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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6/06/13 23:38:00 |
| Name | T.Robin |
| Subject | 리쥬브 프로토콜: 30-2. make soooome NOISEE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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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쥬브 프로토콜
## make soooome NOISEEEE!
덩치 큰 리무진 버스에 사람과 짐들이 가득 찼다. 나이 지긋한 버스의 운전기사는 차례대로 버스에 올라서는 메이드들의 면면을 보고는 버스의 보관함을 뒤져 주황색의 소음 방지용 귀마개를 꺼냈다.
버스 안에서, 클로에는 한가운데 자리를 점유하고 자청하여 DJ 겸 MC가 되었다. 그녀는 버스의 엔진 소음을 잡아먹을 정도로 볼륨을 크게 올리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를 신나게 따라 불렀다. 어느새 아이덴티티가 되어버린 그녀의 철선은 '촥'하고 펼치는 소리와 손으로 두들기는 소리를 동반한 타악기로 변신했다. 그녀의 주변은 끊이지 않는 과자봉지와 수다로 둘러싸였다. 메이드들은 그녀와 함께 크게 웃었고, 마구 떠들었고, 먹은 과자 부스러기를 아무데나 털어내다가 주변의 다른 일행들과 장난스럽게 틱틱거렸다.
"나도 귀마개 남는 거 있으면 좀 달라고 할걸 잘못했나......"
맨 뒷좌석에서는, 줄리안이 축 늘어진 몸을 창문에 기댄 채 넋을 잃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힘없는 몸과 핏기 없는 얼굴은 휴가 전 밤새 모든 일거리를 마무리하고 다음날 모든 기력을 소진한 직장인의 수준을 넘어, 거대한 자연재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몰골이 되어 있었다. 하이톤의 기관총 수다는 음파 공격으로 변해 그의 귓속을 점령하고, 그 위의 대뇌 피질을 노리고 계속 위로 진군했다. 그러다 지쳐서 잠이 들려고 하면 클로에가 철선으로 큰 소리를 내거나 메이드들의 웃음소리가 빵 터졌다. 그때마다 잠들려던 그의 어깨는 움찔거렸고, 그의 한숨도 계속 늘어갔다.
줄리안의 옆에는 '조용하기'와 '못 놀기'로는 그와 동급인 것이 거의 확실한 루나가 자리했다. 몸은 뒷좌석을 타고 올라오는 엔진의 진동과 공명했고, 귓속은 앞쪽의 깔깔거리는 수다와 뒤쪽의 덜덜거리는 엔진 소리가 뒤섞였다. 그녀의 머릿속은 사방의 음파가 만들어내는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댔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가만히 앉아서 클로에가 즐겁게 노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괜히 억지로 끼어들어 봐야 분위기만 가라앉힐 게 뻔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섞이지 않는게 더 좋았다.
리조트에 도착해 버스에 내리자, 아주 작은 눈송이를 들이마시는 것 같은 차가운 공기와 희미한 솔방울 향이 온천의 유황 냄새와 뒤섞여 그들을 맞이했다. 산을 뒤엎는 거대한 침엽수림과 나무 위에 달려 반짝이는 가로등에 가슴이 뛰었다. 거대한 자연은 그 속에 존재하는 작은 인간을 압도했고,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아, 감상 끝나셨으면 다들 체크인하러 들어가요-."
엘레나는 그런 광경에는 익숙하다는 듯, 타이밍을 맞춰 얼어붙어 있던 메이드들에게 자연스럽게 신호를 보냈다. 메이드들은 자기 짐을 가지고 들어와서 객실 열쇠를 받고는, 룸메이트로 짝지어진 상대들과 수다를 떨며 로비를 가득 메웠다.
"앗, 저기 우리의 아빠, 마스터님이 계신다."
그리고 누군가가 일부러 국어책 읽는 목소리를 내며 줄리안을 가리켰다.
"아빠, 우리 선크림 바르는 거 꼭 챙겨주셔야 해요?"
"우리 밤에 재워주실 거죠?"
"아니면 제가 재워드릴까요? 저 자장가 잘 부르는데."
"얘, 너 남자 혼자 있는 방에 들어가려는 거야? 과감한걸?"
여기저기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줄리안은 체념한 얼굴로 저리 가라는 듯 손을 앞으로 휘저었다. 마가렛도 없겠다, 군단은 이미 첫 소풍에 들뜬 유치원생들마냥 통제 불능이었다. 뭔가 "다른 의미로" 위험이 느껴졌다. 그는 다짐했다. 난 방에서 잠이나 자련다. 밥먹을때 빼곤 밖으로 나오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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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에서의 첫날밤, 메이드 군단은 리조트의 지하 아케이드를 점령하고 사방에서 즐거운 폭동을 일으켰다. 일군의 여인들이 노래방 단체석을 가득 채우고 콘서트장 같은 환호성으로 온 지하를 울리며 존재를 과시했다. 누구는 이미 술에 취해서 노래방 중앙 무대에 있는 드럼을 아무렇게나 두들겨댔고, 다른 누구는 방에서 타악기를 열심히 두들기며 흥을 돋웠다. 클로에는 평소 땀흘리기를 좋아하는 두 무리인 '팀 필라테스'와 '팀 맨티스'의 방 사이를 오가며 마이크를 자기 멋대로 가로챘다. 그녀의 노래는 아무리 좋게 말해주고 싶어도 '잘한다'라는 단어에 조금 실례가 될 수준이었지만, 그녀의 춤과, 호응을 유도하는 기술과, 넘치는 에너지는 군단에 있는 모든 언니들의 광란 넘치는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거기 시끄러운 데서 졸지 말고! 이 클로에의 사랑 넘치는 특제 애교를 받아가세요!"
그리고 노래방 입구에서는 두 소녀가 클로에의 바쁜 발걸음을 구경하고 있었다.
"클로에가 많이 밝아졌네요."
"전 저런 모습밖에 보지 못해서...... 엘레나라고 했죠?"
"네. 클로에가 지금 다니는 학교로 전학 오기 전에는 가장 친했어요. 전 클로에가 사고 난 직후 모습밖에 기억하지 못하니까...... 제가 없는 동안 좋은 친구가 되어 주셔서 고마워요."
어색한 동질감. 오늘로 두 번째 보는 사이. 그리고 그들을 연결하는 하나의 단어. 클로에.
"제가 아는 클로에는 항상 밝고 힘찬 아이에요. 제 친구지만, 참 자유로운 영혼이에요. 제가 가지지 못한 걸 모두 가졌어요. 많이 부러워요."
"제 친구 클로에는 평소에는 어디에서나 섞이는 평범한 아이인데, 옳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되게 단호했어요. 처음에는 그게 마냥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고가 있은 후부터는 저도 생각이 많아졌어요."
둘이 알고 있는 클로에는 같은 클로에지만, 동시에 서로 다른 클로에였다. 내가 만나기 전의 클로에와, 나와 헤어진 후의 클로에.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클로에는 또 같은 클로에였다.
"생각해 봤는데요, 우리가 클로에와 서로 친하다면, 우리 서로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네? 아...... 네."
엘레나가 루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친구가 되어줘요, 루나. 좋은 사이가 되었으면 해요."
"네. 저도. 잘 부탁해요."
루나가 엘레나의 손을 잡으며 조용히 미소지었다. 엘레나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잠시동안 멍한 얼굴로 루나를 바라봤고, 루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눈만 깜빡였다. 클로에가 반한 미소라는게 이건가 보구나.
"얘! 둘이서 여기서 뭐해? 얼른 들어와 들어와! 나랑 같이 놀자!"
그리고 두 소녀를 이어준 그 장본인은 언제나처럼 분위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페이스로 두 소녀를 끌어들였다. 클로에는 루나와 엘레나의 손을 강하게 끌어당겨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환호성 소리가 가득한 단체방의 문을 열었다.
"우리 막내들 언니들한테 귀염받으러 왔어요! 잇힝-."
클로에는 마이크를 가로채고는 방 한가운데서 한쪽 발을 살짝 들며 윙크했다. 방 안에 있던 메이드들은 동경하던 아이돌 가수라도 만난 듯 사방을 울리는 커다란 '꺄아!' 소리로 답했다. 귀로 듣기엔 살짝 힘들지만 율동같은 안무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클로에의 독무대가 시작되었다. 몇 명의 메이드가 클로에와 함께 춤추며 백댄서가 되었고, 또 누군가는 남아있는 마이크를 잡고 그녀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방 안은 노랫소리와 박수와 탬버린과 각종 타악기 소리로 가득 찼고, 메이드들과 세 소녀의 얼굴은 크고 작은 미소를 띠며 밤하늘의 별빛처럼 반짝였다.
"노래 좀 못 부르면 어때! 언니들 모두 같이 메이크 써어어어어엄 노이즈으으으!"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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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었네......'
루나는 라운지 커피샵에서 차 한 잔을 들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메이드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같이 놀자고 하는 것은 기뻤지만, 정신줄을 놓은 듯한 노래방의 왁자지껄함에 익숙해지는 것은 전교 1등을 고등학교 내내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녀가 노래방에서 나올 때, 클로에는 의자 위에 올라가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선곡된 곡이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의 발라드였다는 점을 좀 짚고 넘어가고 싶긴 했지만, 그 어이없고 어색한 조합에 모든 메이드들이 배를 잡고 웃어대는 모습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다. 아니, 그 이전에, 그녀 자신부터 '풉'하고 새어나오는 실소(失笑)를 참기가 어려웠다. _뭐야 그게. 미치겠다......_
멀리 떨어진 창밖에는 조용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커다란 창을 가득 메운 눈발이 조용한 라운지의 음악과 어울려 마음에 평화를 가져왔다. 한동안 그녀는 창밖의 광경에 사로잡혔다. 창가 자리에 누군가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로.
'어라?'
그 또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듯, 턱을 괴고, 마치 굳어버린 것처럼, 계속 그대로 있었다.
"줄리안 님, 혼자세요? 같이 앉아도 괜찮을까요?"
"네? 아, 네......"
줄리안은 루나를 힐끗 바라보고는 자세를 고쳐 바로 앉았다. 그는 루나가 아직도 어색한 듯 눈만 껌뻑이고는 접시에 있는 초콜릿에 손을 뻗었다.
"왜 혼자 계세요? 다들 모여서 즐겁게 놀고 계신데요.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노래방이라던가, 음주라던가, 이렇게 같이 어울려 노는 거하곤 영 거리가 멀어서요. 제가 가봐야 괜히 분위기만 죽습니다. 평생 계속 일만 하고 살아오다 보니까, 논다는 게 뭔지 기억도 잘 안 납니다. 루나 양은 저처럼은 되지 마세요."
그는 초콜릿의 씁쓸함을 온 입모양으로 표현하며 고개를 창가로 돌렸다. 루나는 그에게 미소짓고는, 두 손을 무릎 위에 다소곳이 올린 채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멀리 있는 벽난로에서 타닥거리는 장작 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이렇게 조용히 있을까. 하지만, 아무리 조용한게 좋더라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건 역시 어색했다.
"음...... 줄리안 님."
"네?"
"예전부터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어요. 혹시 지금 말씀드려도 될까요?"
"예. 뭐든지."
그의 목소리는 항상 일정했다. 너무 일정해서 기계가 내는 소리 같았다. 높낮이도 없고, 길고 짧음도 없다.
"고맙습니다."
"네. 뭐......"
그는 그저 시큰둥하게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갑자기 무조건 고맙다고 하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요?"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겠죠?"
"그 이유, 알고 싶지 않으신가요?"
"짐작 가는 건 몇 가지 있습니다만, 그걸 제게 말해준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루나는 살포시 미소짓고는 눈에 힘을 주었다.
"마가렛 메이드장님이 가끔 이사장실 들어갔다가 나오시면 답답해하시더니만, 왜 그러셨는지 알 것 같네요."
"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순간, 마가렛이 그녀의 몸에 빙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축 늘어지고 쉬러 왔는데, 여기까지 와서 잔소리 대잔치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차량부터 일정에 소품까지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신 것 알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창밖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길게 늘어진 산맥의 끝자락만큼 긴 '후-' 소리가 들렸다.
"루나 양, 나는 한 게 없습니다. 겪어봐서 알겠지만, 전 숫자와 로직으로만 움직이는 사람이에요. 감사 인사를 받을만한 '인간적인' 일은 한 적이 없습니다. 이 리조트도 엘레나의 부모님이 준비하셨으니까 온 거지, 전 이런 비슷한 것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여기 오는 리무진 버스조차 마가렛이 알아본 거에요. 벽난로도 있고, 눈도 오고 하다 보니 감상적이 된 것 같은데, 감사의 말씀은 이따가 엘레나의 부모님에게 해 주시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따뜻함 이런건 뭐 됐습니다. 이것도 메이드들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승인한 거에요. 저는 극단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할 뿐입니다. 연민이나 공감 같은 걸로 착각하지 마세요."
루나는 그의 입술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의 입술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의 거짓말도 함께 읽을 수 있었다. 파고들면 의외로 재미있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는 굉장히 재미없겠지만. 지금 그녀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자기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행복 가득한 진실된 미소를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줄리안은 눈동자만 살짝 돌려 그녀를 힐끔 보고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은 고요했고, 산맥은 그대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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