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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4/24 18:57:55수정됨
Name   바쿠(바쿠)
Subject   긴장완화를 위한 소마틱스 운동 테크닉 소개

70년대 미국에서 토마스 한스라는 사람이 창시한 소마틱스(somatics)라는 근골격계 교정/재활 운동 시스템이 있습니다.

긴장 완화에 특화된 방법론인데, 제가 개인적으로 효과를 많이 봤습니다. 특히 쉽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고요. 탐라에서 말이 나온 김에 간단히 소개하는 글을 써보려 합니다.

소마틱스 이야기를 꺼내면 «3인칭 객관적인 몸인 ‘body’가 아니라 1인칭 주관적인 몸인 ‘soma’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마틱스가 ‘뇌’에 초점을 맞춘 테크닉이라 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 이론을 알아야 효과가 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최대한 실무적인 사항에 집중해서 풀어 보겠습니다.



## 체험: 어깨 긴장 풀기

먼저 어깨 긴장을 해소하는 운동을 해보겠습니다. 어깨를 한 쪽만 위로 올렸다 내리는 간단한 동작입니다.

1 — 편하게 앉습니다.
2 — 많이 쓰는 손 쪽 어깨를 으쓱하듯, 목에 붙인다는 느낌으로 위로 올립니다. 이때 1) 천천히 2) 부드럽게 3) 끝까지 4) 느끼면서 올려야 합니다. 이 네 가지가 없으면 소마틱스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천천히’는 올리는 동작에 10초 걸릴 정도로 천천히. ‘부드럽게 끝까지’는 동작에 지나친 힘을 주지 않되 나에게 가능한 한 높이 올리라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어깨 근육의 감각에 최대한 집중합니다.
3 — 어깨를 끝까지 올리면, 기지개 켤 때처럼 부르르 하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편안하게 이 감각을 역시 10초 정도 느껴봅니다.
4 — 그 후 어깨를 내려서 처음 자세로 돌아옵니다. 이때도 천천히, 부드럽게, 끝까지, 느끼면서 10초 동안 내립니다.
5 — 반대쪽도 해봅니다.

효과가 느껴지시나요?

https://www.youtube.com/watch?v=qx6D-qGI6wg

(* 이 영상은 소마틱스가 아니라 다른 시스템의 이름을 내세우고 있읍니다만 같은 원리를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기 좋아서 선택했습니다.)



## 근육 긴장에 대한 관점

근골격계/자세 문제는 특정 근육이 타이트해지는 국소적인 문제가 초래하는 불균형으로 인해 장기간 전신 문제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마틱스의 주장은, 여기서 어떤 근육이 불필요하게 긴장해 있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 뇌/신경에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근골격계 자체가 망가져 있는 경우는 극소수라는 거죠.

거칠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뇌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근육에 신호를 보내 긴장하게 합니다. 이때 그 긴장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졌거나, 만성화된 경우 뇌는 자기가 그 근육을 당기고 있었다는 걸 잊어버리게 됩니다. 잊어버렸기 때문에 이완하지 못하고 계속 긴장한=당기고 있는 상태로 남는 거죠.



## 근육을 이완하는 원리

소마틱스는 이런 관점에서 근육을 이완시키는 방법론을 제시하는데, 아주 단순합니다. 위에서 해본 것처럼 해당 근육(군)을 의식적으로 수축시킨 후에 의식적으로 이완시키는 것이죠.

무의식적으로 50% 긴장하고 있던 근육을, 의식적으로 천천히 100% 긴장시켰다가 의식적으로 천천히 이완하면 긴장도를 처음 상태보다 훨씬 낮은 레벨까지 이완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기지개 켜는 듯한 감각을 ‘펜디큘레이션’이라고 하며 중시합니다.

이게 말로 하면 단순하지만, 우리가 흔히 타이트한 근육에 적용하는 운동이라고 배운 스트레칭을 떠올려 보세요. 접근법이 정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 옆구리가 타이트한 상태를 해소하려 한다고 해보죠. 스트레칭 관점에서는 왼쪽 옆구리 근육의 힘을 사용해 몸통을 왼쪽으로 굽혀 오른쪽 옆구리를 ‘타율적으로’ 당겨서 늘립니다. — 국민체조의 옆구리 운동 동작을 떠올려보세요. — 반면 소마틱스에서는 오른쪽 옆구리를 직접 ‘자율적으로’ 수축시켰다 이완시키는 방법으로 접근합니다. 따라서 이를테면 몸통을 오른쪽으로 굽히는 동작을 하게 됩니다. (* 주의: ‘옆구리’는 수많은 근육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구조라 실제로 옆구리 문제에 접근한다면 그냥 왼쪽/오른쪽으로 굽히는 식으로는 하지 않습니다…. 예시를 위해 단순화한 것이니 양해를….)

실제로 소마틱스에서는 스트레칭에 비판적인 관점입니다. 뇌가 명령해서 잡아당기고 있는 근육을 타율적으로 반대쪽으로 잡아당긴다고 해서 더 타이트해지면 타이트해졌지 부드러워지지는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스트레칭 운동은 적절하게 사용한 경우 실제 효과가 있으니 100% 맞는 주장은 아니겠습니다만, 저는 스트레칭이 효과가 있었던 경험도 없거나 역효과가 난 경험도 모두 있습니다.

각설하고, 소마틱스는 단순한 운동입니다. 천천히, 부드럽게, 끝까지, 느끼면서. 네 가지만 명심하면 됩니다.



## 장점과 단점

소마틱스의 장점은 쉽고 안전하다는 겁니다. ‘이게 운동이야?’ 싶은 평이한 동작들로 구성돼 있거든요. 위의 ‘원리’ 섹션에서 설명한 펜디큘레이션 감만 익히면 집에서 책이나 영상을 보면서 따라해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스트레칭 계열의 운동은 과하게 하면 다칠 수 있지만, 소마틱스는 잘하지 못해도 뻘짓으로 끝날지언정 다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창시자의 주장과는 달리 제가 보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토탈 패키지는 아닙니다. 특정 근육이 ‘약해서’ 생기는 문제에는 효율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도 다른 운동을 병행하는 데 아무 제약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 시작하기

관심이 가신다면 책이나 유튜브로 간단하게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토마스 한스의 저서 «소마틱스»를 많이들 추천합니다. 이 책보다 이론에 대한 설명이 간략화되어 있고, 운동 루틴은 현대화(?)되어 있는 마사 피터슨의 «15분 소마운동»도 좋더군요.

단, 본격적인 근골격계 문제는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저는 일개 환자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평소에 자주 하는 5분 남짓 걸리는 소마틱스 운동을 소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JTekPq_RQ

소마틱스는 매트를 깔고 누워서 하는 동작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영상의 운동은 매트 깔 필요 없이 선 채로  간단히 할 수 있어요. 저는 이걸 자기 전에 하는데, 수면 품질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애플워치 숙면 측정치가 확 달라져요.

그럼 도움이 되셨길 빌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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