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4/18 16:33:14
Name   nickyo
Subject   차별과 진보정치
0. 여기에 이걸 쓰는 것 자체가 자기모순적일테다.

1. 최근 진보정치는 놀랍도록 계몽주의적이고, 교조적으로 느껴진다. 옳은 것, 맞는 것은 누구에게든 찌를 수 있는 칼날처럼 벼려져 있다.

2. 차별의 보편을 인식하고 차별의 보편을 깨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나는 그것에 고무되면서도, 그 시도에 더 강력히 저항하는 이들의 분노 역시 두렵다.

3. 언젠가의 운동권은 옳은 칼날을 뱃 속에 신념으로만 간직한 사람들이 있었을거라 믿고 싶다. 그들에게 있어서 차별을, 부조리를, 부당함을, 억압을 재생산하는 이들의 시선까지 기꺼이 내려가서 자신이 흙탕물 속에서 뒹굴어가며 지리한 시간을 걸쳐 한 사람, 한 사람을 인간적으로 우리의 편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아직도 있을까.

4. 이는 잔인한 희생이며, 상처의 강요에 가깝다.

5.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것과, 세상에서 옳은 이로 살아가는 것은 아주 먼 간극이 있듯이 느껴진다.

6.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그들의 사이에 합의할 수 없는 무엇은 무엇일까. 그들의 정책집만으로는 그렇게 먼 차이를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7. 옳은 방식으로 옳은 수단으로 옳은 과정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것이 진보정치라면 아마도 진보정치는 영원히 외면받는 곳에 자리할 것이다.

8. 그러나 그럼으로 세상은 아주 천천히, 진보정치의 위치로 조금씩 움직여갈지도 모를일이다.

9. 그 시간 사이에, 싸우기로 한 이들은 끊임없이 죽었다.

10. 보통사람과 운동권 사이 어딘가에서 양 측의 단물만을 뽑아먹은 나는.. 아마 영원히 빚쟁이일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에 빚을 지고, 보통사람의 뒤에 숨어.. 이렇게 고나리질을 하면서.

11. 각자의 싸움이니 각자의 존엄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멋지다. 주제에 누구를 동정하냐는 일갈과, 널 위해 싸우는걸로 보이냐고 하는 이의 주체성은 그것만으로도 한 폭의 드라마다. 그러나.. 그래서 그들의 비극이 각자의 것이라고 외면하기에는 너무 이기적이고, 치졸한 외면이다. 우리는 옳은것과 마땅한 것, 그리고 그것을 향하는 동안 죽어가는 이들의 비극 두 가지 사이에 어딘가를 향하고 있기는 한 것일까. 내가 더 이상 당위와 혐오를 갖고 우리의 것이 오로지 옳다고 이야기 해서는 안된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의 고나리질이, 흙탕물을 뒤집어 쓴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적어도 제도정치를 바라본 진보정치라면, 한 쪽만 고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옳고 마땅한것과 비극의 괴리 사이에서.....
당신들의 지적 자부심과 당당한 뽕맛을 위해.. 사람들이 싸우는 게 아니다.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554 기타참깨, 들깨 생육 개론 19 천하대장군 23/02/08 2192 11
    19 기타참.. 좋네요. 6 천무덕 15/05/29 8925 0
    10293 일상/생각참. 발렌타인 다음날이 그렇습니다. 5 지옥길은친절만땅 20/02/15 5631 5
    10683 일상/생각참 사람 맘은 쉽게 변한다.. 23 whenyouinRome... 20/06/13 4897 42
    6403 육아/가정참 불같은 1년이 지났습니다... 31 고폭풍 17/10/11 4777 14
    1102 정치참 깝깝합니다, 깝깝해요...(내용/링크 추가) 26 Feelhmy 15/09/25 9309 0
    7285 오프모임찰나를 가르는 파스타 번개(상수 밤 10시) 47 발타자르 18/03/26 5499 1
    6496 오프모임찬바람엔 과메기. 저녁 7:00. 가산디지털단지. 29 틸트 17/10/31 5255 2
    9874 일상/생각착한 여사친 이야기 9 Jace.WoM 19/10/23 5534 32
    4224 일상/생각착한 아이 컴플렉스 탈출기. 5 tannenbaum 16/11/24 3645 12
    661 일상/생각착한 사람을 잡아먹는 착한 사람들 13 nickyo 15/07/27 5242 0
    8484 기타착각 6 化神 18/11/07 3636 9
    13416 요리/음식차의 향미를 어떤 체계로 바라볼 수 있을까? 4 나루 22/12/20 2158 14
    13626 기타차였습니다. 14 쥬꾸미 23/03/08 2558 8
    1307 기타차에서 사는 구글맨 25 눈부심 15/10/21 10750 0
    9045 음악차에 술탄 8 바나나코우 19/04/06 3444 1
    10938 일상/생각차별이 없는 국가 대한민국 62 야수선배 20/09/08 6477 1
    2636 일상/생각차별과 진보정치 10 nickyo 16/04/18 3975 4
    1062 생활체육차범근의 동료들 - 프랑크푸르트 4 Raute 15/09/22 15457 1
    1093 생활체육차범근의 동료들 - 레버쿠젠 5 Raute 15/09/24 11906 0
    3287 스포츠차범근 축구교실의 문제가 제기되었네요. 22 jsclub 16/07/18 5755 0
    5145 일상/생각차밍한 그 형 14 열대어 17/03/11 3228 1
    6396 일상/생각차를 샀습니다. 인생 첫 새차. 10 luvnpce 17/10/10 5489 12
    2406 일상/생각차를 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8 soul 16/03/15 4637 0
    5409 경제차를 굴린지 1년, 비용을 계산해봤습니다. 10 토비 17/04/10 5619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