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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11/12 16:28:40
Name   Klopp
Subject   내가 크던 때와, 내 아이가 크기 시작한 때의 이야기
이하 글은, 무언가 해결을 해낸다거나 하는 그런 얘기는 아니고 요즘 살면서 드는 이런 저런 생각을 담아 주저리주저리 써보았습니다.


개인정보이기는 합니다만, 조심스럽게 공개하면 전 87년생입니다.
오마이갓... 내년에 세는 나이로 40, 무려 불혹에 다다르게 됐네요. (이하 모든 나이는 세는 나이 기준)
계실지 모를 선배님들에게 말씀드리기 참 죄송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내일, 모레 40이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습니다.

요즈음 육아를 하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자주 듭니다.
제 성격은 F에서 T로 가고있는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데, 그럼에도 유독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자주 떠올리게 되더라구요.

[저는 요즈음 들어 제가 지내온 과거의 세월들이 꽤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운이 좋은 시대를 타고났달까..]

초딩 때는 학교 갔다오면 골목길에서 친구랑 숨바꼭질, 술래잡기하고
골목길 담벼락 위에 장바구니 카트를 눕혀서 농구 골대처럼 만든 곳에 윗집 친구랑 같이 농구공 던져댔고,
테니스공과 글러브 하나, 알루미늄 배트 하나 가지고 중학교 형님들 운동장 가서 그걸 치고 잡으면서 놀고,
집에서는 브라운관 TV에서 나오는 가요 프로그램에서 그시절 태동하던 HOT, SES 등의 형-누나들의 음악을 들으며
누나가 가지고 있던 삐삐를 매번 신기하게 만지다가 누나한테 불호령 듣던 전형적인 그나이대의 남자 아이였죠.
놀아도 뭐라하는 사람은 없었고, 주변에 대부분 친구들도 놀기 바빴죠. 집 간의 가정형편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역 특성상 제 주변 친구 부모님들은 대부분 H회사 계열사에서 일하셨지만요 ^^;;)

중학생이 되면서는 그 시절 유행하던 판타지소설과 무협소설들을 섭렵했고(사이케델리아, 가즈나이트..ㅋㅋㅋ)
흙바닥 운동장에서 도시락 까먹으면서 공차며 무릎까지는 일이 일상다반사였었죠. 인문계/실업계의 진로도 사실 크게 고민할일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중3때는 이 나라에 다시 없을지 모를 [한국]에서 개최된 월드컵 4강을 맛보며 그나이에 밤늦게까지 거리응원도 했었어요. (참 재밌었는데...)

고딩이 되어서는, 드디어 꿈의 MP3플레이어를 획득하여 [버즈] 노래 들으며 그 나이대의 소양인 야자-심자를 하는 학생이였고
연애에도 눈을 뜨게 되고 줄곧 지방에만 살다가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후에 시작한 지긋지긋한 서울 살이와 고단한 아르바이트가 겹친
성인 생활의 끝에서 어렵게나마 취직에 성공하여 사회에 발을 내디디는 시간을 지나온 것 같아요.
(시대상 카세트테이프-삐삐-CDP-MP3플레이어/피처폰-아이팟-스마트폰-에어팟을 모두 경험해봤군요. 안쓴것들도 있지만..)

그리고 [나는 언제 결혼할까? 나는 솔직히 애는 안낳고싶은데..] 라는 의문과 가치관을 함께 가졌던 짝꿍을 만나 코로나 한해전에 결혼했고
다행히도 신혼 여행을 유럽으로 다녀올 수 있었죠. 그러나 직장생활이 내맘같지 않은 것 처럼, 자녀에 대한 것도 내마음대로 안되더라구요.
어느정도 1자녀에 대해 서로간의 의견을 교환하고, 자연 임신이 되지 않을지를 걱정해야할 시기쯤에 딸아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평생 두명일 줄 알았던 가족이 세가족으로 완성되었고,
주변분들을 통해 늘 인생이 크게 세번 바뀌는 데 [한번이 결혼, 한번이 출산/육아, 한번이 부모님과 헤어질 때] 라고 들어왔는데
정말, 정말로 나의 아이가 태어나고 함께 생활한다는 건 이전까지의 제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이 되었고
"힒듬×1천" 과 측량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이 함께하는 일상의 연속이더군요.

딩크였던 저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던지라 아이와 의사소통이 직접적으로 잘 되기전인 18개월 정도까지는 너무나도 힘든 순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유별난 아이도 아니였고, 지금 생각해보면 큰 탈 없이 제 나이 때 해야될 과정들을 밟으며 성장하고 있는 아이인데도
자주 깨야하고, 잠을 많이 자지 못하고, 월화수목금금금인 육아일정에 지쳤던 것 같아요.
그런 인내심 부족한 아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아이는 스스로 뒤집고 스스로 기고 스스로 걷고 스스로 뛰며 말하고,
스스로 밥을 먹고,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고, 스스로 아빠 핸드폰으로 디즈니 영상을 찾는(??) 귀여운 여자 아이로 크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드디어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한데.. 유치원 시기부터 부모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참 많더군요.
저희는 어릴 때 유치원을 다니는 친구도 있었고, 그냥 사설 학원을 다니는 친구도 있었고, 그런거 없이 그냥 가정에서 있다가
학교로 오는 친구들도 많았고 특별히 학업성취도(?)나 미래 진학(?)에 대한 고민을 그 시절에는 부모님이나 저희나
해본적이 없었던것 같아요. (물론, 서울의 특정 지역들은 그때부터 달랐을수도 있겠지만요.)

그런데, 내년에 곧 5살이 되는 아이의 선택지 앞에 흔히들 말하는 영유나 학원 뺑뻉이,
그 뒤의 초등학생때부터 어렵고 힘들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어떻게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다보니
너무 부모들이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미래에 대하여 과하게 걱정하는 경향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건 아닌지,
거기에 저와 제 배우자가 속하는 건 아닌지, 내 아이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게 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자주 되는 요즘입니다.

누군가는 미리 해서 나쁠게 무엇이냐 하고,
누군가는 미리 해서 성장과 발달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는거 아니냐며 과하다고 하고,

결국 선택은 부모의 몫이겠습니다만, 이러한 고민들을 해왔을 많은 부모들에 대하여 진심으로 존경심을 가지게 되는 요즘입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지나고 나서는 지금까지 그랬던것처럼 별것 아닌 시간일 수 있겠지만
내 아이에게 [올바른 모범]이 될만한 부모로서 저희 부부가 커간다는게 마냥 쉬운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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