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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11/09 00:35:44 |
Name | 化神 |
File #1 | 57fd221c5757031e4e34151f0673ea6b_uIKaSopPWbRMrNywIA.png (369.1 KB), Download : 5 |
Subject | 이과 뒷목 잡는 짤 현실판 (부제 : I am a man who belongs to God) |
이과 뒷목 잡는 짤 현실판 올해부터 석사를 시작하면서.. 이번에 외국 학생 두 명과 같이 시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 학생들이야 학기 시작 전부터 연구실 생활을 하니, 두 달 정도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과연 어떤 학생들이 오게 될까 기대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문제의 M군.. 2월 말까지 한국에 도착하기로 했는데, 3월 말까지 나타나질 않습니다... 등록도 해야되고 이것저것 돈 들어가는 일, 서명이 필요한 서류들 등등 잡다한 일들이 많은데 오기로 한 지 한 달이 넘도록 나타나질 않는 겁니다. 당연히 연구실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연락을 담당하던 학생에게 어찌 된 일이냐 물어봐도, 메일로는 온다고 했는데,,, 온다고 했는데... 왜 안오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사람이 서른이 넘은 올드보이라는 겁니다. 이란 출신에 회사 생활도 하다가 학업에 큰 뜻을 품고 한국으로 온다는 건데... 석박통합과정으로 등록한다고 하니.. 어쩌면 졸업하면 마흔이 넘을 수도 있다는 건데... 보다보니 이 사람, 문서마다 출생연도가 다릅니다. 하나는 1980년, 하나는 1984년.. 여권이랑 보내준 서류랑 안맞습니다. 어 이게 뭐지.. 연구실 사람들이 한창 의문을 품고 있던 3월 말 어느날, 일반대학원 행정팀으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학생 왔는데, 연구실 위치 알려줬으니 곧 도착할거에요. 교수님은 즉시 학생 두 명을 파견하여 마중을 나가는데, 마중이 아니라 수색이 시작됩니다... 걸어서 십 분 이면 충분히 오는 거리를 한시간 반이 넘게 안오는 겁니다.. 모두가 나서서 학교를 뒤지는데 안나옵니다. 모두가 포기하고 연구실에 앉아있는데 홀연히 나타납니다. 왠걸.. 이란 아저씨가 왔습니다. 독실한 이슬람 신자라서 고기를 못먹습니다. 당연히 모든 회식에서 고기는 배제되었습니다. 술도 못마십니다. 그런데 회식은 따라옵니다. 사람들이 술마시고 얼굴이 빨개지니까 웃기다며 웃습니다. 막 심장이 빨리 뛰고 열이 나냐고 묻습니다. 살짝 기분나쁘기도 한데 너무 천진난만해서 뭐라고 하기도 애매합니다. 이 M군이 어느날 고등어조림을 먹더니 무의 식감이 좋았던지, 저한테 이게 뭐냐 라고 묻길래 제가 무라고 대답해줬습니다. 무라고 얘기했는데 부라고 알아듣습니다. 무 부 아니 무 라고 부? 저보고 부라고 얘기하면서 왜 자기보고 못알아 듣냐고 뭐라고 합니다. 아니 이게 무슨소리야. 내가 한국사람인데 한국말을 못한다는 건가? 다른 외국인 학생을 불러다가 제가 말하는 대로 따라해보라고 했습니다. 무 무 부 아니 다 무라고 하는데 본인만 부라고 합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살아생전 외국인한테 한국말 가지고 논쟁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끝까지 자기가 맞다고 우기는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냥 얘기를 그만 뒀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구실 장비와 기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선배들이 짜놓은 프로토콜을 따라서 연습 실험을 합니다. 기구 및 장비 사용법을 익숙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다른 학생들이 샘플을 만듭니다. M군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왜 안따라 하지? 하지만 이야기 하면 또 구구절절 이야기 할 것이 분명하니 다른 사람들도 딱히 관여를 안하는데... 다음 실험을 하려고 보니 이 친구 샘플이 없습니다. 다음 실험 담당 선배가 묻습니다. 너 왜 샘플이 없냐. 버렸다. 그 얘기를 듣는 나머지 학생들도 아연실색합니다. 왜 버렸냐 실험이랑 관련 없는 줄 알고 버렸다. 말이 되냐 안하고 변명하는거 아니냐 난 정말 했는데 정말 버렸다. ... 다시 해라 그래. 이때부터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더 큰 문제는 M군은 절대 남이 볼 때 실험하지 않고 남이 안볼때 본인만의 실험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실의 각종 시약장을 뒤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다른 사람들의 책상도 몰래몰래 뒤지고요. 당연히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됩니다. 하루는 연습 실험에서 마이크로 파이펫(micropipette)을 사용하는데 딱 저 그림 처럼 뒤로 기울여서 쓰는 겁니다. 당연히 보는 사람은 깜짝 놀라서 제지시킵니다. 너 뭐하는거냐? 응? 너 파이펫 쓸 줄 안다며 어 근데 왜 뒤로 기울여서 솔루션이 넘어가게 하냐 뭐? 왜 그러냐고 아 실수 미안 그런데 실수가 아닌거 같습니다. 사람들의 불신이 깊어졌습니다. 그런데 항상 할 줄 아냐고 물어보면 할 줄 안다고 하는데 막상 하는거 보면 신뢰가 안갑니다. 하루는 외국인 박사과정 학생이 지도하기 위해서 어떤 실험을 할 건지 물어보았습니다 너 무슨 실험 할거냐? 그걸 왜 내가 말해줘야 하냐? 당연한거 아니냐? 펀드 받아서 하는거고, 너가 하고 싶다고 실험 다 하는거 아니다. 우리 실험실의 주제와 관련 있는 실험을 해야지 난 너랑 이야기 할 필요를 못느낀다 뭐? 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냐 난 너랑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다. 넌 내 연구를 방해하고 있다. 가라. 이런 일이 반복되는 와중에 교수님께 사태의 심각성을 말씀드리니 이해하지 못하시고 오히려 이역만리 타지에서 홀로 와서 그것도 늦은 나이에 공부하느라 힘든데 잘 대해줘라. 따돌리는 것도 아니고 왜 그러냐 라고 하십니다. 다른 학생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됩니다. M군의 마이웨이는 계속되어 이제는 친구들을 연구실에 불러다가 같이 놉니다. 그러는데 갑자기 어떤 여학생을 교수님한테 소개시켜줍니다. 다들 그 상황을 보면서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이러고 있는데, 알고 봤더니 연구실에 들어오고 싶은 학생에게 다리를 놓아준 거였습니다. 아니 이 친구도 여기 온 지 한 달 밖에 안되었는데 이런 경우도 있나.. 이러고 있는데, 교수님이 둘 사이의 관계를 물어봤습니다. 원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냐? 아니, 한국 와서 알게되었다. 그래? 언제? 1월 쯤에 신촌에서 봐서 그 때 부터 알고 있었다. 뭐라고? 1월? 확실해? 그렇다. 1월 알았다. 뭔가 이상합니다. 우리가 아는 M군은 3월 말에 왔는데... 1월에 한국에 있었다고? 그러고 보니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원래 비행기표를 제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제출을 안했습니다. 비행기표를 제출 안하면 재정 지원을 안해줍니다. 이 비행기 삯은 교수님의 사비로 나간겁니다. 사비로 먼저 지출하고 나중에 페이백 받는 형식인데 이걸 안하면 돈이 날아갑니다. 교수님도 이때부터 의심을 시작하게 됩니다. 결국 다시 문제의 박사과정 외국인이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대화는 평행선을 달리고 딱히 달라질 것도 없는 상황에서 박사과정 외국인이 자제력을 잃고 막 쏟아냅니다. 넌 왜 사람들한테 말하는게 다 거짓말이냐. 이 사람 저 사람 한테 하는 말이 다 다르다. 심지어 네 나이마저 서류마다 다르다. 너의 진실은 뭐냐. 실험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하지도 않고. 그런데 여기서 M군은 명언을 남깁니다. 나는 신의 사람이기 때문에 때가 되면 기도하고, 계율을 지키기 위해서 고기도 먹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는다. 그리고 난 신의 사람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는건 너희다. M군은 그렇게 명언을 남기고 어느날 잠적했습니다. 일주일 넘게 연락도 받지 않더니, 결국 교수님께 메일 하나 남기고 이란으로 떠났습니다. 그 메일에는 누가 어쨌다 저쨌다 구구절절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봤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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