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2/15 15:02:08
Name   전크리넥스만써요
Subject   아이를 포기하니 생기는 장점에 대한 소고
꽤 오래간 사귄 동갑내기 여자친구가있다. 사랑과 애틋함을 지나 의리로 만나는 사이
(누군가는 그 정도면 전우애에 가깝다고 하더라)




뜨뜻한 국물속에서 불어가는 오뎅마냥 둘다 나이도 차 오르고 양가에서 결혼하고 애 낳으라는 압박을 수시로 받다보니

이제는 좀 현실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게 되었다.




양가에서 그렇게 결혼해라 결혼해라 하지만 막상 부모님버프받아서 전세집은 고사하고 결혼식비용도 해주실 능력은 안된다.

온전히 우리 둘이서 해결해야할 상황이다. 사실상 부모님에게 기대할 수 있는건 전혀 없는상황.




둘다 그냥 저냥한 회사 다니면서 월 수입 합치면 350정도. 뭐 이 정도면 둘이 사는데는 전혀 지장없다. 오히려 풍족하다.

여기에 부모님버프로 전세집하나 정도 있으면 딱 좋으련만 그건 계산에 없는 이야기다. 그냥 월세로 간다.




주변사람들 보면 아파트가 편하다 편하다 하는데 우린 아파트 관리비가 더 무섭다. 무슨 아파트 관리비가 원룸월세만큼나오나;;;;

딱히 아파트의 편의시설에 관심이 가지도 않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파트는 매우 비싸다. 그나마 저렴한. 할아버지 연식쯤

되시는 오래된 아파트는 아무리 리모델링한다고 해도 싫다. 분명 녹물이 나오고 중앙난방일 것이다.

왜냐? 내가 지금 그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있거든. 더불어 겨울만 되면 매달 날아오는 중앙난방비 고지서는 한겨울 바람보다 더 으스스하다.




집은 적당히 투룸정도에서 월세로 시작해도 충분할 거 같다.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남들 보는 눈치도 있고 결혼한다면 으리으리한 아파트에서

시작하고 싶을텐데 괜찮단다. 말만이라도 감사하다. 그래서 살림은 내가 한다. 아니, 그간 해왔다. 앞으로도 영원히.




주택구입자금 대출?? 글쎄... 딱히 둘다 집욕심도 없는데 몇억씩 대출받아서 20년간 한달에 은행으로 100만원가까이

상납해야하는 삶은 두렵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데 20년간 무슨일이 일어날줄 알고. 전세자금대출정도만 해도 땡큐일거같다.




자, 집은 이렇게 해결이 되었고, 출산을 생각해본다.

생각해본다... 생각해본다... 답이 안나온다.

당장 임신을 하게되면 임신한채로 여자친구는 회사를 다녀야할텐데 마음이 좋지 않다,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 출산휴가쓰는게

어디 보통일인가. 그건 '나 이제 회사 그만 둘라요~'할 때나 되야 쓸 수 있는 휴가인 것을.




뭐 어찌저찌 출산했다치자, 눈이 휘둥그래지는 산후조리원 가격은 뭐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 것인가? 검색을 해본다.

지옥이란다. 낮밤을 안가리고 울어제끼는 아이를 두고 부부가 맞벌이?

오우 지져스. 전날 과음만해도 가을들녘 고개를 숙이며 익어가는 벼마냥 하루종일 회사에서 겸손히 머리를 조아리기 일수인데

그걸 매일 반복할 수도 있단다.




좀 더 검색해보니 테크트리는 이렇다.

일단 맞벌이로 애를 본다. 아이때문에 피로는 둘다 누적되어간다.

주말? 그런거 없다. 육아는 전투다. 각개전투! 친정or시댁 그 누구도 애를 편히 봐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럼 베이비시터? 주간에만 봐주는데도 조선족 아주머니는 100, 한국인 아주머니는 130~150. 살림은 옵션에 없다. 별개다.

퇴근하고나면 애보고 살림하고 밤에 잠 못자고 칭얼대는 애 데리고 씨름해야한다.

그 돈이면 그냥 애엄마가 회사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는게 낫다.

그러면 난 외벌이가 된다.

이 험한 세상 외벌이라니. 거기에 식구가 늘었어!




실제 이 테크타고 있는 친구를 보면 수당 몇푼 벌자고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하는데 보고있으면 애잔하다.

근데 이게 내 미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아찔하다.




그냥 아이는 낳지말자 합의를 본다. 둘다 딱히 아쉽거나 하진 않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지금처럼 전우애를 굳건히 다지면서,

설레임은 없지만 재미지게 살아보자 다짐을 해본다.




순서가 뒤 바뀌긴했지만 다시 역으로 올라가면 생각해보니 애가 없으면 딱히 큰집도 필요없고 학군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둘이서 편하게 살면서 직장다닐 수 있는 집이면 족하다. 맞벌이하면서 아이때문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다.

노년에 외로울꺼다라고 하는데 글쎄... 어차피 자식있어도 성인되면 외로워지는건 매한가지 같은데...

그럴바에 서로를 자식키운다 생각하고 사는게 더 낫지 않을까. 돈 열심히 모아서 누구 하나 저 세상가면 실버타운들어가야지...
혹시 모르지 이쁜 할멈만나 재혼할 수도.







ps.
애는 지 밥숫갈 물고 태어난다 (엄마, 그 소리좀 제발 하지마요. 우리애는 흙of흙수저라고.)
우리때는 다 혼자벌어서 가족 먹여살렸어 (아빠, 그때 새우깡/월급이랑 지금 새우깡/월급이랑 비교 좀 해봐요)
애 낳으면 다 키워줄테니깐 일단 낳기만 해 (아이고 장모님ㅠ 허리도 안좋으신데 애 보시다가는 수술 또하셔야합니다;;;)


ps2. 그... 거시기... 고자되는 수술 많이 아픈가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801 일상/생각그냥 뽐뿌 와서 산거... 5 세계구조 15/12/17 5266 0
    1792 일상/생각서울대 A+의 조건 44 J_Square 15/12/16 7466 0
    1782 일상/생각인용의 실패와 승리, 두 정치인의 경우 9 moira 15/12/15 7479 15
    1778 일상/생각변했을까? 2 레이드 15/12/15 4457 0
    1777 일상/생각아이를 포기하니 생기는 장점에 대한 소고 24 전크리넥스만써요 15/12/15 6093 0
    1776 일상/생각바보 크리스마스 8 OshiN 15/12/15 5183 5
    1769 일상/생각집으로 가는길 6 Beer Inside 15/12/14 9499 1
    1761 일상/생각늦깎이 사이버대학생의 마지막 시험. 18 천무덕 15/12/13 7174 3
    1740 일상/생각가스건조기에 대한 고찰 2 전크리넥스만써요 15/12/09 6180 0
    1739 일상/생각짤막한 사랑 15 나쁜피 15/12/09 5158 0
    1714 일상/생각베란다 사진가 12 F.Nietzsche 15/12/05 5293 3
    1710 일상/생각인증 및 늦깎이 취준생의 흔한 징징글 20 와우 15/12/05 6820 2
    1680 일상/생각동국대 학생 48일 단식과 평화시위 3 nickyo 15/12/01 5128 8
    1661 일상/생각카톡이 렉이 걸렸네요. 22 얼그레이 15/11/30 6577 0
    1654 일상/생각안녕하새오. 문이애오. 7 얼그레이 15/11/29 6573 0
    1653 일상/생각기인 큰아버지 15 까페레인 15/11/29 5070 1
    1650 일상/생각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보면서 떠올리는 잡상 26 Raute 15/11/28 7145 0
    1646 일상/생각심심해서 써 보는 에어컨 팔았던 이야기.+잡담 12 realise 15/11/27 4483 1
    1642 일상/생각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지!! 16 세상의빛 15/11/27 6241 0
    1633 일상/생각아버지의 다리가 아픈 이유는 22 YORDLE ONE 15/11/25 10037 16
    1632 일상/생각큰 고민중에 있습니다. 6 쉬군 15/11/25 5101 0
    1612 일상/생각태어나 이렇게 열뻗치는 드라마는 처음... 11 눈부심 15/11/22 6398 0
    1602 일상/생각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한 대법원 전원 합의 판결 기념 잡상 11 Beer Inside 15/11/20 5129 0
    1599 일상/생각노동자 잔혹사 11 nickyo 15/11/19 5623 13
    1595 일상/생각서른 둘. 이 녀석이 제게도 찾아왔네요. 14 의정부문프로 15/11/19 7726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