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1/20 11:04:32
Name   Beer Inside
Subject   이철희 소장의 민주당 입당의 변
다시 민주당에 돌아오며

2016년 1월 20일

고민이 적지 않았습니다. 방송인으로 어렵게 일궈낸 성과를 뒤로 하는 것도 솔직히 아까웠고, 제가 정치를 한다고 해서 정치가 바뀔지, 제가 비판했던 만큼 정치를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흔쾌히 그렇다는 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은 여한 없이 싸워봐야 비록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을 거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정치가 중요하다고 한 그간의 제 말에 대해 이제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는 와이프의 조언도 와 닿았습니다.


아주 건방진 얘기지만, 국회의원이 목표는 아닙니다. 정치권에 몸담을 때나 밖에서 지켜볼 때나 국회의원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국회의원이 정치를 독점하는 것이 늘 불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좋은 국회의원의 역할을 폄훼하지도 않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놈이 그런 오만을 떨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대로 한다면 국회의원의 역할은 참 많고, 소중합니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시민이 고생한다고 아메리카노 한 잔 사 주며 더 잘하라고 격려 하는 그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밖에서 본 더민주는 참 부족하고 부실하고 부유하는 정당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유력한 개인보다 정당이 중요하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진보를 표방한 정치세력이 유능해야 한 사회의 질이 좋아진다는 건 제 소신입니다.

복지국가를 이룩한 모든 나라들에는 예외 없이 튼실한 개혁정당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좋은 정당이 있어야 진보가 정치적으로 유능해 지고, 그럼으로써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더불어민주당에 다시 돌아오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비록 많이 못났지만 이미 일상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정당을 바로 세우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누구의, 어느 계파의 정당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의 편을 드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바뀌기를, 그 속에 제 역할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평소 정치는 타협이고, 긍정이고, 민생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나만이 옳다는 자세가 아니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자세로 타협의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상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1원 1표의 시장원리에 신음하는 보통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는 1인 1표의 정치시스템으로 풀어줘야 합니다.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은 좌표일 뿐 무능을 변명하는 알리바이가 될 수 없습니다.

정치평론이 아니라 정치평론을 하자고 다짐했던 그 마음, 어떤 경우에도 대중의 눈높이로 보려고 했던 그 마음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 놈도 정치판에 들어가더니 다른 게 없다’는 소리만은 듣지 않도록 자계하고, 또 자계하겠습니다. 못난 놈이 될지언정 나쁜 놈은 되지 않겠습니다. 핫(hot)하게 붙어보고, 지면 쿨(cool)하게 사라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추워도 너무 추운 날 입당하는 불운을 아쉬워하며, 이철희

이철희씨의 공과 과는 이번 총선이 끝나고 아니면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한 후 평가하면 되겠지만,
이번 글은 보좌관을 오랫동안 했던 이철희씨의 작문 역량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여 문학 카테고리에 올렷습니다.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141 정치이태원 맥도날드 살인사건 범인 징역 20년 선고 7 블랙자몽 16/01/29 4982 0
    564 요리/음식이탈리안 식당 주방에서의 일년(5) - 마지막 이야기 46 뤼야 15/07/11 9753 0
    548 요리/음식이탈리안 식당 주방에서의 일년(4) - 토마토소스만들기 29 뤼야 15/07/09 10556 0
    539 요리/음식이탈리안 식당 주방에서의 일년(3) 20 뤼야 15/07/08 8602 0
    536 요리/음식이탈리안 식당 주방에서의 일년(2) 24 뤼야 15/07/07 7413 0
    529 요리/음식이탈리안 식당 주방에서의 일년 38 뤼야 15/07/07 8576 0
    9952 여행이탈리아(로마/아시시/피렌체) 여행 팁. 7 녹차김밥 19/11/07 5431 11
    1219 일상/생각이케아를 탐험하며 든 뻘생각 3 王天君 15/10/10 6596 0
    1578 정치이철희- 윤여준 인터뷰를 퍼왔습니다. 1 세인트 15/11/17 5792 0
    2068 도서/문학이철희 소장의 민주당 입당의 변 9 Beer Inside 16/01/20 4467 1
    4031 정치이쯤해서 다시보는 대선 공약 및 평가와 청계집회 8 Credit 16/10/29 4404 0
    7561 방송/연예이쯤에서 예상해보는 창조101 최종 11인 7 Toby 18/05/21 6828 0
    10480 정치이쯤에서 돌아보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4 손금불산입 20/04/10 3835 1
    10442 기타이쯤에서 다시보는 미국 공항사진 5 유럽마니아 20/03/30 4216 1
    5602 정치이쯤에서 다시 보는 가장압도적인 17대 대선 9 Leeka 17/05/10 3672 0
    10357 문화/예술이집트 기자45 면과 남성 고급 브랜드 셔츠 8 들풀처럼 20/03/08 6649 4
    9914 일상/생각이직하려 생각하니 착잡합니다. 9 당나귀 19/10/29 4731 1
    9891 일상/생각이직을 하게 됐습니다. 9 정중아 19/10/26 4479 12
    12701 일상/생각이직 여행기 5 nothing 22/04/07 3578 6
    5941 방송/연예이지혜 "예비신랑은 마음이 훈남, 첫만남서 결혼생각 들어"[화보] 8 벤젠 C6H6 17/07/13 3930 0
    11901 정치이중에 배신자가 있다. 그게 내 결론이다. (ft. 윤석열, 안철수, 이준석) 14 Picard 21/07/20 4801 0
    12424 기타이중구속 - 물어야 할 것을 묻지 못하게 하여 인지를 파괴하는 상황 4 소요 22/01/09 5335 13
    14596 정치이준석이 동탄에서 어떤 과정으로 역전을 했나 56 Leeka 24/04/11 3902 6
    12328 정치이준석의 필살기의 결과 26 Picard 21/12/06 4077 0
    11700 댓글잠금 정치이준석의 출사표 65 피아니시모 21/05/20 6861 1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