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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1/28 05:48:50
Name   새의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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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미국에서 파업의 추억...







지난 며칠간 파업과 노조에 관한 노래를 올렸더니 생각난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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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도착하고 한 달 정도 지난 후 였습니다. 아직 학기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남의 나라에와서 생존에 필요한것들을 배우느라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아파트에 살고 있던 집 문을 누가 두드리더군요. 나가봤더니, 인문계쪽 박사과정 학생 두 명이 소개를 하면서 시간이 있으면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서 잠깐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들은 대학원생들 단체인 Graduate Employees and Students Organization (GESO)이라는 단체의 회원이었습니다. 잠깐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 학생들은 학교내 대학원생들 조직을 노조로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단체라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나서 그 학생들이 조직에 가입할 의향이 있냐고 물어서, 개인적으로 대학원생의 노조화에 동의하는 입장이었기때문에 가입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학교에는 GESO라는 조직말고 Graduate Students Association (GSA)라는 조직이 있었습니다. GSA는 학생회로 노조화에는 특별한 방점을 두지 않는 대학원생들 단체였습니다. GESO는 대학원생이라 하더라도 TA나 RA등을 하면서 급료를 받는 경우에는 노동자라는 개념을 적용해서 노조를 조직하고 단체 교섭권을 획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GSA는 대학원생이 비록 급료를 받는다고 하더라고 학생이기때문에 노조를 조직할 권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 입장은 대체로 반반 정도로 갈라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원생 노조조직화에 대한 시도는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는데,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는 서로 다른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공립학교의 경우에 대부분의 주에서는 대학원생이 TA나 RA를 하면 그 주의 공무원과 유사한 대우를 해 주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연방법인 Taft-Hartley Act에 의해서 학생들은 주정부나 지방정부의 공무원들 중에서 단체교섭권을 가질수 있는 그룹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부 주에서는 주의 법에 학생들에게는 단체교섭권을 주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되어 있지 않다보니, 노조 조직을 위한 캠페인 후에 일부 주립대학들의 대학원생들은 노조를 조직하고 단체 교섭권을 가진 학교들이 있습니다.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노조화는 전국노사관계법 (National Labor Relation Act)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데, 이것을 관할하는 기관인 National Labor Relation Board에서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6-70년대 대학원생들 노조화를 위한 노력이 꽤 있다가, 80년대 레이건 시절에 그 시도는 주춤해졌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가 들어서면서 다시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대학원생 조직의 노조화에 대한 시도가 상당히 공격적으로 이루어지고, 1995년에는 AFL-CIO에서 학생노동조합건설을 위한 프로그램을 여름에 운영을 해서, 학생들에게 노동조합 결성을 위한 각종 실무적인 지식을 전달해주었고, 이 후 2000년을 전후해서는 NYU, Temple University, Michigan State University등에서 대학원생들 노조를 인정받기에 이르르게 됩니다.

제가 있던 학교도 대학원생 노조창립을 위한 운동이 굉장히 공격적으로 이루어지던 곳이었습니다. 당시 GESO에서 활동하던 학생들은 일단 멤버쉽을 늘리는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중에 하나로 두고 있었고, 다음으로는 학교내 다른 노조들과 공조를 하는것을 중요시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학교내에는 사무직 직원들이 중심이 된 Local 34와 블루 칼라 직원들이 중심이 된 Local 35, 그리고 간호사 노조가 있었는데, Local 34와 Local 35의 경우에 학교와의 계약이 만료가 되어가고 있는데, 학교와 의견이 맞지 않아서 계약이 갱신이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2년차를 마쳤을 무렵에 Local 34와 35는 시위 및 파업을 계획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름에 이루어진 이 시위와 파업은 참 평화로운 시위와 파업이었습니다. 일단 학부생들은 방학이어서 학교가 바쁘지 않았기 때문에, Local 34와 35의 경우에도 부담감이 적은 상태로 파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공조 파업을 한 대학원생들의 경우에도 TA들은 할 일도 따로 없었기 딱히 부담스럽지 않은 상태에서 파업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노조측에서는 학부생들이 있는 동안에 파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 부담감을 느껴서 그랬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파업도 장기간 하는건 아니고 하루동안 하는 파업이었고요. 저는 당시 RA였기때문에 지도교수한테 이야기를 했고, 지도교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해를 잘 해주는 분이어서, 별 문제없이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위에 사진 두 장은 당시에 찍은 사진입니다.

파업이라고 해도, 무척 평화롭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모이라고 하는 곳에 가서 몇 시까지 도착했다고 이름을 적습니다. 대학원생은 별 문제가 없기는 했는데, Local 34나 35에서 참여하는 사람들은 꼭 해야 하는 과정중에 하나입니다. 그러고는 점심으로 먹을 것 나눠받고는 지정된 곳에 모여서 걸어다니게 됩니다. 당시 AFL-CIO의 회장과 지금은 맛이갔지만 그때만 해도 little king이라고 불리던 Jesse Jackson이 와서 연설도 하고는 시위대와 함께 시내 행진도 같이합니다. 경찰이 하는 일은 시위대가 움직이는 동선에 맞춰서 차들을 미리 다른 곳으로 돌려서 교통을 원활하게 하는것이 었습니다. 어느 틈엔가 저녁이 되었고, 사람들은 정리를 하고는 각자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본 노을과 평안함은 한국에서 시위라도 한 번 나가면 경험해야 했던 극한의 느낌과 너무나 달라서 약간 서글픔 비슷한걸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그 해 겨울에는 다시 한 번 더 대학원생들만 하루동안 파업을 하기로 결정이 났었습니다. 여름의 파업은 동조 파업으로 약간 자유스럽게 참여하는것이었는데, 겨울 파업은 학부생들도 수업을 듣는 와중에 하는 파업이어서, 조금은 더 심각한 형태였습니다. 미리 대학원생들 투표를 통해서 파업을 확정하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할 수 있는 한계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해야 했습니다. 하필이면 몹시 추운 날에 눈까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기억이 맞으면 대략 영하 7-10도 근처였는데, 아침에 모여서 정해진 피켓라인을 따라서 피켓을 들고는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구호를 외치는게 일이었습니다. 뭐 이때도 경찰은 주변에 모여서 교통관리하는게 다 였습니다. 그 날도 별 문제는 없이 끝이났는데, 추위와 눈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뻗었습니다.

대학원생들의 시위와 파업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법에 맞춰서 하자는 분위기가 많았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조직해서 움직이는 것이었기때문에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였고, 경찰들도 딱히 과잉대응이나 이런것들 없이, 정해진 룰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좋은 점이라면 평화로운 시위와 파업이고, 나쁜 점이라면 별다른 진전없는 그냥 자그마한 일상에 가까운 행사들중에 하나처럼 지나가 버린다는 것일까요.

오랜 기간동안 모교의 대학원생들이 노조결성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도 노조로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합니다. 현재 미국내 상황을 보면 사립대학중에서 대학원생들 노조가 인정을 받고 있는 곳은 NYU가 유일한데, 2000년대 초 노조 인정을 받아서 단체교섭권을 행사해서 단체계약을 맺은 이후로, 2004년 브라운대학에서 노조 인정을 받는게 실패하면서 NYU에서도 학교측에서 더 이상 계약갱신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립대학의 경우에는 좀 더 많은 대학이 대학원생 노조를 인정해주고 있고요.

80년대 이후 미국내 노조들이 워낙에 많이 와해되고 약해져서, 이제는 그 영향력이 많이 약해졌고, 대학원생들 노조 운동이라는게 어찌보면 이런 분위기와는 조금 반대방향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제가 있던 곳이 노조결성을 위해서 무척 노력을 많이 한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노조 결정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 나온 가족에 대한의료보험 혜택이나 치과보험 혜택같은것들은 많이 언급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것들은 비록 대학원생 단체가 노조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이 후 학교측에서 대학원생들에게 준 혜택에 포함이 되었습니다.

당시 시위나 파업에 참여하면서 제일 걱정했던 건 외국인으로서 학생비자로 미국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시위나 파업이 악화되면 혹시라도 비자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는데, 그런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할 상황에 이르지 않은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런 법적인 부분은 문제가 안되도록 파업을 주동한 쪽에서 법률적인 검토는 했다고 하지만, 심리적으로 그런 문제에 대해서 고민이 되는건 어쩔수가 없더군요. 이제는 그래도 영주권이래서 신분에 대해서 조금은 안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남의 나라에서 지내는게 심리적으로 완전히 편한것만은 아니구나 싶을때가 있습니다. 시민권으로 넘어가야 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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