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4/02 14:06:02
Name   Zel
Subject   프로듀스 101이 끝났습니다. 기타 잡설들과 개인적 포인트.
요즘 제 생활의 페이스메이커를 해 주고 딸과 소통의 창구였던 프로듀스 101이 끝났습니다. 2월에 미국에 와서 문화충격에 시달리고 있던 와중에 프로듀스 언니들이 큰 힘이 되었던 여섯살 다섯살 꼬마들이었죠.
한혜리 연습생이 12등으로 떨어지고 큰애는 울음을 참지를 못하고 정말 서럽게 울더군요. 덕택에 마누라한테 욕 제대로 먹었습니다만.. 제 딸이 최애로 밀던 캐릭터라 여기서도 매일 엄마 아이디로 투표를 하고 있다 보니.. 거의 인생에서 처음 '응원'이란걸 해보고 그 꿈이 좌절된게 맘이 아팠나 봅니다. 원년부터 삼성라이온스 팬인 아빠는 8,90년대에 많이 경험했었는데.. 여튼.

오늘 살아 남은 연습생들의 인터뷰 중에 유독 제 귀에 들어오는 말이 있더군요. 전소미도 그랬고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언급을 여러 연습생이 하더군요.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봤었습니다만 처음 들은 이야기라 약간 신선했는데.. 아마 '연습생'이라는 독특한 포지션들의 꿈을 바로 실현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라서 저런 표현이 나왔겠죠. 그런데 과연 떨어진 연습생도 그렇게 생각을 할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들다가도 뭐 그렇겠지 라고 수긍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런 좀 오버한 느낌의 https://redtea.kr/?b=3&n=2218&c=31228 댓글을 달았었는데 이런 큰 판을 엠넷이 그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현될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시즌 2,3가 계속 성공하란 법은 없겠고, 이미 이 프로듀스101이 상수가 되면 거기에 대항하는 기획사들의 준비가 또 달라지겠죠. 이번에 참여한 기획사들의 경제효과가 얼마일까를 생각해보면 계산도 안나옵니다. 판타지오는 주식만 50% 올랐던데.. MLB가 1WAR당 몇 밀리언$인지 계산이 나오는거 처럼 아이돌도 팬카페 인원숫자가 몇십억짜린지 아마 답을 낼 수도 있을겁니다. 멤버가 아닌 회사 브랜드 상승의 이득은 복리 이자고요.

전 TV를 잘 보지 않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좋아해서 슈스케 시절부터 꽤나 챙겨봤습니다. 위탄이 개망해가는 모습도 보고, 어설프지만 나름 훈훈했던 탑밴드가, 2에서 어떻게 망가지는지도 지켜봤었죠. 그러다 보니 엠넷을 위시한 방송사들의 갑질 내지 악마의 편집 등등에 좀 너그러운 잣대를 가지게 하게 된다고나 할까요. 예능 프로그램의 첫번째 명제는 재미이고, 아무도 안보는 예능은 그 자체가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이 사람들의 만듬새에 인정을 해주고 보는 편입니다. 물론 아예 대놓고 없는 사실 만들거나 인신공격성 까지 가서는 안되겠지만, 매스컴의 본질이란게 기자와 인터뷰 한번만 해봐도 어떻게 난도질 당하는 질 경험해봤다면 오히려 예능 피디들이 양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전 특히 엠넷발의 '불공정성' 에 대해서 너그럽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렇게 기대를 모으고 '별들의 전쟁'이라던 탑밴드 2가 망가진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방송분량의 공정성'에 발목 잡혀서 루즈-루즈 게임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말하는 '쩌는' 밴드들 불러놓고 왜 쩌는 지를 제대로 보여 줄 역량이 안되고 심사위원들에게 휘둘리던 PD는 예능 피디로선 최악이었죠. 또 한가지는 '성장'이라는 서사에 대한 불감증였고.. 그런 면에서 오늘까지도 '공정성'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편파적으로 알아서 편집방송을 하는 엠넷이 전 안미워 보였습니다. 네. 연습생들에게 그렇게 깊이 감정이입이 안되서겠지요.

근데 뭐 저같은 아재가 아니라, 세상의 부조리함과 공평함을 최소한 TV에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 많은 분들에겐 불편한 것 같습니다. 특히 엠넷의 딸이라 불리우던 모 연습생때문에 비난이 많더군요. 하지만 이건 정말 익스큐스 된거 아닙니까? 왜 까인지도 모르던 김그림부터 시작해서 예리밴드.. 가까이는 블랙넛-송민호 등등 메인탱커 만들어 놓고 어그로 끄는 편집은 mmorpg의 고전적 탱딜힐 트리니티 구조가 생각날 정도로 전형적입니다. 예, 다 제가 늙었고 기성세대라 보니 이렇게 무딘거 같기도 합니다. 현실에 찾을 수 없는 공정함이란걸 TV에서만이라도 보고 싶어서 그렇게 많은 막장 드라마에서 정의구현 하는걸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 사람들을 조롱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만. '살아남은자가 강한자'라는 시쳇말-이야 말로 기성세대를 위한 말이죠 -이 딱 들어 맞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쇼미더머니 할때 까지 티비를 다시 볼 일은 없겠네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522 일상/생각오, 지진 왔어요... 9 세계구조 16/04/01 4180 0
    2930 일상/생각정보가 넘치는 시대. 신뢰도는 사라지고 있다. 16 Forwardstars 16/06/01 3923 0
    2931 정치국내의 에너지 산업 혹은 태양광산업 동향은 어떤가요? 14 까페레인 16/06/01 3538 0
    2526 방송/연예프로듀스 101이 끝났습니다. 기타 잡설들과 개인적 포인트. 3 Zel 16/04/02 4594 0
    2527 일상/생각일기 2회차. - 건너 뛰어서 회차로 변경 2 프렉 16/04/03 3524 0
    2531 일상/생각난민 이야기 5 까페레인 16/04/03 3313 0
    2532 일상/생각일기 3회차. 2 프렉 16/04/04 3405 0
    2533 정치최근의 유엔 사무총장이 모로코에 저지른 만행이야기 7 Beer Inside 16/04/04 4082 0
    2536 정치이번 선거 공보물에 대한 인상 한줄평 10 April_fool 16/04/04 4213 0
    2537 도서/문학지난 달 Yes24 도서 판매 순위 3 AI홍차봇 16/04/04 5802 0
    2997 기타불화살은 존재하지 않았다? 25 눈부심 16/06/11 15110 0
    2555 일상/생각일기 5회차. 7 프렉 16/04/06 3818 0
    2544 정치김홍걸 - 문재인 사과하고 호남방문해야. 4 Beer Inside 16/04/05 3666 0
    2546 창작[21주차] 생각들 2 제주감귤 16/04/05 3377 0
    2548 의료/건강영국인의 의료관광이 10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 Beer Inside 16/04/05 4851 0
    2551 창작[21주차] 想念의 片鱗 4 레이드 16/04/05 2984 0
    2559 정치민주당과 김종인, 호남과 문재인의 균형에 대한 좋은 글 두 개 7 리틀미 16/04/06 4040 0
    2556 방송/연예I.O.I 이야기 2 Leeka 16/04/06 3958 0
    2557 기타[불판] 잡담&이슈가 모이는 홍차넷 찻집 <36> 65 NF140416 16/04/06 4392 0
    2558 창작일기 2 3 nickyo 16/04/06 3624 0
    2567 방송/연예디바제시카 영어강사,BJ,연예인,저자 34 로롱티아 16/04/07 5668 0
    2561 IT/컴퓨터카멜 FMA-2 모니터암 간단 사용기 4 탄야 16/04/07 8477 0
    2563 문화/예술곽부찡 vs 카일로 렌찡(스포 주의) 5 구밀복검 16/04/07 4439 0
    2564 영화이번 주 CGV 흥행 순위 5 AI홍차봇 16/04/07 3984 0
    2571 방송/연예3월 음원차트 1~20위 1 Leeka 16/04/07 3600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