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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1/27 14:45:25 |
Name | Beer Inside |
File #1 | 12523150_997687093621252_4472623293552665767_n.jpg (85.0 KB), Download : 4 |
Subject | 칼국수 한 그릇 |
직장 길건너 칼국수 집은 점심이면 직원식당이 지겨운 직원들로 만원이다. 테이블도 6개 남짓, 칼국수 한 그릇 4천원, 해물칼국수 5천원, 시락국, 비빔밥을 파는 그런 아주 조그마한 칼국수집이다. 과거 시골이였지만, 지금은 개발이 되고 있는 중이어서 과수원과 논, 밭, 아파트, 대형마트, 스타벅스가 조화롭게 구성된 이 동네에서 작은 가건물의 칼국수집은 여느 신도시와 다름 없이 비싸고 맛없는 음식점들 사이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다. 이 오아시스와 같은 칼국수집은 70이 다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서 운영하시는데, 할아버지는 틈만나면 식당 밖에서 바람을 쐬고 할머니는 점심에만 몰리는 손님들을 위해서 하루 종일 음식을 준비한다. 점심이면 이 작은 식당은 우리 회사 직원들로 가득 차 있는 경우도 많아서, 직원들을 위해서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한 번씩 골든벨을 울리기도 한다. (칼국수 20그릇이라고 해봐야 8만원이니 골든벨 한번 쉽구나.) 오늘도 직원 식당의 라면을 먹을까 말가 고민하다가 칼국수집으로 향했다. 혼자서 식탁하나를 차지하기는 미안해서 다른 친구 한명에게 칼국수를 먹자고 하니 좋다고 한다. 다들 아침을 굶고 나와서 첫 끼로 점심을 먹는 것인데, 밀가루가 대분인 칼국수가 뭐가 그리 좋은지.... 오늘 가보니 시락국, 비빔밥 부분이 매직으로 금이 그어져 있다. 밀가루 말고 밥이 있어서 더 좋았는데 노부부는 만두나 부침개를 팔아서 돈을 더 벌 생각은 하지 않고 힘들다고 메뉴를 칼국수로만 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오늘은 카드 대신 현찰로 계산해야지 하고 칼국수를 먹으면서 생각을 하고 있는중, 같이 같 친구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한다. "너, 그거 알아?" 오늘은 다른 부서의 비밀을 얼마나 재미있게 해 줄지 기대가 되는 말이다. "이 식당하고 이 식당 뒤에 있는 어린 나무가 심어진 밭 있잖아." 최근 개발이 계속 되고 있어서, 이 부근의 땅값은 엄청나게 올라있고 농지로 되어 있는 곳은 삐쩍 마른 유실수를 심어서 토지 보상시에 가격을 높게 받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응, 알지... 엄청 비쌀 껄? 아는 사람이 최근에 매입했어?" 친구녀석이 입을 가리면서 조용히 이야기 한다. "이 식당하고 뒤의 밭 식당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 것이래...."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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