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2/23 18:50:34
Name   선비
Subject   [9주차 조각글] 경제적인 아침식사
조건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 글을 써주세요.
1. 음식을 먹는 장면이 들어가야 합니다.
2. 다음에서 제시하는 상황 중 하나 이상을 골라 이야기의 중심으로 삼아 주세요.
-1. 떠날 준비를 하는 상황
-2. 신체적 문제로 불편해하는 상황
-3. 길을 잃고 헤매는 상황


--------------------------------------------------------------------------------------------------------------

  경제적인 아침식사



   아침엔 우유에 밥알들을 말아. 그러면 밥을 빨리 먹을 수 있어. 허연 것들에 허연 것이 묻는다. 대중없이 밥알들을 떠서 넘긴다. 오늘도 엄마의 목소리만 분명하게 들린다. 오늘은 어딜 나갈 거니?
   엄마 나는 백수예요. 나갈 데라곤 아무 데도 없다고요. 그렇지만 종일 집에만 있을 순 없어.
   옷을 챙기며, 아무래도 어디라도 나가야겠다. 담뱃갑 안에는 담배 세 까치. 하나를 꺼내 불을 붙인다. 그리고 지하철 2호선을 탄다. 2호선은 순환선, 왕십리에서 사당까지 간다.
   성냥갑들, 바쁜 직장인들. 다들 분명 아침인데, 나는 몇 시일까? 약간의 시차를 느낄 때쯤 지하철은 도착한다. 사당역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어.
   카페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성탄이 가까워도 커피는 여전히 이천오백 원이다. 아메리카노를 시켜 자리에 앉는다. 노트북을 열어도 할 것이 없어. 아빠는 항상 생각을 넓게 가지라고 했다. 커피 잔 속에는 검은 아프리카가. 나는 수천 키로미터를 천천히 들이킨다. 커피를 아무리 천천히 들이마셔도 내 하루는 더 느리지. 그렇지만 나는 시간을 믿어. 느린 하루로만 삼십년 가까이 살아왔다.
   별 수 없이 따뜻한 카페를 나와 길을 걷는다. 편의점에 들어서자 아르바이트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글쎄, 별일이 없으면 안녕한 거겠지. 이거 주세요 하고 담배를 산다. 빈 속에 담배를 문다. 담뱃잎을 기르는 사람들은 얼마나 벌까? 나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것을 골골 떠올린다. 속이 꼬일 때까지 담배를 피우며.
   주머니 손에 넣고 사람이 별로 없는 거리 쏘다니다가,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돌아가기로 한다. 하지만 내일도 시간은 있으니까. 충분히 내년을 걱정할.
   지하철 2호선은 순환선, 사당에서 왕십리까지 순환한다. 남은 담배를 헤아리다가 하루가 흐르고 지하철은 도착했어. 슈퍼에 들려 또다시 우유를 산다. 안녕하세요? 내일 떠넘길 밥알들 생각하며.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476 기타죄송합니다. 35 세인트 16/08/08 6001 7
    3883 일상/생각본인사진 인증과 그에 따른 불편함 들여다보기 20 Toby 16/10/12 6001 7
    4374 문화/예술기원전 1500년 경 이집트의 시 43 눈부심 16/12/14 6001 6
    4802 일상/생각조금 달리 생각해보기. 9 tannenbaum 17/02/07 6001 6
    6934 정치법무부vs기재부, 누가 거짓말을 했나 9 제로스 18/01/12 6001 8
    8516 기타관계에서 감정의 양을 정량화 할 수 있을까? 9 곰돌이두유 18/11/13 6001 0
    12496 IT/컴퓨터컴린이의 컴 오래쓰는 법? (소프트웨어 & 물리) 18 Groot 22/02/07 6001 8
    8337 스포츠[사이클] 2018 시즌 결산 - 2. Team Sky 3 AGuyWithGlasses 18/10/08 6002 1
    8417 사회뉴욕과 워싱턴에서 폭발물을 이용한 연쇄 테러 시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1 키스도사 18/10/25 6002 0
    10424 게임둠 이터널 리뷰 저퀴 20/03/24 6002 6
    10788 기타요즘 보고 있는 예능(7) 2 김치찌개 20/07/16 6002 1
    11525 도서/문학유원경몽 遊園驚夢 (화원을 거닐고, 꿈에서 깨다) 中 9 celestine 21/03/27 6002 9
    12676 게임월간 스타여캠 4월호 (홍터뷰A/S) 12 알료사 22/03/27 6002 18
    1958 기타2016년 스타트! 장기 묘수풀이 <28> (댓글에 해답있음) 6 위솝 16/01/06 6003 0
    8260 기타풍요로운 한가위 4 김치찌개 18/09/22 6003 3
    9412 게임TFT 전략 소개 - 요들 조합 18 무니드 19/07/08 6003 0
    10831 음악[팝송] 존 레전드 새 앨범 "Bigger Love" 3 김치찌개 20/07/31 6003 1
    11768 역사왕안석의 신법이 실패한 이유. 6 마카오톡 21/06/08 6003 17
    2401 의료/건강의료 이용자가 궁금해 하는 의료 정보?? 58 동네의사 16/03/14 6004 0
    10568 음악Colorful Han river 3 롤백 20/05/09 6004 2
    12812 경제최근 한전 적자에 대한 해설 28 Folcwine 22/05/13 6004 9
    7182 오프모임동해도 광화문 6시반 36 와이 18/03/02 6005 0
    5508 기타홍차클러의 일대기 14 와이 17/04/24 6005 8
    10570 역사1980년대 홍콩 특유의 감성 10 유럽마니아 20/05/09 6006 5
    12638 사회요식업과 최저임금 7 파로돈탁스 22/03/17 6006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