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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4/07 09:29:44 |
Name | nickyo |
Subject | 불면증 |
요새는 도통 잠을 제대로 자질 못한다. 낮에 공부할 시간에는 잠이 와서 죽을 것 같은데, 밤이 되면 또 잠이 안와서 죽을 것 같다. 빌어먹을 공단기 앱은 어떻게 만들어 놓은건지 자꾸 뻑이난다. 어제는 아예 스마트폰을 먹통으로 만들어 전원이 나갔다. 겨우 집에와서 인터넷을 보고 공정초기화 모드 같은걸 찾아서 재부팅을 하고 앱을 다시 깔았다. 받아뒀던 인터넷 강의가 죄다 날아갔다. 씨바. 와이파이 졸라느린데.. 여자친구는 피곤하다고 일찍 잠들었다. 전원이 꺼져있는 바람에 두 시간도 더 늦은 인사를 남겼다. 내일 아침에나 읽힐 메세지를 보내고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꽂는다. 잠을 청하려 눕지만 괜히 몸을 뒤척인다. 왼쪽, 오른쪽. 왼쪽으로 누으면 심장에 좋댔나. 오른쪽으로 누으면 위에 좋댔나. 어느쪽이든, 잠이 잘 오는 자세였으면 좋았을 것을. 이대로는 잠들기 어려워서 극약처방을 해본다. 방 문이 닫혀있는 것을 본다. 이런, 방에 휴지가 다 떨어졌다. 소리없는 발걸음으로 살금살금 휴지를 한 통 꺼내온다. 쓱쓱쓱쓱. 건조한 소리가 침묵뿐인 방 안을 채운다. 이윽고 발 끝이 오그라든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여전히 잠이 안온다. 책을 보기 시작했다. 공부를 해도 잠이 안오다니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옆에서 주무시는 엄마가 존경스럽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기껏 다이어트 한답시고 점심에 샐러드를 사먹고 저녁에는 미숫가루를 타마셔가며 버티는데 새벽 두시에 생각나는건 집 앞 24시 부대찌개집의 부대찌개에 라면사리 넣고 콜라한잔이다. 엉덩이가 들썩거리는걸 겨우 참으며 생수로 텁텁한 입 안을 우물거려본다. 꼬르륵 거리는 배가 좀 진정되어간다. 배가 고픈걸 넘기고 나니 가랑이 사이가 묵직하다. 새벽에 공부하다보면 왜 이렇게 땡기는걸까. 책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집중이 안된다. 며칠 전의 밤이 자꾸 떠올랐다. 결국 책을 덮고 불을 껐다. 허벅지 근육이 돌처럼 단단해졌다. 생각보다 오래걸렸다. 어깨가 뻐근하고 등짝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젠 졸립겠지.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러고보니 정말 오랜만의 수음이다. 역시,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눈을 감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여전히 잠이 안온다. 비척거리며 일어나 앉았다. 의자에 남아있을 온기가 벌써 싸늘히 식어 엉덩이가 차갑다. 다시 책을 펼쳤다. 페이지를 슥, 슥 넘긴다. 두 번이나 했더니 다행히 집중이 잘된다. 목이 뻐근하고 눈도 침침해졌다. 시계를 봤다. 이러면 나가린데.. 새벽 4시에 겨우 불을 끄고 누웠다. 억지로 잠을 청하려 또 눈을 감는다. 양 한마리, 양 두마리, 양 세마리. 양.. 왠지 양이 좀 발랄하게 뛰어다니는 느낌이다. 정신이 없다. 폰을 열고 트위터, 페이스북을 대충 훑는다. 웹툰을 적당히 본다. 그래도 잠이 안와서 다음팟에 들어가본다. 새벽 4시의 다음팟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있다. 심야식당 3을 틀어주는 방을 눌렀다. 70명의 사람들이 있다. 새벽 4시 반에도 70명의 사람들이 있다. 채팅방을 열었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ㅋ 를 한번 쳐봤다. 반응이 없다. 앱을 껐다. 어쩐지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이대로는 답이 없었다. 일단 샤워라도 하자 싶어서 몸을 씻는다. 미지근한 물이 머리를 타고 내려오지만 손을 움직일 기운이 없어 멍하니 샤워기 아래서 기대어 있다. 머리속으로 아침부터 할 일을 정리해본다. 너무많아서 숨이 막힌다. 아찔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할 일을 잘 하려면 잠을 잤어야 했다. 잘 수 있는 일은 다 했는데. 문득 70인의 사람들이 생각났다. 심야식당을 틀어주는 채널 말고도 온갖 방에 십수명의 사람들이 있다. 물기를 대충 닦고 누으니 5시다. 새까맣던 세상이 어스름한 푸른빛을 띈다. 아직도 그 사람들은 심야식당을 보고 있을까. 새벽에 잠들지 못하는 이가 나 말고도 더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이제서야 잠이 좀 온다. 2시간 정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부재자 투표를 해야하고 모래는 시험을 보게 될 것이다. 그 사이의 밤에는, 좀 잘 자고 싶은 마음뿐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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