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01/13 16:24:48
Name   카르스
Subject   생활시간조사로 본 한국 교육의 급격한 변화와 (잠재적) 문제
한국 교육의 변화와 문제를 말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데이터에 기반한 이야기가 많치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데이터 쪽 이야기가 드문 게 아쉬움.

그래서 생활시간조사 1999-2019년 데이터로 드러난 학습시간 변화를 중점으로, 한국 교육의 변화와 (잠재적)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원 데이터엔 일요일도 있는데 가독성 문제로 제외했습니다. 2024년 데이터는 작년에 조사되어 올해 발표될 예정인데 어떨지 궁금하네요.




보시다시피 1999년부터 2009년까지는 초, 중. 고의 학습시간이 그대로 유지됩니다만, 그 이후 학습시간이 학교급을 막론하고 크게 감소합니다. 
완전 등교일 -> 놀토/갈토 병행체제-> 완전 휴교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토요일 학습시간의 감소가 돋보입니다만, 평일도 감소세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학습시간 자체가 2010년 이후 크게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참고로 이 학습시간은 학교 내, 학교 외를 합산한 수치라서, 학교 내와 학교 외를 분리해서 보겠습니다.



먼저 학교 내입니다. 학교 내 학습시간은 전체 학습시간과 마찬가지로 2009년까지 그대로 유지되다가 그 이후 크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완전 휴일화에 의한 토요일의 급격한 감소가 돋보이네요.
눈대중으로 감소폭은 전체 학습시간보다 더 큰 느낌입니다. 학생들이 새벽에 등교했다가 한 밤중에 하교한다는 한국 교육의 클리셰는 급격하게 과거의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몇년 전에 모교를 어쩌다 지난 적이 있는데, 4시 무렵에 단체로 하교하는 학생들을 봤습니다. 저 땐 반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을 했는데, 별로 괴롭진 않았고 추억으로 남습니다만 보면서 많은 만감이 교차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런데 학교 외 학습시간(대부분이 과외나 학원, 자습일)은 트렌드가 좀 다릅니다. 초등학교는 패턴이 혼란스러워서 잘 모르겠는데,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학교 외 학습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경향성을 보입니다. 중학교는 2000년대에 증가했다면 고등학교는 2010년대에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고등학교는 1인당 사교육비의 급격한 증가와 시점이 일맥상통합니다.

학교 내 학습시간의 급격한 감소, 그리고 학교 외 학습시간의 일부 증가는 주목할 만한 현상입니다. 비록 학습시간 전체가 줄었지만, 교내외 여부로 가르면 어느정도 대조가 되고 있는 겁니다. 이걸 전반적인 학습시간 감소와 결부지으면, 한국의 교육 변화와 (잠재적) 문제에 있어 많은 함의가 나타납니다.


첫째. 지금 아동, 청소년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무식하게 많이 공부하지 않습니다.
2000년대까지는 한국 학생들이 무식하게 많이 공부한다는 클리셰가 통하지만, 2010년대부터는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PISA 점수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된 거라 매우 대단한 성취입니다. PISA 점수가 다소 하락했다고 볼 순 있지만, 전세계 최상위권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국 교육 성취의 우수성은 잃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로 전세계 공교육이 초토화되는 와중에 한국은 선방했습니다. 이는 좋은 의미로 일본을 따라가는 겁니다. 일본은 과거에 비해 공부시간은 많이 줄었지만(그리고 부활동은 늘어났지만), PISA 최상위권은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걸 가지고 동아시아가 단순히 무식하게 공부 많이해서 공부를 잘한다는 클리셰에 반론한 학자도 있습니다. 한국도 그 사례에 들어가고 있으니, 한국 더 나아가 동아시아 교육의 성취와 의의를 다시 돌아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둘째, 한국은 '학교 안'에 한정하자면 너무 적게 공부해서 문제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먼저, 한국의 교육시간 감소는 급격해서 교육과정 파행이 의심될 수준입니다. 수학 관련해서 배우는 내용이 많이 줄었다고 이공계인들이 반발하고 있는데, 이것과도 관련 있을 듯 합니다. 또한, 특히 고등학교에서, 교내 학습시간의 감소가 교외 학습시간(대부분은 과외, 사교육) 증가와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이는 교육 총량의 부분적인(총 학습시간은 분명 줄었으므로) 풍선효과를 암시합니다. 실증분석을 해봐야겠지만 가능성으로는 생각해볼 만 합니다. 어찌보면 근래 사교육의 급격한 증가의 한 원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학업 문제만은 아닙니다. 한국 초등학교는 타 선진국에 비해 일찍 하교하며, 이로 인한 보육 관련 여성 경력단절 문제가 심각합니다. 미취학 아동 경력단절은 많이 완화되었는데 취학연령 아동 경력단절은 상대적으로 감소세가 약합니다. 그래서 늘봄학교 정책도 나온 건데, 교내 학습시간이 너무 작아진 게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는 생각 정도는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203 사회생활시간조사로 본 한국 교육의 급격한 변화와 (잠재적) 문제 3 카르스 25/01/13 2488 2
    11535 스포츠생활체육 축구에서 드론으로 경기촬영하는곳이 잇다는 기사네요 6 노컷스포츠 21/03/31 5592 1
    5065 스포츠샤킬 오닐과 자베일 맥기, 그리고 Shaqtin' a Fool 11 Vinnydaddy 17/03/03 6919 1
    6744 음악샹송 한곡 듣고 가셔요. 2 droysen 17/12/08 5252 4
    5104 게임섀도우버스 신규 카드 15장이 추가 공개되었습니다 1 Leeka 17/03/08 4651 0
    5222 게임섀도우버스 신규 확장팩 전설카드들 정리 2 Leeka 17/03/18 3904 0
    5376 게임섀도우버스 재미있네요. 4 Cibo & Killy 17/04/05 4475 0
    4979 게임섀도우버스 초반 즐겨보기 이야기 #1 3 Leeka 17/02/24 4523 0
    4888 게임섀도우버스 투픽 아레나 시스템 이야기 #1 14 Leeka 17/02/16 4595 0
    5068 게임섀도우버스를 즐기면서 느끼는 점들 7 Leeka 17/03/04 4247 0
    4908 게임섀도우버스의 선후공 승률 이야기 2 Leeka 17/02/17 4481 0
    15627 사회서구 지식인의 통제를 벗어난 다양성의 시대 3 카르스 25/07/19 1724 5
    15655 문화/예술서구권 애니매이션도 고난의 행군이었나봅니다. 19 닭장군 25/08/07 1793 0
    8182 사회서구사회에 보이는 성별,인종에 대한 담론 28 rknight 18/09/08 10555 19
    13583 사회서구와 동아시아에서 추구하는 자유는 다르다 13 카르스 23/02/21 3666 7
    2361 경제서구의 세대양극화 38 눈부심 16/03/09 6763 1
    7238 영화서던 리치: 소멸의 땅을 보고 1 저퀴 18/03/15 9319 0
    3144 일상/생각서로 다른 생각이지만 훈훈하게 28 Toby 16/06/28 4859 5
    13307 오프모임서로 칭찬해주기 음벙 5 지금여기 22/11/10 3346 1
    2681 꿀팁/강좌서로의 연봉을 다 아는 나라 28 눈부심 16/04/24 8917 0
    1595 일상/생각서른 둘. 이 녀석이 제게도 찾아왔네요. 14 의정부문프로 15/11/19 8489 0
    8255 음악서른 일곱번째의 그녀에게 14 바나나코우 18/09/21 4994 3
    13800 일상/생각서른 초반 인생 잘못 살았나봅니다. 7 대츄차 23/04/30 4019 1
    7290 일상/생각서른의 반격 7 nickyo 18/03/27 5615 18
    13534 일상/생각서리태 개론 5 천하대장군 23/02/02 3922 1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