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3/13 19:18:12
Name   선비
Subject   피스 카페 (3) 完
연작이라는 거 정말 힘드네요. 저는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능력이 부족한가봐요. 몇몇 분들의 댓글이 없었으면 결코 이어 쓸 수 없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피스 카페 (1) - https://redtea.kr/?b=3&n=5141

*피스 카페 (2) - https://redtea.kr/?b=3&n=5163



입맞춤을 끝내고 나는 왼손을 내려서 그녀의 허리께를 잡았다. 그녀의 몸이나 혹은 내 손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대로 이리나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머리칼을 가볍게 움켜잡았다. 그녀의 허리춤에 힘이 들어갔고, 나는 그 틈에 치마를 아래쪽으로 벗겼다. 분홍색 가로줄 무늬의 팬티를 보자니 피스카페의 촌스러운 문발이 떠올랐다. 그녀의 허리를 다시 붙잡자 내 손이 찬지 그녀가 한 차례 몸을 떨었다. 이리나는 내 차가운 손을 따뜻한 손으로 감싸며 물었다.

“여자한텐 항상 이런 식으로 하나요?”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나는 대신 그녀의 스웨터 속으로 손을 넣어 브래지어 버클을 풀려고 했다.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스웨터를 벗기고 나자 이리나의 봉긋한 가슴이 드러났다. 나는 그녀의 가슴패기에 얼굴을 묻고 깊은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나신에서는 기분 좋은 냄새가 났다. 나는 입술로 그녀의 한쪽 유두를 살짝 물어 당겼다. 그녀는 앵무새 같은 입술에서 따뜻하고 알 수 없는 신음소리가 비져 나왔다.
“내일 아침에 비행기를 타야 해요.” 그녀가 속삭였다. 나는 셔츠를 벗어 침대 밑으로 던지고 그녀를 안았다.

한차례의 정사가 끝나고 우리는 침대에 모로 나란히 누웠다. 그렇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복도로 나가 담배를 하나 피우고 돌아왔다. 이리나는 빈 소주병의 라벨을 이리저리 읽고 있다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잠이 안 오나요?” 그녀가 말했다.
“두려워요.”
“뭐가 두려워요?”
“내일도 일을 해야 하거든요.”
“무슨 일을 하시는데요?” 그녀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경찰이오.”

다음 날 아침,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에 잠에서 깼다. 화장실에서 옅은 비누 냄새가 났다. 이리나가 샤워를 마치고 나와 머리에 묻은 물기를 닦는 동안, 나는 커피포트로 물을 끓여 드립 커피 두 잔을 만들었다. 커피를 마시며 그녀가 명랑하게 말했다.
“한국에 다시 올 거예요.”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그 정도로 맛있지는 않은데요.”
“겨울의 하바롭스크는 정말 춥거든요.” 그녀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따뜻한 러시안 티를 만들어 줄게요.”
“벌써 기대되는걸.”
“내년 이날에 다시 만나기로 해요. 피스 카페에서요.”
“그럴 수 있으면 정말 좋겠네요.” 나는 그냥 그렇게 말해주었다.

커피를 비우고 그녀는 코트의 단추를 채웠다. 어제와 같이 단정한 모습이었다. 나는 바람막이와 모자를 대충 걸치고는 그녀를 배웅하러 나갔다. 요란할 것은 없었다. 연락처를 교환하고 짧은 포옹을 끝으로 그녀는 돌아섰다. 나는 담배를 피우며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연기를 한 번 내뿜을 때마다 그녀의 모습이 작아지다가 담배를 비벼 끌 때쯤 골목을 꺾어 사라졌다. 벌써 햇빛에 눈이 부셨다. 또다시 기침이 나왔다. 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성냥갑 같은 집으로 돌아왔다.

화장실에서는 아직 기분 좋은 비누 냄새가 났다. 나는 샤워기를 틀어 얼굴에 차가운 물을 적셨다. 술이 조금 깨는 기분이 들었다. 샤워와 면도를 마치고 나와 옷을 차려입었다. 물 한 컵을 벌컥 들이키니 기운이 조금 생기는 듯 했다. “좋아.” 나는 운동화를 신으며 중얼거렸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



7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957 7
    15157 IT/컴퓨터AI가 점점 무서워지고 있습니다. 제그리드 24/12/26 181 0
    15156 오프모임정자역 금일 저녁 급 벙개.. 6 + Leeka 24/12/26 199 6
    15155 일상/생각청춘을 주제로 한 중고생들의 창작 안무 뮤비를 촬영했습니다. 2 메존일각 24/12/24 458 7
    15154 문화/예술한국-민족-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소고 meson 24/12/24 321 2
    15152 정치이재명이 할 수 있을까요? 73 + 제그리드 24/12/23 1705 0
    15151 도서/문학24년도 새로 본 만화책 모음 6 kaestro 24/12/23 384 5
    15150 게임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1 손금불산입 24/12/23 297 5
    15149 사회그래서 통상임금 판결이 대체 뭔데? 7 당근매니아 24/12/23 634 11
    15148 정치윤석열이 극우 유튜버에 빠졌다? 8 토비 24/12/23 848 9
    15147 정치전농에 트랙터 빌려줘본 썰푼다.txt 11 매뉴물있뉴 24/12/22 1089 3
    15146 의료/건강일종의? 의료사기당해서 올려요 22 블리츠 24/12/21 998 0
    15145 정치떡상중인 이재명 56 매뉴물있뉴 24/12/21 1865 15
    15144 일상/생각떠나기전에 생각했던 것들-2 셀레네 24/12/19 576 9
    15142 일상/생각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7 큐리스 24/12/19 510 2
    15140 정치이재명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고 차악인듯한데 43 매뉴물있뉴 24/12/19 1866 7
    15139 정치야생의 코모도 랩틸리언이 나타났다! 호미밭의파스꾼 24/12/19 386 4
    15138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양키스행 김치찌개 24/12/19 138 0
    15137 정치천공선생님 꿀팁 강좌 - AI로 자막 따옴 28 매뉴물있뉴 24/12/18 754 1
    15135 일상/생각생존신고입니다. 9 The xian 24/12/18 618 31
    15134 일상/생각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5 Picard 24/12/18 448 7
    15133 도서/문학소설 읽기의 체험 -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를 중심으로 1 yanaros 24/12/18 310 4
    15132 정치역사는 반복되나 봅니다. 22 제그리드 24/12/18 768 2
    15131 여행[2024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0. 준비 7 Omnic 24/12/17 371 7
    15130 정치비논리적 일침 문화 7 명동의밤 24/12/16 881 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