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1/10 12:01:12
Name   수박이두통에게보린
Subject   난 용준 형이 싫다.
"용준 형 참 잘 생긴 것 같아." 몇 년 전 그녀가 말했다.

"그게 누구야? 근데 넌 왜 갑자기 남자한테 오빠라고 안하고 형이라고 해?"

그녀의 용준 형에 대한 발언이 이상해서 내가 말했다.

"그런 농담 하나도 재미없어. 오빠가 TV를 안보는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아이돌은 좀 알아야 되지 않겠어?"

그녀가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빠른 검색. 스마트폰의 장점이다. 스마트폰을 꺼내어 그녀가 말하는 용준 형이 누군지 찾아보았다. 바로 나왔다. 역시 스마트폰.

용준형이. 가수. 1989년 12월 19일생.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멤버였다. 아니, 비스트는 또 어떤 그룹이란 말인가. 비스트에 대해서도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인기가 꽤나 많은 그룹이었다. 검색을 마치고 고개를 드니 그녀가 나를 연예인도 모르는 바보를 보듯 가소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야, 내가 남자 아이돌 알아봤자 뭐하겠어, 용준형이 이 아이는 왜 이름에 또 형이 들어가서 사람을 이렇게 곤란하게 만드는거야. 난 얘 싫어."

나의 그런 발언에 그녀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색 다르게 리듬을 타는 비트위의 나그네처럼 용준형이에 대한 이야기를 퍼부었다.

'뭐야,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안 그래도 쪽팔려 죽겠고만.' 그녀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갑자기 차가워진 시선을 느꼈다.  

"오빠, 내 이야기 집중 안하지?"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용준형인지 용준동생인지 이야기는 그만 하자."

그녀가 냅다 나의 손을 뿌리쳤다. 나의 손이 짝귀라면 그녀의 손은 아귀였다.

"오빠, 가끔은 TV로 UFC나 F1만 보지 말고 아이돌 나오는 방송이나 드라마 좀 봐. 오빠랑 드라마 대화도 하고 싶은데 할 수 없어서 가끔은 서운해.~!@#$%^&*()"

뭐여, 갑자기 나의 자아성찰을 하게 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이유 없이 혼나는 기분. 이런 기분이 참 싫다.

"야, 내가 TV 안보는 것도 잘 알고 퇴근하면 10시 넘어서 피곤해서 TV 볼 시간도 없는데 ~!@#$%^&*()"

용준형이에 대한 이야기가 어느덧 우리의 싸움이 되었다.

"오빠, 나 갈래."

그녀는 그렇게 자리를 뜨고 말았다. 그래도 안데려다줄 수는 없기 때문에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삭막함.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그 시간에 느낀 유일한 감정이다. 그녀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향했다.

'아니, 왜 대체 용준형이 이 아이때문에 난 한참 기분 좋다가 이런 삭막함을 느껴야 하는 것이지? 내가 용준형이를 꼭 알아야 했던 말인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갑자기 자아성찰의 시간이 되었다.

샤워를 하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았다. 내가 무심했다고 잘못했다고 이야기했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그녀의 기분을 다행히 좋게 만들었다.

전화를 끊고 한 숨을 내쉬었다. '용준형이 이 나쁜.. 넌 내가 평생 기억한다.'

그녀와 헤어진지 몇 년이 지났지만, 난 아직 용준형이를 기억한다. 난 용준형이가 싫다.

네이버 기사를 보던 중 용준형이 나와서 예전 나쁜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19 의료/건강오줌병 이야기 5 모모스 15/11/10 12170 1
    1520 일상/생각난 용준 형이 싫다. 31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5/11/10 5564 0
    1521 창작은미 25 눈부심 15/11/10 8051 5
    1522 일상/생각국산 맥주에 대한 생각 28 미쿡왕김트루 15/11/10 5641 0
    1523 창작[조각 글 3주차] 영화 속 남자 2 레이드 15/11/10 5366 0
    1524 음악체르니 몇 번까지 치셨나요?? 24 표절작곡가 15/11/10 12941 1
    1525 꿀팁/강좌남규한의 사진 레시피 - 코카콜라 매니아 3 F.Nietzsche 15/11/10 5943 7
    1526 창작[조각글 3주차] 영중인 (수정완료. 글완료) 4 Last of Us 15/11/11 5973 0
    1527 기타장기 묘수풀이 <20> (댓글에 해답있음) 9 위솝 15/11/11 7281 0
    1528 음악Hat's off to (Roy) Harper 새의선물 15/11/11 5916 0
    1529 요리/음식고급커피를 구해오는 방법 16 눈부심 15/11/11 7660 0
    1530 꿀팁/강좌2016에는 불렛 저널(bullet journal)어때요? 15 다람쥐 15/11/11 17840 1
    1531 꿀팁/강좌남규한의 사진 레시피 - 까를교의 노인 4 F.Nietzsche 15/11/11 6134 0
    1533 창작근대문학의 종언 10 선비 15/11/12 6145 1
    1534 철학/종교라틴아베로에스주의에 대한 단죄와 학문 풍토의 변질 1 커피최고 15/11/12 9695 1
    1535 도서/문학자승자박 : 동녘 출판사가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38 구밀복검 15/11/12 7297 0
    1536 문화/예술모 웹툰의 디테일과 배경 수준 10 블랙이글 15/11/12 14265 0
    1537 경제중국 광군제의 폭발력, 그리고 유통의 미래 22 난커피가더좋아 15/11/12 8288 0
    1538 영화율리시즈의 시선 4 새의선물 15/11/12 4590 0
    1539 방송/연예FNC "정형돈, 건강상의 이유로 모든 방송활동 중단" 14 NightBAya 15/11/12 6172 0
    1540 정치11월 14일 민중총궐기 소식입니다 13 nickyo 15/11/12 7138 3
    1541 창작[조각글 3주차] 바꿀 수 없는 것 20 삼공파일 15/11/12 6774 9
    1542 일상/생각홍차넷에 질문을 많이 해주세요. 13 Toby 15/11/12 6409 0
    1543 일상/생각사진 공모전 치느님 인증!!! 13 F.Nietzsche 15/11/12 5729 0
    1544 창작 [4주차 조각글] 주제 : 첫경험 6 얼그레이 15/11/13 6535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