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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3/01 21:35:24
Name   *alchemist*
Subject   [조각글 16주차] 5월, 그 봄
[조각글 16주차 주제]
좋아하는 음식 / 일요일 / 친구 / 거짓말 / 목소리
위 다섯가지 중에서 두 개를 선택하여 소재로 삼아 글을 쓰시오.

합평 받고 싶은 부분
자연스럽게 잘 이어지는지 확인 부탁 드립니다.

하고 싶은 말
꾸준히 써야 하는데 꾸준함이 항상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본문
진우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에 눈이 부셔 잠에서 깨어났다. 부스스한 얼굴로 창문을 여니 시원한 공기가 들어온다. 5월, 그 봄, 상쾌한 아침 바람. 진우는 일어나 기지개를 쭉 펴본다. 피로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은 간만에 최고 컨디션인 것 같다. 진우는 좋아하는 강된장을 얼른 따끈하게 끓여내 아침밥을 뚝딱 비운다. 평소 손이 커서 음식량 조절을 잘 못 하는 진우지만 오늘은 딱 2인분을 정확하게 만들어냈다. 남은 것은 그릇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해서 내일 먹으면 딱일 것 같다. 일요일이지만 뭔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에 진우는 기분이 좋아진다. 설거지와 함께 기분 좋게 청소와 빨래를 마친 진우는 운동을 하러 갔다.  오늘 따라 러닝머신을 오래 뛰었는데도 숨이 차지 않다. 진우는 러닝머신 위에서 기분 좋게 땀을 흘렸다. 일요일은 하체 운동을 하는 날이라 스쿼트와 런지로 하체를 집중적으로 단련하였다. 평소 무게보다 더 얹어서 운동하는데도 거뜬하다. 운동한 효과가 나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 진우는 평소보다 더 시간과 공을 들여 운동하였다. 운동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을 보러 마트에 가니 한우가 20% 세일을 하고 있다. 최근 소고기가 먹고 싶었던 진우는 한우 생등심을 2인분 샀다. 오늘이나 내일 저녁에 먹으면 될 것 같다. 진우는 싸게 산 한우를 보며 그 매력적인 미소를 씩 지었다. 오늘은 뭔가 좋은 날이다. 아 맞다. 진우는 문득 생각이 났다. 내일은 공휴일이라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오늘은 3일 연휴 중의 가운데 날인 셈이다. 진우는 그 생각이 떠오르자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 도착한 진우는 이 좋은 기분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저녁에 여자친구인 미연과 미리 해둔 약속을 확정하려고 미연에게 전화를 했다. 미연은 전화를 받더니 약간 당황하는 눈치다. 진우는 잠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윽고 이어진 미연의 설명에 상황을 이해했다. 갑자기 큰아버지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며 거기 가봐야 해서 오늘은 도저히 저녁에 못 볼 것 같다고 한다. 미연이네는 가족이 많아 가끔 생각지 못한 집안일이 생기는 때도 있기에 어쩔 수 없구나 생각하고 그럼 내일이나 다음 주말에 만나자고 말한다. 미연은 미안하다며 꼭 그렇게 하자며 떨리는 목소리로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교보문고에서 봄맞이 책 할인 쿠폰을 보내주었다. 마침 진우가 좋아하는 오지은 작가의 신작 에세이가 최근 출간되었기에 이참에 진우는 강남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사기로 하였다. 쿠폰으로 싸게 책을 사고 왠지 발걸음도 가볍게 진우는 강남 거리를 걷고 있었다. 어느 새 해가 지고 상점에는 불빛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진우는 천천히 걸으며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화장품 가게의 호객 행위도 본다. 매점 안에서 파는 물건들도 하나씩 살펴본다. 그러던 진우는 파리 크라상 앞을 지나며 매점 안의 빵들에 눈길을 주다 이내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미연이가 그 안에 앉아 있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말이다. 진우는 자리를 옮겨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한다. 옆모습을 살펴보니 진우의 친구 선혁이었다. 두 사람 다 서로에게 몸이 한껏 기울어져 있고,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주위는 둘러보지도 않고 이야기하던 둘은 갑자기 주변을 힐끔 살피더니 입을 짧게 맞추었다. 그러고 나서 둘을 서로를 보고 킥킥 대며 웃으며 즐거운 듯이 계속 이야기를 하였다. 진우는 눈에 보이는 이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재차 두 사람이 입을 맞추는 걸 보고 나서야 이게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진우는 이윽고 몸을 돌려 거리를 다시 걷기 시작했다. 진우의 표정은 굳어 있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였다. 그렇게 거리를 걸어가는 진우의 귀에 최근 신보를 발표한 가수 진현의 ‘봄의 이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우는 그 자리에 서서 그 노래를 들으며 고개를 숙여 입을 막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거리 한가운데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오늘은 진우에게 참 운수 좋은 날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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