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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2/22 16:01:43
Name   nickyo
Subject   안철수, 시민, 쌍용차.
쌍용자동차 노조 투쟁 일지

2008년
10월 22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비정규지회가 설립됐다.
10월 27일 노조 집행부-사측이 전환배치와 비정규직 347명 강제 휴업에 합의했다.
11월 5일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 330명 강제휴직 및 희망퇴직을 유도했다.
11월 25일 사측이 노조에 복지사항 전체중단과 연월차수당 지급 보류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12월 10일 노조가 복지 혜택의 일방적인 중단에 항의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12월 30일 사측이 '위기 극복을 위한 전 임직원 결의문' 강제 서명을 시작했다.

2009년
1월 6일 노조가 임금 체불에 대해 노동부에 진정을 넣고, 세명의 쌍용차 대표 (최형탁, 장하이타오, 란친충)를 근로기준법 43조 위반으로 고발했다.
1월 9일 상하이차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월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명령을 내렸다. 법정과리인으로 이유일과 박영태를 선임했다.
3월 2일 특별단체교섭(7차 교섭)에서 사측이 더 이상의 안은 없다고 선언했다,
3월 9일 비정규직 노동자 35명이 해고통지를 받았다.
4월 8일 사측이 2,646명 감원, 신차 C-200과 관련해 300~400여 명 순환휴직 실시, 운휴자산 매각 등으로 단기 유동성 확보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날, 비정규직 노동자 오모씨가 자살했다.
5월 4일 서울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명령을 내려 노사 특별단체교섭을 통한 문제 해결을 권고했다.
5월 6일 사측이 쌍용차지부 간부 11명을 고소, 고발했다.
5월 8일 사측이 노동부에 2,405명 정리해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5월 13일 김을래 부지부장, 김봉민 정비지회 부지회장, 서맹섭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이 평택공장 70미터 굴뚝농성에 돌입했다.
5월 22일 공장 점거 총파업에 돌입했다.
5월 27일 조합원 엄모씨가 신경성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6월 11일 조합원 김모씨가 구조조정 압박과 관제데모 강요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허혈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6월 21일 하청업체 노동자였던 장모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했다.
6월 27일 용역, 구사대, 경찰의 공장 진입 시도로 부상자가 많이 발생했다.
7월 2일 희망퇴직자 김모씨가 자신의 차 안에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
7월 3일 사측이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 등 62명을 고소했다. 법원이 강제집행을 개시했다.
7월 20일 점거 농성 중인 공장에 34개 중대와 장비를 동원한 경찰병력이 투입됐다. 같은 날, 지부 정책부장 아내 박모씨가 파업 장기화로 인한 우울증을 앓다 자살했다.
7월 23일 ILO(국제노동위원회)가 긴급 개입해 이영희 노동부 장관에게 우려를 표명하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요구했다.
7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점거 농성 중인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식수, 의약품을 반입하도록 하는 긴급구제를 권고했다.
8월 6일 사측과 노조가 무급휴직 48%, 희망퇴직 52%에 합의하고, 조합원들이 공장에서 나왔다. 경찰은 96명을 연행하고, 200억 원이 넘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8월 22일 조합원 천모씨가 경찰의 강압 조사로 인해 자살을 시도했다.
9월 14일 쌍용차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9월 15일 조합원 이모씨가 경찰의 강압 수사로 인해 자살을 시도했다.

2010년

2월 20일 재직자 김모씨가 자신의 차에서 연탄가스를 피워 자살했다.
4월 25일 조합원 고 임모씨의 아내 최모씨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5월 4일 조합원 최모씨가 분사한 시설 팀에서 무리하게 노동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7월 9일 이모씨가 파업 후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7월 10일 희망퇴직자 계모씨가 집에서 파업 상태를 지속하는 착각에 빠지는 등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11월 19일 희망퇴직자 김모씨가 '쌍차 출신' 이라는 이유로 실업 상태가 장기화되던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12월 14일 중증장애인이자 희망퇴직자인 황모씨가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2011년

1월 13일 희망퇴직자 서모씨가 평택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제도에서 용접 일로 생계를 꾸리던 중 차 안에서 연탄가스를 피워 자살했다.
2월 26일 무급휴직자 임모씨가 아내의 자살 뒤 두 자녀와 함께 가정을 꾸려오다가 수면 중 돌연사했다.
2월 28일 희망퇴직자 조모씨가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
3월 14일 법원이 쌍용차 회생절차 종료를 선언했다.
5월 10일 희망퇴직자 강모씨가 다른 공장의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10월 4일 재직자 고모씨가 차에 연탄불을 피워 자살했다.
10월 10일 희망퇴직자 김모씨가 대인기피증 등을 앓다가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11월 8일 재직자 윤모씨가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11월 10일 희망퇴직자 차모씨의 아내 오모씨가 우울증에 시달리던 중 기도가 막혀 사망했다.
12월 7일 쌍용차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해고자 복직 투쟁 승리를 위해 평택공장 앞에서 희망텐트 농성에 돌입했다.


2012년

1월 20일 희망퇴직자 강모씨가 두 번의 해고로 인해 우울증을 앓다가 집에서 자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2월 13일 희망퇴직자 민모씨가 당뇨합병증으로 사망했다.
3월 30일 조합원 이모씨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4월 5일 쌍용차 희생자 추모 분향소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했다.
4월 18일 쌍용차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판결에 대한 항소가 기각됐다.
7월 1일 한진중공겁 정리해고에 맞서 크레인 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쌍용차 평택 공장에서 부산까지 '소금꽃 찾아 천릿길' 행진을 했다.
8월 4일 한상균 전 지부장이 석방되었다.
10월 8일 희망퇴직자 한모씨가 당뇨합병증으로 사망했다.
11월 19일 김정우 지부장이 단식농성 41일째에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11월 20일 문기수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 한상균 전 지부장이 평택공장 앞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2013년

1월 9일 조합원 류모씨가 경기 평택공장에서 자살을 시도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사망했다. 같은 날, 평택공장 전라인의 잔업과 특근이 재개됐다.
1월 10일 쌍용차 노사가 무급휴직자 전원 복직에 합의했다.
2월 15일 서울남부지법이 무급휴직자 461명 가운데 245명이 낸 임금 지급 청구소송에서 "쌍용차는 밀린 임금 중 127억 원을 지급하라" 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4월 4일 서울 중구청이 대한문 앞 농성장을 10분 만에 기습철거하고 그 자리에 묘목을 심었다.
4월 8일 남대문경찰서는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김정우 지부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5월 9일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이 건강 악화로 송전탑에서 내려왔다.
6월 2일 2009년 회계 조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새로 제시됐다.
9월 10일 쌍용차 범대위와 쌍용차지부가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9월 30일 21일간의 집단 단식농성을 끝냈다.
11월 29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이 쌍용차지부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소송에서 노조가 회사에 33억 1,140만원, 경찰에 13억 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4년

1월 24일 회사와 정부의 '손해배상 소송 폭탄'이 노동자의 생존권과 단결권을 위협함에 따라 그 대책 마련과 정책 개선을 위한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 모임이 출범했다.
2월 7일 서울 고등법원이 정리해고자 153명이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던 원심을 깨고 해고 무효 판결했다.
4월 23일 창원공장 해고노동자 정모씨가 경남 창원시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6월 26일 김득중 노조위원장(지부장)의 7.30 평택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11월 13일 대법원이 지난 2월 해고무효확인 소송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원심파기환송 판결했다.
11월 15일 '쌍용차 투쟁 2000일, 함께!' 집회를 열고 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12월 13일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쌍용차 평택공장 안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12월 13일 같은 날, 해고 노동자 박모씨가 간암으로 사망했다.
12월 22일 대법원이 2009년 대량해고 당시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 9명 해임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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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2일 쌍용차지부는 공장 점거 파업에 돌입한다. 노조의 자구안과 대화 요청에도 불구하고 불도저식으로 밀어 붙이는 사측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방법은 파업뿐이었다. 파업은 우리가 공세적으로 택한 공격의 수단이 아니라, 몰릴대로 몰려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수세적인 저항 수단이었다.

하루아침에 동료 3000명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공장 안 노동자들이었다. 눈치는 비굴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자기 논리를 제공했다. 악착같이 공장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지난 파업과 해고자를 보면서 몸으로 알고 있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노조 무력화는 전국적으로 확대됐고 기업노조를 세우며 완성해가는 과정을 밟아나갔다. 쌍용차는 기업노조로 가는 길의 모범답안이었다.

파업이 끝난 1년 후인 2010년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민주노총을 탈퇴해 쌍용차 기업노조가 만들어졌다. 노동 강도가 올라가고 조립라인에서 부당하게 이뤄지는 관리자들의 간섭에도 대의원이라는 사람들조차 꿀 먹은 벙어리였다. 탄압은 교묘하게 이뤄졌고 현장 노동 강도는 두세 배로 치솟았다. 그러나 일할 수 있다는 그 단순성과 모든 것이 빠르게 교환되고 있었다. "힘들어? 그러면 관둬! 대기하는 사람 많아."

해고가 경제적 관계의 단절뿐만 아니라 사회 심리적인 문제까지 포함하는 문제임을 심리치료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아빠가 아직 일어나지 않으셨나?" 18세 아들이 흔들어 깨운다. 기척이 없다. 또다시 흔들어 깨운다. 순간 아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작년의 기억이, 작년 4월 25일 어머니의 죽음이 가슴속에 쿵하고 떨어진다. 결국 아빠는 일어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쌍용자동차 무급자(1년 뒤 복직 예정자) 임씨는 그렇게 세상을 등졌다. 아내가 모질게도 10층 베란다에서 뛰어 내리던 그 순간을 지키지 못한 사내의 아픔과 고통을 가슴 속 납덩이로 남긴 채, 고등학생과 중학생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더는 보지 못하는 아픔을 우악스레 움켜쥔 채 모질게 세상과 이별했다. 쌍용차는 09년 파업을 종료하며 8.6 노사대타협의 결과물로 무급자에 한하여 1년 뒤 순환 복직한다는 조건을 합의했다. 그러나 1년이 경과한 뒤 쌍용차 측은 '복직 계획이 없다'는 버티기로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속이 쌔까맣게 타들어 간다는 임씨는 자살이 아니라 심장이 타버려 움직이지 못해 죽었다.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의 죽음이 벌써 열다섯 번째다. 열다섯 번째의 죽음? 이것도 거짓말일수밖에 없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희망퇴직자들이 2,150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남은 2,150명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남는다는 것은 정말 살아 있는 것일까? 그저 버티는 게 정말 사는 걸까?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을 읽었다. "연민은 변하기 쉬운 감정이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런 감정은 곧 시들해지는 법이다" ,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김진숙의 고통을 바라보면서, 나는 '연민'을 '고통을 주는 자에 대한 분노'로 바꾸어 생각했다.
책은 이렇게 이어진다. "우리의 특권이 (우리가 상상하고 싶어하지 않는 식으로, 가령 우리의 부가 타인의 궁핍을 수반하는 식으로)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나의 20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똑똑하다. 높은 학점과 토익, 토플 점수는 물론이고 갖가지 어학연수와 사회활동, 인턴 경력 등으로 눈부신 스펙을 쌓고 있다. 그런데도 학교 밖을 나가는 순간 견고한 벽 앞에서 무력하게 무장해제당한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조현오 경찰청장은 현재의 시위대응방식을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는 09년 8월 쌍용차 파업 당시만 해도 경기지방경찰청장이었으며 파업 이후 '성공한 작전'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경찰청장이 되었다.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경찰의 공권력 남용 사례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지경이다. 특히 사권력인 용역, 구사대의 폭력은 무시하고 사용자쪽의 시설보호를 위해서만 경찰력이 출동하는 것은 일상이다. 그는 자신의 소중한 부하인 경찰이 누구도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피부가 녹아내리는 최루액을 헬기를 통해 폭탄 떨구듯이 던졌고,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쌍용차 투쟁은 화염병과 쇠파이프와 온갖 흉기들이 난무한 파업이었다. 그런데도 진압과정에서 노동자가 천장에서 추락하고, 다리, 팔이 부러지고 쇠공과 고무공 새총에 머리가 깨졌다. 화학 도료공장에는 인화와 폭발의 위험이 컸는데도 조현오의 부대는 막무가내였고, 그 치열한 전쟁같은 상황에서도 공장의 불을 끈 것은 파업하던 노동자들이었다. 폭력은 누구의 것인가, 폭력은 공세의 수단이었나 아니면 수세의 수단이었나. 피부가 녹아내리는 발암물질 덩어리의 최루액 폭탄과 밤새 잠을 못자게 하는 방패소음과 사측의 음악소리, 가스와 전기와 물과 식량, 의료진을 모두 고립시켜 한 여름 공장을 인간지옥으로 만든, 새총과 그라인더로 갈린 컨테이너와 철저한 장비들로 무장한 편파적인 공권력 앞에서 자신들의 생존권 조차 요구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화염병과 쇠파이프는 그렇게도 잔인한 것이었나.


지난 대선이 생각난다. 모든 후보들이 쌍용차 문제 정상화를 얘기했고, 정직한 새정치를 떠들며 다시 신당을 만들겠다던 우리의 안철수도 거기에 있었다. 쌍용차 분향소를 찾고 전태일 열사를 찾던 사람들의 정치는 지금 어디에있는가. 노동개악을 막겠다던 안철수가 있긴 했나? 운동권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 떠드는 안철수가 한 때 쌍용차 노조 기획실장 이창근씨를 팔로우해가며 '친노동'이라 분류받고 비판받을때의 허탈함이 떠오른다. 고작 '팔로우'정도 했다고 '친노동'이란다. 피를 질질 흘려가며 목숨으로 싸운 사람들에게 '팔로우'면 친노동이라. 거기에 왔던 그 어떤 정치인도 지금 쌍용차를 해결하려 노력한 사람이 누가 있었나. 심지어 현 대통령은 오히려 더 악화를 시켰지 절대 해결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나는 그래서 안철수를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믿지 않는다. 그로부터 3년, 당신은 새정치의 판을 만든답시고 세치혀를 놀리는동안 또 다른 사람은 죽어갔다. 당신의 혓바닥이 당신이 지키려고 약속했던 사람의 삶보다 무거웠던 세월을 두고 '믿으라'며 신당창당이니 정권교체니 하는 기만은 대체 어디에 세워진 믿음인가.


쌍용차 문제는 한국에 있어서 21세기에 가장 복잡하고 두드러졌으며 역사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많은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정리해고의 정당성과(고법에서는 해고는 부당했다 하였고 대법에서는 이를 파기환송하였다. 결국 쟁점은 검찰과 사측의 회계증거를 받아들이느냐, 노측의 회계증거를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갈라진다)정리해고가 갖는 현실적인 그림자들, 현대사회에서 '일자리'라는 것이 갖는 사회적 관계와 경제적 관계, 개인의 삶에 대해 끼치는 커다란 영향, 그리고 철저하게 발전한 시위와 쟁의를 부수는 방식들. 더욱 더 폭력적이면서도 더욱 더 합리적인것처럼 만들어내는, 그리고 이 모든 쟁의의 권리를 유명무실한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교묘한 탄압, 공포, 회유, 그리고 손배소와 법정, 이 모든 것에서 기울어진 삶의 '시간'. 누구는 배부르고 등따시게 이 시간을 넘기고, 누구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추운 길바닥에서 얼고 싸우기 위해 생존하는 동안 건강이 상해 죽어가며 버텼던 2천일의 시간들. 대법원 재판장의 사측 변호원단에 전관예우를 받을 대법출신 변호사가 즐비했던 마지막 공판과, 너무나 초라했던 노조측 변호인의 싸움. 고법에서 인정되었던 증거물들이 모두 반려되고, 부정당했던 검찰과 사측 증거자료만 채택되었던.. 어디에도 약자에 맞춰지는 평등정도가 아닌 그냥 기계적 '평등'조차 교묘하게 법리로서 가려진 그늘들. 적당한 지식과 적당한 권위만 있다면 얼마든지 사정에 의해 말이 바뀔 수 있는 '법리'라는, 아주 논리적인듯 하지만 아주 정치적이었던 과정들이 얽히고 섥혀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정리해고제도에 대한 것과, 비정규직에 대한 것과, 노동기본권에 대한 것. 그리고 쌍용차가 기획부도라고 공격받는 과정에서 '경영상의 긴박한 필요에 의해' 진행된 정리해고가 어째서 '자산매각'이나 '직원 자체 출자' '순환근무제' '연봉 감소 및 각종 복지 성과금 반납' '자회사 차 타기 운동' 이외에도 많았던 자구책들을 전부 검토조차 하지 않고 법정관리부터 해야만 했는지를 밝혀내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 26개의 세계가 끝장났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을때, 2만여명의 사망자에 대해 기타노다케시라는 연예인이자 영화감독은 '2만명이 죽은게 아니라 2만개의 세계가 끝장났다'고 이야기했다. 쌍용차노조에서 알게 된 죽음만 26개이고, 그 26개의 세계가 끝나며 무너진 다른 이들의 세계는 얼마나 많았을까.

해고자는 선의로 이뤄지는 모든 행위 앞에서는 불편한 마음이 있어도 웃어야 한다. 웃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거나 옹졸함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기쁘지 않지만 기뻐해야 하고 즐겁지 않지만 즐거워해야 하는 어떤 패턴이 언젠가부터 해고자들에게 생겨났다. 연대가 끊긴다는 이유로 내부 얘기가 공론의 장으로 나오는 것은 차단된다. 노동 문제는 일반적 수준에서 수박 겉핥기로 논평되고 자연스럽게 그 대열에 편승하게 만든다. 온갖 평론가들이 각자의 언어로 난도질하고, 온갖 동정과 연민이 연대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억압과 겁박을 일삼는다. 이미 죽음으로 친우를 잃어간 사람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며 기다리라며 또 다시 인고의 시간을 권한다. 타인의 입맛에 철저하게 길들여지는 해고자들의 주권은 어디에 있던걸까. 우울증임에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두고 '가면우울증'이라 부른다. 끝 모를 싸움을 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잣대와 기준을 강요하며 자신들은 절대 그 싸움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화를 낼수는 없다. 물고 뜯고 씹더라도 말을 해줘야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비열하고, 비겁한 이들의 즐거운 아는체 놀이는 그렇게 끝이 없다. 세련됨이니, 제도니, 정치니, 법이니, 자신들만이 아는 그런것들이 어딘가에 딱 정답으로 있는 것처럼. 그런게 있었다면 공장 천장에서 떨어져 척추가 부서지는 사람같은게 있었을까? 아이큐가 250쯤 되는 사람인가했다. 그렇게 떠드는 모든 사람들이.


현재 쌍용자동차 노조문제는 다시 고등법원에서 치열하게 법리중이다. 그러나 이렇게도 '일하는 이들에게' 잔인한 사회에서 과연 어떤 법리가 어떤 입장에서 세워질 것인가. 입장에서 자유로운 법리따위는 없다는 것이 매일같이 증명되는 사회에서 이 문제의 최종심급을 정하는 것이 이리도 불완전한 법이라는것이 더욱 슬프다. 7년, 이제는 8년에 접어들어버릴 기나긴 싸움. 한 삶에 있어서 8년이라는 세월이 갖는 무게를 생각한다. 어쩌면 당신의 전쟁이 아니라 나의 전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누군가의 입에서 입으로 너무나 험하게 굴려진 사람들. 지금의 노동문제에 산발해있는 갈등과 사회의 시선, 공권력의 폭압을 노골적으로 견뎌야 했던 참상. 한쪽에서는 '성공한 작전'이 되어 영전하고, 또한 그것이 기록에 남아 전략으로 고려된다. 어느샌가 '노조'는 더 이상 시민도, 인간도 아니게 되어버린 걸까. 금속노조, 민주노총 같은 '외부세력'은 언제나 공공연한 언어폭력의 대상들이다. 정작 곁에서 피흘리고 없는 돈 긁어 생계비 지원해가며 '살게 해준'사람들은 이런 욕설에도 자기반성을 해가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시민사회의 의견을 끊임없이 수용하고자 애쓰고 내부적으로도 갈등하고 화내가며 싸운다. 그러나 여기에 키보드 몇 글자의 관심만 있던 이들은 시어머니 그 이상이 되어 '살게 해주는'데는 전혀 관심도 없고 '싸우게 해주는'데는 알아서들 해봐라 정도의 관중석에서 느긋하게 별점을 매긴다. 그 별점에 누군가가 또 죽어도.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치에서도, 노동계에서도, 해고계에서도, 사용자계에서도. 우리에게서도. 나는 묻고싶다. 당신은 무엇을 씹어삼키고 무엇을 편들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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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이창근의 해고일기 이창근지음, 오월의 봄 출판 이라는 책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http://77days.tistory.com/
위는 [당신과 나의 전쟁] 이라는 쌍용차 다큐영화의 공식 홈페이지입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곳이 인터넷에는 마땅치 않고 관련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dvd 구매에 관심 있으신분은
http://shop.kifv.org/
독립영화 웹스토어에서 구매가 가능합니다. 저는 이 단체와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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