 차일드가 생각해 낸 가설로 이전의 빙하기가 끝나고 땅이 건조해지자 생명체들이 모두 물이 있는 오아시스로 이동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사람과 동식물이 가까이 하게 되어서 동물의 가축화와 농경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하였다(Heiser, 2000: 31).
하지만 이 가설은 농업의 기원을 충분하게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여겨지는데 우선 오아시스가 집중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지역에서 보리와 밀의 야생 선조종이 자라지 않았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고 농경이 시작된 시기의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는 오아시스가 형성되지 않았었다는 연구 결과가 이 가설을 부정하고 있다(Wenke, 2003: 325-326). 또한 단순히 인류와 동식물이 같이 존재하였다면 굳이 농경을 할 필요 없이 수렵과 채집으로 생활을 이어나갔을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농경은 수렵과 채집에 비하여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복잡한 작업과정이기 때문에 농경으로의 전환은 식량의 부족 등 큰 조건 하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는 어려운 농업이 시작되었다기 보다는 쉬운 수렵과 채집을 하다가 그 곳의 동식물이 모두 사라지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더 타당하게 생각된다.

2.2.2. 칼 사우어의 가설
칼 사우어는 1952년에 어민들이 농업을 발전시켰다는 가설을 발표하였다. 그의 가설에 따르면 어민들은 다른 지역의 사람들보다 식량의 공급이라는 점에서 여유로웠고 비교적 정착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착을 시작한 어민들은 식물 재배를 실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었고 그 결과 식물의 재배가 시작되었다는 이론이다(Heiser, 2000: 31). 하지만 이 이론 역시 몇 가지의 문제점을 보인다. 우선 이 가설 역시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농업 시작의 요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식량이 풍부한 어민들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어업을 두고 식물 재배에 도전하였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또한 농업이 시작된 지역이 항상 물과 가까이 있는 지역은 아니었다는 점 역시 이 이론에 문제점 중 하나이다. 다음 그림(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초기 농업의 증거들이 나타난 유적들 중에는 어업을 하기에는 물이 부족한 지역들이 여럿 존재하는데 이 이론은 이러한 지역에서 발생한 농업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2.2.3. 주변지구 가설
주변지구 가설은 루이스 빈포드가 주장한 가설로 우선 농민 출현 이전에 수렵과 채집을 하는 집단이 존재했다고 가정하였다. 이들 집단은 적절한 인구 밀도를 가지고 있어서 주변의 동식물들을 수렵과 채집하면서 평형상태를 이루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주변 지역에서의 인구 구조가 변화하면 인구 밀도는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평형상태가 깨져서 더 이상 수렵과 채집만으로는 그 집단을 유지할 수 없어서 집단이 흩어지고 그 과정에서 농업이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론이다(Wenke, 2003: 327-328). 이 이론은 앞에서 언급한 이론들과는 다르게 농업을 시작하게 된 원인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농업은 수렵 및 채집과 비교하여 시간과 노력은 많이 들지만 생산성에 있어서는 크게 앞선다. 따라서 인구 밀도가 크게 증가하여 수렵 및 채집만으로는 식량 공급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라면 농경을 해야 할 당위성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이론을 반대하는 증거 역시 존재하는데 예를 들면 서남아시아의 경우에는 루이스 빈포드가 주장한 인구 밀도의 증가가 발생할 수 없는 지역에서 농업이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농업이 시작된 이후에도 그 지역에서 소비한 전체 식량에서 농업을 통해 얻은 식량의 비율이 약 5%에 불과하다는 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가설은 다른 여러 농경의 기원에 대한 가설의 기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2.2.4. 하이든의 이론
하이든은 기존 이론들과는 다르게 과거에는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부족의 압력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과거 인류는 안정적이고 확실한 방식으로 식량을 확보하고자 하였고 그 결과 다양한 동식물을 식량자원으로 이용하였다. 초기 인류는 아마 대형 동물을 주로 식량으로 이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형의 생물보다는 대형 동물이 한 번 수렵으로 많은 양의 식량을 충분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대형 동물 종들의 수가 줄어들자 인류는 대형 동물에서 작은 생물들로 주된 식량을 바꾸게 되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하이든은 번식하는 방식에 따라서 생물을 둘로 나누었다. 하나는 ‘k’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r’방식이다. ‘k’방식은 성장기간이 길고 수명이 길며 생식주기마다 낳는 자손의 수가 많지 않은 동물들의 번식 방식을 이야기한다. 주로 대형 동물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번식을 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식물들이나 작은 동물들과 같이 ‘r’방식을 선택한 생물들은 수명이 길지 않으나 한 번에 생산하는 자손의 수가 상당히 많아서 주위의 환경변화로부터 ‘k’방식을 선택한 생물들보다 안정적으로 종족을 유지할 수 있다. 초기 인류가 식량으로 이용하였던 대형 동물들은 주로 ‘k’방식으로 번식하였기 때문에 인류의 남획으로 그 수가 감소하였을 것이다. 인류가 점차 대형 동물들의 수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안정적이고 확실하게 식량 자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점차 ‘r’방식을 선택한 생물들을 식량으로 이용하면서 그 결과 정착생활이 시작되었고 자연스럽게 수렵 채집에서 농업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 하이든의 이론이다(Wenke, 2003: 333~334).
그의 이론은 앞에서 언급한 다른 이론들과 비교하여 주변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에서 언급한 다른 이론들보다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이론 역시 문제점이 존재하는데 우선 초기 인류가 식량으로 대형 동물만을 이용했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대형 동물은 한 번 사냥하면 얻을 수 있는 식량의 양이 분명 많다. 하지만 그만큼 얻기에 들여야 하는 노력이 작은 동물을 사냥할 때나 식물에서 열매를 따는 데에 드는 노력보다는 컸을 것이다. 따라서 초기 인류가 처음에는 대형 동물을 많이 사냥했을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석기 자국과 육식 동물의 이빨 자국이 동시에 존재하는 동물 뼈의 출토 역시 이 가설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석기 자국과 육식 동물의 이빨 자국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은 초기 인류가 직접 동물을 사냥한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이 사냥한 동물을 훔쳐와서 먹었다는 증거가 된다. 즉, 인류가 직접 대형 동물들을 사냥한 것이 아니므로 인류 때문의 대형 동물의 수가 감소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형 동물의 수가 감소하지 않으면 이 이론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 이론도 명쾌하게 농업의 기원을 설명할 수 없다.


3. 결론
지금까지 여러 학자들에 의하여 제시된 여러 농업의 기원에 대한 가설들을 살펴보았다. 이 가설들은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농업의 기원을 설명하고자 하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여러 가지 농업의 기원을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그 시기에 대한 유물이나 유적이 아직은 많이 발견되지 않았고 발굴된 유물이나 유적에 대한 연구도 아직은 충분하지 않아 추정에 도움이 되는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료가 앞으로 충분히 발견되고 연구가 되더라도 농업의 기원을 단 하나의 이론만으로 설명하는 것 역시 무리가 따른다고 보인다. 농업이 시작된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며 각 지역이 모두 같은 상황인 것도 아니었고 모든 지역에서 같은 사고방식을 통해 같은 과정을 거쳐 농업이 시작되었다고 하기에는 개인의 개별성이 무시되는 점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시기에는 기록된 역사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 당시의 사람들이 어떠한 생각을 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농업의 기원을 추정해 나가는 것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농업을 통해 인류 사회가 상당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농업이 시작되면서 잉여 생산물의 양이 급증하게 되었고 그 결과 정착 생활이 시작되었으며 잉여 생산물의 양에 따라 사회적으로 불평등이 발생하게 되었다(Fagan, 2000: 153). 이 외에도 식량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자 그 전에는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였던 예술 분야에서도 발전이 일어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등 농업을 통해 인류가 받은 영향은 상당하다. 따라서 인류의 발전에 크나큰 영향을 준 농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아내는 일 역시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모든 지역에서의 농업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이론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각 개별 지역별로 어떠한 이유에서 농업이 시작되었는지를 연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참고문헌
- 田中 正武 (신영범 역), 1992, 『재배식물의 기원』, 전파과학사
- Brian M. Fagan (이희준 역), 2000, 『인류의 선사문화』, ㈜사회평론
- Charles B. Heiser, Jr. (장동현 역), 2000, 『문명의 씨앗, 음식의 역사』, 도서출판 가람기획
- Robert J. Wenke (안승모 역), 2003, 『선사문화의 패턴』, 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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