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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4/16 10:36:54
Name   김덕배
Subject   선거방식과 정당체계
정치적 냉소가 가득하게 되면 정치체계 내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기 쉽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혹자는 온건다당제라고도 하지만 사실상 호남의 공고한 지지, 영남의 공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진보/보수와 결합하는 형태의 양당제라고 할 수 있는데(실제 이념 정도는 차치하고라도) 그때문에 양당 모두에 대해 어느 정도 환멸을 느끼고 3당체제를 지지하기도 합니다. A와 B는 안되겠다. C가 있어야겠다. 이렇게 말이지요.

뒤베르제의 법칙
하지만 원내 정당들이 형성된 결과만을 지지하는 건 사실 정치적 감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 양당제가 나타났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때문입니다. '뒤베르제의 법칙'은 소선거구 단순다수제가 양당제를 출현하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 이렇게 될까요? 우선 소선거구 단순다수제가 사표발생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한명이 50.1%로 나오고 다른 한명이 49.9%로 나온다면 50.1%의 득표자가 당선됨으로써 발생하는 것은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의 표가 정치적 의사로 반영되지 못함을 의미합니다.(사실, 애초에 사람들의 선호를 모두 적절히 반영할 규칙은 없습니다. 이를 정리한 것이 '애로우의 불가능성정리'입니다.) 사표발생이 극대화되다보니 선거는 듀얼...아니 대결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1:1대결에서는 적과 나라는 이분법으로 결집하는게 효과적이겠죠.(신채호가 말한 것 마냥 아와 피아의 투쟁!) 미국이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대표적인 양당제입니다.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는 1명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구에서 최다득표면 당선으로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여러명을 뽑는 방식은 중선거구, 대선거구...가 있습니다. 단순 최다득표가 아닌 방식으로는 순위투표(난 얘가 1등, 2등 이런식으로 결정해서 최다득표 2명을 생존시킨다음, 나머지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의 차순위를 살아남은 2명에게 이양시키는 방식도 있습니다.)

지역정당
다만 뒤베르제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지역정당입니다. 어떠한 지역에 기반하여 공고한 지지를 얻는다면, 그 지역에 한해서만 유의미한 득표를 한 정당이 생존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지역을 빼고 양당제가 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과거 충청도의 자민련과, 그리고 개인적으로 생각할때 현재의 국민의당이 그렇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당은 정당득표를 굉장히 많이 했기 때문에 지역정당이라 하기는 애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선거구의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지역정당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그에 따라 우리나라의 정당체계를 보면, 사실 양당제에 지역정당이 존재하는 3당체제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지역주의(부정적인 의미가 아닙니다!)와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비례대표제가 존재하나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300석 중 고작 47석입니다.) 그러면 비례대표란 무엇일까요?

비례대표제
우리나라의 정당투표가 비례대표에 해당합니다. 이 제도는 투표의 핵심적 지향점인 '인구비례성'에 기초하고 만들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가 반영되는 대의제(대표로 운영되는 의회제도)가 민주주의에 바람직하다는 이념입니다. (지지한 인구수와 의석수는 비례해야한다.) 우리나라 헌재는 과거 선거구제도가 인구비례성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언하였고, 결국 선거구제에 대격변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구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나라가 선택한 방식은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가 적은 지역을 통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강원도의 경우 생활권이 전혀다른 5개시군이 붙어서 만들어진 선거구도 있습니다.(홍천, 화천, 철원, 양구, 인제, 보시면 선거구가 굉장히 옆으로 넓습니다.)

정당투표와 다당제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비례대표제의 경우 다당제(여러 정당)을 출현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와 달리 자신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는다(즉, 내표가 죽은 표(사표)가 될 가능성이 낮다. 고로 자신있게 지른다)때문입니다.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에서는 전략적으로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투표를 하지만, 비례대표제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약진은 바로 비례대표제를 통해 가능했습니다.

그러면 정당체계는 왜 중요한가
앞서서 좀 두서없이 말하긴 했는데 핵심은 '선거방식이 정당체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입니다. 지역주의가 사라진다는 가정하에서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는 양당제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를 출현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양당제와 다당제가 뭐길래 그러는가? 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쉽게 말해서 정치를 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양당제는 게임의 플레이어가 2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물론 내부 플레이어는 하도할샤...지만) 때문에 안정적인 게임이 가능합니다. 협상할 상대도 명확합니다. 다만 100을 나누는데 있어서 50대 50일 수는 없기 때문에 양당제는 때로는 대결의 정치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반면 다당제의 경우 게임이 복잡해집니다. 의회에서 과반을 넘기기 위해서 여러 당들이 이합집산을 하기 마련이고, 적은 의석수를 가진 정당들이 힘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당 여럿이 모여서 운영되기 때문에 다당제는 기본적으로 협상과 합의를 거치게 됩니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합의의 정치를 연습하는데 좋은 기반이 될수도 있지요. 이처럼 정당체계는 정치의 양상이 전혀 달라진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정치문화와 전통
합의라는 단어가 갖는 매력때문에 그러면 다당제가 최고아니냐! 할 수 있지만 합의 그런 거 없고 정치환경이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바로 정치문화때문입니다. 양당제가 대결이고 다당제가 합의인냥 말씀드렸지만 이건 지극히 일반적인 사고에서 내린 결론입니다. 플레이어가 2명이라도 합의하는데 익숙한 사람은 합의할 것이며, 플레이어가 여럿이라도 치고박고 싸우는데 익숙하면 싸우게 됩니다. 이런 면에서 그 나라의 정치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어떻게 정치를 하는 것이 익숙한지, 국민들은 어떠한지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합니다. 물론 이러한 문화결정론은 개인의 의지나 이상적인 정치 지향점을 망각하게 만들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하지만, 문화라는 변수는 분명 강력합니다.

요약을 하자면....
우리 눈앞에 등장한 정당체계는 과거의 정치에 영향을 받아 현재의 정치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정당체계는 기본적으로 선거방식에 의해 큰 영향을 받습니다. 정치로 도출되기까지 선거와 정당에 대한 이해는 정치가 사회 핵심적인 가치를 배분하는 의사결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선거 일반에 대해 어지럽게 한번 써보았습니다.

덧)소선거구 단순다수제가 안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인구비례를 통한 대표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또한 지역대표성입니다. 소선거구는 여기서 어느 정도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덧)독일의 선거가 신박합니다.
독일은 정당투표와 지역선거구 투표를 다하는데, A라는 정당이 정당투표 비율로는 30석 가져가면 맞는데 지역선거구 투표로는 31석 가져갔다 그러면 지역선거구로 끝입니다. 근데 B가 정당투표로 40석인데 지역선거구로는 20석이다, 이러며 정당투표로 인한 선거구를 더 줍니다. 인구비례성을 정당투표로 보전하면서 지역대표성도 유지하는 방식이지요. 다만 의석수가 매번 변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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