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4/11 13:29:55
Name   모모스
Subject   이부프로펜, Cyclooxygenase, 아스피린 이야기
이부프로펜

이부프로펜 ( Ibuprofen ) 많이 들어보셨죠? 우리나라에서는 상품명으로 부루펜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애들이 열이 나고  아플 때 부루펜시럽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미국에 다녀 오신 분들은 다들 아시는 애드빌 (Advill) 이 바로 이부프로펜 성분입니다. 이부프로펜은  아스피린, 나프록센, 디클로페낙, 아세클로페낙 등과 함께 NSAID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 계 소염진통제 약물로 분류되고 이들 모두 작용 기전은 거의 비슷합니다. 아무튼 이런 NSAID계의 대표적 약물이 이부프로펜이며 오랫동안 써왔고 지금도 가장 먼저 사용되며 가격도 싸고 효과도 좋은 약물입니다.  

체내에서 통증과 염증 반응을 매개하는 과정은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경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양한 enzyme와 receptor로 매개되는 다른 생체반응과 마찬가지로 이들을 폭포수반응 (cascade) 으로 표현합니다.  통증과 염증 매개하는 과정을 아주 아주 아주 (강조중임) 간단하게 많이 많이 많이 (강조중임) 생략해서 설명하고자 하면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부프로펜은 위 그림 오른쪽 중간 쯤에 보이는 것처럼 다른 NSAID 약물과 마찬가지로  통증과 염증 매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을 합성하는 COX (Cyclooxygenase) 라는 효소를 저해해서 작용을 나타냅니다. (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렇습니다. 그 밖에 다른 기전이 추가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부프로펜은 위 구조와 같이 입체적으로 2가지 형태가 존재합니다. 화학조성식은 같으나 입체적으로 모양이 다른 화합물을 이성질체라고 부르죠. ( 이성질체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 이부프로펜은 가장 기초적인 광학 이성질체로   R-형 S-형 이성질체가 존재합니다. COX 효소도 당연히 단백질이므로 이들도 3차원 입체적으로 이부프로펜과 결합하여 저해 작용이 일어나는데 COX는 S-형 Ibuprofen만 결합하여 작용을 나타냅니다. R-형 Ibuprofen 잉여네요. 부작용만 더 할 뿐...그래서 S-형 Ibuprofen 만 분리한 Dexibuprofen이 더 낮은 용량  (이론적으로는 Ibuprofen 절반의 용량으로 똑같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체내에서 R-형 S-형 전환이 일어나기도 해서 조금 복잡합니다.) 으로도 높은 효과를 나타냅니다.  Dexibuprofen제제로 우리나라에서 맥시부펜이 유명하고 미국에서는 Dexibuprofen으로 된 애드빌 (Advill) 액상 advance 제품이 있을 겁니다.  




COX ( Cyclooxygenase )
실제 COX는 이제까지 알려진 바로는 Cyclooxygenase-1 ( COX-1 ) 과 Cyclooxygenase-2 ( COX-2 ) 두가지 효소가 존재합니다. 통증과 염증을 매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 (Prostaglandin)을 합성시키는 효소는 주로 COX-2로서 염증 반응이 일어날 때 일시적으로 생성됩니다. 반면 COX-1은 우리 몸의 혈관내피세포와 위점막 등에 상시 존재하는데 혈관에서는 출혈이 일어나면 염증 반응을 일으켜서 출혈을 막는 역활을 매개하고  위점막에서는 위산에 의해 공격받는 위를 염증반응을 일으켜서 보호합니다.(위는 공격과 방어가 균형을 이룬 싸움터입니다. 우리 위는 음식물의 오염물질과 세균이나 곰팡이들을 없애기 위해 강한 산성액과 소화액을 분비하는데 이들에 의해 우리 위까지 망가지지 않기 위해서  끊임 없이 위점막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위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  이부프로펜은  일반적인 NSAID와 마찬가지로 COX-1, COX-2를 둘다 저해하므로 이부프로펜을 장기 복용했을 시 COX-1 또한 저해해서 위점막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위산 등에 의해 위가 손상을 입고 속쓰림 부작용을 겪게 됩니다.  

NSAID 장기 복용시 나타나는 위장장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COX-1, COX-2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약물이 개발되었습니다. 위장관부작용을 초래하는 COX-1를 저해하지 않고 선택적으로 COX-2만 저해하는 기적의 약물인 쎄레브렉스와 바이옥스란 약물이 개발되었습니다. 처음 나왔을 때 난리 났습니다. 위장관 부작용이 없는 기적의 진통제가 나왔으니까요. 화이자랑 MSD ( 머크 ) 의 제품으로 블럭버스터 신약들이었습니다. 화이자의 쎄레브렉스는 미국에서 1년에 40억달러 (화이자 전체매출이 200억달러 시절에) 정도 팔리는 대단한 제품이었습니다. ( 거대제약회사의 제품들을 잘 아시겠지만 독점이 되고 대체가 불가하면 약값이 무지막지합니다. 자비가 없죠. 판매수량으로 1등이 아닙니다. 하지만 매출이 저렇다는 것은 약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쌌다는 뜻입니다. )  하지만 머크의 바이옥스가  후발주자로 10억달러정도의 매출을 올리면 널리 사용되고 있을 때 심장부정맥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들이 나타나 미국에서 수만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COX-2저해제들은 기본적으로 나이가 많은 환자들은 복용했습니다. 나이 많은 환자들은 각종 염증과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위장관이 약해져서 기존의 NSAID는 위장관 부작용으로 계속 복용하기가 힘들었습니다. COX-2저해제가 약가가 비쌈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대안이 없는 수많은 노인환자들이 복용했고 이들이 심장부정맥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 후에도  그 원인이 약물이 아닌 노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취급되어 초기에는 바로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장기간 약물이 계속 사용되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였습니다. 결국 역학 조사로 COX-2 저해제 때문이라는 게 밝혀진 후  바이옥스의 개발제조사인 머크는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물고 시장에서 자진 철수하였고 화이자의 쎄레브렉스는 제한적으로 계속 사용되고 있습니다. ( 쎄레브렉스가 부정맥부작용이 적은 이유로 바이옥스보다 효과가 떨어져서 부작용도 적은 건 아닌가 예상하고 있습니다. )  이 바이옥스 사건은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이 바뀔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이제 신약 개발 초기부터 부작용에 대한 고려를 하기 시작했고 적어도 부정맥에 대해서는  hERG binding assay 방법을 통해서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부정맥을 일으킬만한 위험한 화합물을 초기에 걸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스피린
아스피린은 COX-1, COX-2 둘 다 저해하며 심지어 이들 효소와 비가역적으로 결합해버립니다. 아스피린은 COX와 비가역적으로 결합해버려 새로운 COX 효소가 생성되기 전까지 염증 반응을 막아버리므로 지속시간도 길고 강력한 효과를 나타내지만 역시 위장관 부작용과 함께 출혈시 지혈을 힘들어져 수술 받는 사람들에게는 위험한 약물입니다. 아스피린이 진통효과로 사용될 때는 주로 500mg이상을 사용하는데 이 정도면 강력한 위장관 부작용과 함께 치과 치료나 수술을 할 때 지혈 또한 매우 힘들어집니다. 치과 치료나 외과 수술 전에 다른 NSAID 뿐 아니라 특히 아스피린 (뒤에 나오는 아스피린 저용량을 장기간 복용하는 사람도 포함) 복용을 금지시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피린 용량을 낮춘 아스피린 100mg ( 아스피린프로텍트, 아스트릭스) 은 혈전 ( 혈전 생성과 지혈은 같은 메커니즘입니다. ) 이 자주 생기고 관상 동맥이 자주 막히는 사람들에게 가격도 싸고 효과도 좋은 기적의 약물로 계속 사용되고 있습니다. 고지혈증이나 관상동맥, 뇌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  또는 이와 같은 질환이 가족력으로 존재하는 위험한 군에 속한 사람들에게 아스피린이 계속 처방 되고 있습니다.  하루에 1번만 먹어도 될 만큼 복용도 쉽고 비가역적으로 COX와 결합하여 지속시간도 길고 효과도 매우 좋습니다. 그런데 그런 위험군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 심장 좋아진다고 무분별하게 아스피린을 복용하기도 하는데 그냥 위장관만 상합니다. ( 미세하게 진통효과는 있겠네요.)  저용량 아스피린을 장기간 복용하시려면 의사와 상담하고 드세요.




6
  • 본격 홍차넷 약사양반들 소환글
  • 망하거라, 이과여~!
  • 너무 어려워요 선생님!
  • 아 맥시부펜ER 한 통 사놔야 하는데…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413 7
14947 게임[LOL] 9월 28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57 0
14946 게임[LOL] 9월 27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27 0
14945 일상/생각와이프한테 혼났습니다. 3 큐리스 24/09/26 635 0
14944 게임[LOL] 9월 26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43 0
14943 게임[LOL] 9월 25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02 0
14942 일상/생각마무리를 통해 남기는 내 삶의 흔적 kaestro 24/09/25 523 2
14941 기타2002년에도 홍명보는 지금과 같았다? 4 Groot 24/09/24 641 1
14940 일상/생각 귤을 익혀 묵는 세가지 방법 1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4 522 6
14939 일상/생각문득 리더십에 대해 드는 생각 13 JJA 24/09/24 589 1
14938 일상/생각딸내미가 그려준 가족툰(?) 입니다~~ 22 큐리스 24/09/24 562 14
14937 오프모임아지트 멤버 모집등의 건 26 김비버 24/09/23 1189 21
14936 문화/예술눈마새의 '다섯번째 선민종족'은 작중에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6 + 당근매니아 24/09/22 560 0
14935 육아/가정패밀리카에 대한 생각의 흐름(1)-국산차 중심 28 방사능홍차 24/09/21 892 0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6 카르스 24/09/19 809 15
14932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충격적인 멘트를 들었네요 ㅎㅎ 9 큐리스 24/09/19 1387 5
14931 일상/생각추석 연휴를 마치며 쓰는 회고록 4 비사금 24/09/18 579 9
14930 방송/연예(불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상 나누기 68 호빵맨 24/09/18 1278 0
14929 음악[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김치찌개 24/09/18 177 1
14928 일상/생각급발진 무서워요 1 후니112 24/09/17 547 0
14927 일상/생각오늘은 다이어트를 1 후니112 24/09/16 346 0
14926 게임세키로의 메트로배니아적 해석 - 나인 솔즈 kaestro 24/09/15 301 2
14925 일상/생각힘이 되어 주는 에세이 후니112 24/09/15 335 0
14924 일상/생각케바케이긴한데 2 후니112 24/09/14 465 0
14923 기타줌번개해요. 오늘 밤 10:45 부터 19 풀잎 24/09/13 737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