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3/23 18:26:12
Name   Toby
Subject   진화론을 인정하는 창조론들



[마침 유게에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해 올라온 짤이 있길래 붙여봅니다]


최근에 제가 출석중인 교회에서 3주간 시리즈로 설교시간에 창조와 진화에 대해 다룬 내용이 있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교회에서 진화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당연한 얘기를 뭐하러 해?'라는 분위기도 있고, 설교를 담당하시는 목사님들이 과학을 잘 알지 못하다보니 설득력있게 이야기해주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설교의 메인주제로 다뤄지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초등부나 중고등부 정도면 가끔 있기도 합니다만 흔치않고, 있다하더라도 창조과학회쪽의 강사를 초빙해서 특강식으로 다루게 마련이지요.
적어도 장년을 대상으로 설교시간에 이 주제를 다루는건 제가 처음보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진화는 거짓이고 창조가 진리다]라는 전통적인 관점이 아닌, 진화론의 학문적 가치를 인정하면서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인가?를 논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나 싶네요. 설교는 두 목사님이 대담형식으로 진행하셨는데, 목사님들도 '아마 이 주제를 다루는건 국내에서는 처음 일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3주 동안 이야기된 내용들을 모두 적기에는 분량이 많고 잘 정리하기가 쉽지 않아 간단하게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기독교인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창조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창조론의 입장은 여러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는데요.

1. 즉성적 창조론


즉성적 창조론은 세상이 하나님의 창조에 의해 즉각적으로 창조되었다는 이론입니다.
창세기에서 말하는대로 7일만에 창조가 끝이나고 모든 변화가 이루어졌다는 내용이지요.

이 입장에서 보면 7일만에 모든 창조가 이뤄졌다고 보기 때문에 지구에 묻어있는 아주 오랜 세월의 흔적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국내 기독교에서는 대부분 창조시의 세상은 지금과는 달랐고, 노아 대홍수 사건을 겪으면서 지구에 아주 갑작스러운 변화들이 생겨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라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은 1941년경에 생긴 미국의 ASA(American Scientific Affiliation)라는 단체의 입장을 계승한 것이라고 하네요.
국내에는 1980년경에 소개되어 한국 기독교의 가장 보편적인 입장이 되었습니다.
이 입장은 진화론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점진적 창조론


창조가 7일만에 된 것이 아니라 46억년경의 오랜시간을 통해서 진행되었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1986년 Reasons To Believe라는 단체에서 표방되기 시작했고,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있지 않은 듯 합니다.

이 입장은 소진화는 인정하지만 종과 종 사이의 변화인 대진화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각 종은 하나님이 따로 창조하시고, 오랜시대에 걸쳐 자연적으로 발전했다는 관점입니다.
즉성적 창조론이 진화를 전면 부정하는 것과는 달리 조금은 개방적인 입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입장에서는 노아의 홍수를 전지구적 사건이 아닌 국지적 사건으로 봅니다.

3. 유신 진화론


위의 입장들과는 다르게 대진화까지 인정하는 좀 더 개방적인 입장입니다.
진화론을 인정하지만, 진화라는 자연법칙을 하나님이 설계했고 창조에 진화를 사용했다는 입장이지요.

이 이론도 세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입장이 여러가지로 갈리는데요.
대표적으로 4가지 관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3-1. 독자적 입장 - 제임스 오 (James Orr, 1844-1913)

하나님이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모두 창조했다고 믿으며, 인류조상으로서의 아담을 실존으로 믿는 입장입니다.
(진화를 인정하고 대진화를 인정하지만 유일하게 인간은 하나님이 창조한 것으로 믿습니다.)

3-2. 보수적 입장 - 벤자민 워필드 (Benjamin Warfield, 1851-1921)

인간의 육체는 진화에 의해 발전했지만, 하나님이 동물과는 차별되는 인간만의 독특한 영혼을 창조했다고 믿는 입장입니다.
이 입장도 전통적인 아담을 인정합니다.

3-3. 중도적 입장 - 데니스 알렉산더 (Denis Alexander, 1945-)

인간의 영혼과 육체가 모두 진화과정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믿는 입장입니다.
대표성을 가진 인물로 아담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아담이전에도 인류가 있었다고 믿습니다.

3-4. 극단적 입장 - 데니스 라무르 (Denis Lamoureaux, 1954-)

인간의 영혼과 육체가 모두 진화과정에 의해 창조되었으며, 아담은 상징일 뿐 실존인물이 아니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 설교시리즈를 진행하면서 두 목사님은 어느 입장이 가장 진리에 근접해있다고 말씀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입장이 맞는지 속단할 필요없이 다양한 입장이 있고, 어느 입장이 가장 타당한지는 천천히 계속 지켜보면 될 것이라는 것이죠.

기독교에서도 이런 입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은 분들께 새로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홍차넷에 소개를 해봤습니다.

짧게 소개한 터라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녹화된 설교영상을 볼 수 있는 주소들을 링크합니다.

https://vimeo.com/158265375
https://vimeo.com/159021277
https://vimeo.com/159880565


이에 대해서 더 알고싶은 분들을 위해 두 목사님이 많은 논문과 서적을 소개해주시기도 했는데요.
혹시라도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그 중 몇개만 꼽아주신 서적을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리차드 칼슨 편저, 우종학 옮김, 「현대과학과 기독교의 논쟁 ― 네 가지 견해」 (서울: 살림출판사, 2003) (절판)
모어랜드․레이놀즈 편집, 박희주 옮김, 「창조와 진화에 대한 세 가지 견해」 (서울: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2001)
데보라 하스마․로렌 하스마, 한국기독과학자회 옮김,「오리진」 (서울: 한국기독학생회 출판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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