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2,3국에서 공통적으로 알파고에 대해 느낀점을 정리해보면

적극적이고 전투적인 기풍으로 본인이 확신하는 경우 절대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게다가 굉장히 싸움을 잘한다.

모양을 중시한다. 다시 말해 돌의 효율을 극대화하려 한다.

어느정도 알파고가 초반에 격차를 벌리고 실리, 즉 현찰을 확보하면 최대한 변수를 줄여나가며 안정적으로 굳히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초중반에 벌어지면 이미 힘들다.

프로기사조차 미지의 영역으로 판단을 어려워하는 중앙처리에 굉장히 능숙하다

유리한 상황에서 중반운영과 끝내기가 경이로울 정도로 정확하다.... 정도입니다.



제가 볼때 알파고는 굉장히 전투적인 기풍입니다. 초반 포석도 결코 느슨하지 않구요. 1국 같은 경우도 후반 끝내기 때 승부결과와 상관없는 약간의 실수는 있었지만 초반에는 이세돌의 낮은 위치에 편재한 정상적이지 않은 포석을 처음부터 제대로 응징했습니다. 그나마 알파고가 느슨하게 나오는 때는 자기가 많이 이기고 있다고 생각할때이지 초중반에는 상대를 압박해가며 굉장히 공격적으로 둬서 격차를 벌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그덕에 사실 1,2,3국 공통적으로 100수 이전에 바둑이 거의 기울어져있는 상태였죠. 그 이후에 알파고의 조금은 느슨한 수들이 등장하긴 합니다. 초반에 적극적으로 전투를 유도해 격차를 벌린후 중반부터 굳히기에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알파고의 약점에 대한 단서가 있다면 3국에서 경기가 많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이세돌이 하변 큰모양에 뛰어들어 알파고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를 하는데 사실 왠만한 프로 레벨에서는 절대 수를 내주지 않을만한 곳에서 알파고가 비록 패가 나긴 했지만 수를 내줍니다. 이점에서 착안해 4국에서 이세돌이 초반에 실리확보해가면서 끊을 자리 안 끊고 꾹꾹 참아가면서 흑에게 어느정도 큰모양을 허용한것은 오늘바둑에서 어제바둑의 연장선상인 일종의 의도된 작전으로 보입니다. 그러고 나서 큰모양에서 수를 내버리니 오늘도 알파고가 많이 헤매는 모습을 보였는데, 아마도 5국도 비슷한 모습으로 흘러갈 것 같습니다. 초반에 알파고의 과감하고 도발을 걸어오는 수들을 꾹꾹 참아나가면서 전투를 피하고 실리를 최대한 확보한이후에 알파고쪽에 큰 모양이 만들어지려고 하면 폭파하러 들어가는 조치훈식 바둑을 둘것 같네요. 그것도 아니라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실험적으로 알파고의 새로운 모습을 보기위해 여러곳에서 동시다발적인 전투를 유도해 볼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오늘의 바둑도 정상적인 프로의 대응이라면 이세돌의 기발한 78수에도 피해를 최소화하며 계가까지 충분히 가는 방법이 있었을텐데 그이후 말이안되는 수를 두며 급격히 흔들리는 알파고를 보니.. 스스로 학습해오며 본인의 궤도에서 완전히 벗어난 비상식적인 수라고 판단을 하면 뭔가 혼선을 일으키거나 제대로 대처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알파고의 어떤 기준이 그 수를 그런수로 판단하게 했느냐가 아리송한데요..5국만으로는 거의 판단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 이세돌이 흑을 잡겠다고 한이유는 일단 5번기 승부는 패배로 확정되기도 하였으니 승패는 결정되었고, 흑잡고도 이길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은 승부사적인 자존심과, 또 이번엔 알파고가 백으로 내가 준비해온 포석에 어떤 대응을 할까 하는 바둑기사로서의 순수한 호기심이 엮여서 이런 선택을 한것 같습니다. 패배는 확정되었지만 알파고의 압도적인 강함이 패배를 어느정도 인정하고 납득하게 만들었고 오늘의 귀중한 1승이 있었기에 결과에 대한 어느정도 부담감이 사라진 지금은 확실히 승부를 즐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123국에 비해 알파고의 약점이 나름대로 어느정도 노출이 되었고, 일단 흑이면 덤은 주되 선착의 효를 살려 주도적인 포석을 짜갈수 있기 때문에 하루 쉬는 시간동안 집중적인 포석 연구가 가능해지는 것은 장점입니다. 백이면 아무래도 수동적으로 따라가면서 맞춰가야 하는 경우가 많죠.

아무튼 마지막 5국은 지든 이기든 이세돌스러운 바둑으로 재미있는 승부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좀 의아한게 알파고의 이상한 대응의 시발점이 된 이세돌의 78수에도 사실 흑진 안의 백을 어느정도 살려주더라도 반대로 백돌의 자충을 이용해 갇혀있던 우변의 흑 네점을 살려나가며 되려 하중앙의 백돌을 공격하는 포지션을 만들수도 있었는데 79.81까지야 그렇다 치고 83수부터 우변 흑돌을 끌고 내려오면서 그렇다고 사석작전으로 활용한것도 아닌.. 흑이 거의 승부를 포기했다 싶을정도로 일관성이 없는 수들을 진행하는데요. 그 바로 전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아도 급격하게 승부의 무게의 추가 기울어 알파고의 승률이 2~30프로대로 내려가는 상황은 아니었고 기껏해야 5:5에서 아주 살짝 왔다갔다 할 정도의 상황이었거든요. 한집 지나 수십집 지나 마찬가지라 아주 미세하게 불리해지기만해도 이상한 수를 연발하게 되있다고 하면 ;; 다시말해 서로 완벽한 진행으로 두는 것을 가정하고 어떻게 두더라도 무조건 1집이상을 앞설 방법이 없다면 승부를 거의 포기하는 수를 둔다는 거면..알파고는 조금이라도 불리해지기만해도 그냥 끝이라는 건데요. 바둑이란 게임의 특성상 아무리 완벽한 플레이를 한다고 해도 모든순간순간마다 우위를 점한채로 게임을 끝내기는 거의 어렵다고 보는데 구글이 이렇게 허술하게 준비하고 나왔을까요?

판후이 와의 대국이후에도 한단계 높은 중국 초일류 프로기사들을 초청해서 스파링을 벌이고 조언을 들은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 그러한 초일류기사와의 대국중에 최소 몇번 정도는 중간에 이러한 조금 불리한 상황에서 알파고가 뒤집어야 하는 경우가 나왔을 거 같은데요. 그 때마다 알파고가 이런반응을 보였다면 충분히 캐치해서 수정하고 나왔을 거 같습니다. 딥마인드 측에서도 오늘 조금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단순 보상함수의 문제였다면 이런 반응은 아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음 일단 해당하는 수는 알파고는 발견치 못했고 이세돌 구단은 발견한 거잖아요?

동일한 구조의 하드웨어를 지닌 알파고 두 대가 서로 싸우면서 배워나가는 식으로 학습을 시켰는데, 단 두대만을 두고 서로 계속 싸웠으니 두 알파고의 판단구조는 매우 비슷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서로 비슷한 알파고끼리 싸우는 경우, 아무리 랜덤함수에 의해 확률적 선택이 도입되었다고 해도 한쪽만 최선수를 발견하고 다른 한쪽은 눈치채지 못하는 오늘 대국과 같은 경우는 있기 어렵겠지요. 따라서 그처럼 아예 이길 방법이 없도록 하는 절대수는 알파고 끼리 대전에선 초중반에는 나올 수가 없겠죠. 미리 알고 막을테니까요. 그러므로 아마 알파고끼리의 대전은 한 수 한 수를 놓을 때마다 유불리가 한두집 정도씩 미세하게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며 바뀌는 바둑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런 경우를 구글이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절대 유리할 때에 방만하게 행동하는 건 알았을 것 같지만, 그게 인간과의 대국에서 발목을 잡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워낙 대세에서 강력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저런 이상행동도 약점이라면 약점이긴 하군요. 알고리즘 자체의 약점은 아닌데 개발한 엔지니어들의 미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개인적 의견입니다만 보상함수만 바꾸어도 알파고는 지금보다도 더 무서운 인공지능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불리해져도 무섭게 쫓아오고 유리할땐 더욱 더 비정하게 차이를 벌리는... 그런 인공지능 말이지요.

중국 기사들 얘기는... 일단 소문은 있는데 확인된 것이 아니지 않나요? 그리고 갔다 하더라도, 이세돌 정도 되는 선수가 수많은 이들의 조언과 분석을 바탕으로 준비한 저격인 셈인데, 혼자서 영국에 가서 대국한 프로들에게서는 이러한 양상의 대국이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더라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알파고는 \'(일정시간에 자신이 연산 가능한 중) 최선의 수를 둔다\' 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짧을 때도 있고 어려워지면 약간 더 길어지기도 하지만
대략 꾸준히 1수당 1분~1분 30초 정도를 소요하는 걸로 보이는데요.
시종일관 최선의 수를 검토하는데, 그 모든 수를 일일이 다 완벽하게 검토하기에는 연산이 길어지니까
자체적으로 2분 정도의 초읽기로 제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이세돌 9단은 그런 면에서 2시간안에는 초읽기 제한이 없고 중요한 순간엔 시간을 더 쓸 수 있죠.
4국 중에 장고가 엄청 많았습니다. 특히 7~80수 구간에서는 시간 자원을 펑펑 썼죠. 한수에 15분이 넘어가기도 할 정도로.
다른 곳보다 특히 중앙에서의 싸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반복적인 수읽기 검토를 통해 더 좋은 수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요한 것 같습니다.(보는 사람은 불안해보였지만)
특히 본인 말대로 중후반 넘어가면 승산이 없으니까 사실상 그 싸움이 가장 큰 승부처라 봤겠죠.
세계최고의 프로기사가 몇 수를 두는데 몇십분을 아낌없이 쓴 겁니다.

알파고가 판후이와의 속기전에서는 3승 2패였다고 하니까, 1분 연산하는 것과 2분 연산하는 건 결과값의 질이 다를 겁니다.
그 말은 더 오래 생각하면 더 많은 수를 본다고 할 수 있을텐데
비슷한 능력을 가진 알파고 대 알파고 수백만판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평소보다 더 많은 계산을 필요로 하는 \'고심\'
저는 이게 가장 큰 차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세돌 9단이 5국에서 흑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할 것 같네요.

다른 것 보다 제일 아리송한 부분은 승산 몇 퍼센트 이하 혹은 추정 집차 얼마 이상이 되면 항복한다는 기준인데 보상 기준을 승패만 두고 했다면 항복이라는 행동은 알파고에서는 절대 취할 리가 없거든요.
설계팀이 이 정도면 우리가 진 것으로 하자고 사전 약속했거나 (학습 시간을 줄이기 위해 등의 이유로)
regularization이 잘 안된 영역인지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또 계속 보일 것을 확인한 설계팀이 밑천 드러나기 전에 알파고에게 항복하도록 명령을 줬거나..
아니면 알파고들 간의 대전에서는 그런 수들이 승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었거나-알파고들의 약점일 수 있거나...

그리고 바둑은 모르지만 이세돌씨와 두는 속도를 보니 알파고 간의 대전으로 성능 개선을 하는데에도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