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5/10 21:03:24
Name   에밀리
Subject   [조각글 25주차] 그는 어디에서 오는가
주제 _ 선정자 : 7월
부끄러움에 대하여 일화건 생각이건 진지하게 생각하고 깊게 생각해서 글 써주세요.
가능하면 이성적 부끄러움 외에 대해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지만, 가능하면 이니까, 저의 썩소 보고 싶으시면 첫사랑 쓰세요.
전 인간으로써의 부끄러움이 보고싶습니다. 구린 부분들을 파헤쳐주세요.
글 장르는 상관없습니다.

합평 방식
분량은 자유고 합평방식은 자유롭게 댓글에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맞춤법 검사기
http://speller.cs.pusan.ac.kr/PnuSpellerISAPI_201504/

합평 받고 싶은 부분
어... 죄송합니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고싶은 말
부끄럽네요. 부끄럽다, 부끄러워. 술 먹고는 횡설수설 이상하게 단톡방에 남겼던 카톡도 부끄럽고 그 술 먹는 가게 알바 언니가 너무 걸크러쉬여서 살짝 들이댔다 까인 게 부끄럽고 이상한 가게에서 정신 못 차리고 춤춘 게 또 부끄럽고 무릎에 멍이 시퍼렇게 든 채로 길에서 토를 한 게 또 부끄럽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이 또 부끄럽네요.

본문
---------------------------------------------------------------------------------------------------------------------


내 글을 드러내는 게 부끄럽다. 나는 나를 남보다는 더 깊게 이해하고 있고 그렇기에 내가 그려내는 나와 실제의 내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원하는 나는 다양한 면에서 실제 나보다 더 나은 나이며 그 나에 미치지 못하는 내가 나는 부끄럽다. 글을 쓸 때 나는 내가 바라는 나보다 글을 못쓰는 나와 마주하고 그를 부끄러워한다. 더 구역질 나고 더 부끄러운 건 글을 못쓰는 나보다 더 나은 글을 쓰는 나로 보이길 원하고 그를 위해 행동하는 나인데 부끄러운 나는 그에게서조차 시선을 돌려 버린다.

부끄러움은 뭘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말 못 하고 쭈뼛거리는 그거, 부끄러움이 많다고 얘기하고 다니는 주제에 남들이 꺼리는 조별 과제 발표는 즐길 수 있게끔 그럴 때만은 나타나지 않는 그거, 난 부끄러움이 사회의 계약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서로 달랐던 개인이 모였으니 사회에서의 모습이 달랐고 자연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해 했으며, 끝내는 자신을 연출하는 단계까지 이르렀겠지. 누가 그러더라, 의복은 일종의 투영 자아라고. 허영심도 괜찮겠다. 그래, 그래서 난 그렇게 어른스러워 보이는 셔츠를 입고 넥타이며 보타이며 각종 타이를 했고 내가 원하는 나를 연출했어. 허영에 가득 차서, 남들이 좋아해주는 게 좋아서. 그런데 자신이 만들어낸 자신에 자신이 미치지 못 할 때, 우리는 부끄러움을 느낄 거야. 좋아하는 이성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건 내가 그에게 단번에 사랑받는 나를 그렸기 때문이고, 내가 과제 발표가 남들과 달리 부끄럽지 않은 건 내가 그린 내가 다소 나댄다는 말을 듣더라도 그런 과제 발표를 잘 하는 나이기 때문이지.

그런데 위에서 말한 부끄러움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면에서 오는 것과 외부에서 오는 것, 밖에서 오는 친구는 한결 담백하다. 그는 내가 사회의 나에 충분하지 않다는 걸 담담히 보여준다. 다큐멘터리같이 있는 그대로, 난 사회의 나에 걸맞기 위해 더 노력하고 내 모습을 가꾸면 될 뿐이다. 그러나 안에서 오는 친구는 구질구질하고 끔찍하다. 그 친구는 보다 본질적인 부분을 찔러댄다. "네가 만들어낸 너는 네가 아닌데?"라고 비웃는 그가 보인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그가 곧 나라는 점이다. 내 안에서 출발한 내 부끄러움은 내 얼굴을 하고 내 얼굴을 꼬집는다.

"넌 이렇게 생겼잖아."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87 꿀팁/강좌우리의 뇌에는 청소부가 있어요. 64 눈부심 16/05/12 7082 7
    2786 영화라이터를 켜라 (2002) _ 어느 예비군의 편지 7 리니시아 16/05/12 4451 0
    2785 영화이번 주 CGV 흥행 순위 1 AI홍차봇 16/05/12 3802 0
    2784 정치뉴스 이것저것 10 하늘밑푸른초원 16/05/12 4995 0
    2783 영화곡성 해설 (강스포) 25 리틀미 16/05/11 17572 0
    2782 영화곡성(영화 컨셉만 스포... 컨셉은 알고 보시는 게 좋을듯요) 20 리틀미 16/05/11 4672 0
    2781 일상/생각벨빅 정 5일 복용 후기 외 34 nickyo 16/05/11 13649 2
    2780 정치김영란법은 이렇게 우리 경제를 망가뜨린다 28 Beer Inside 16/05/11 5027 0
    2779 음악Because the night 7 새의선물 16/05/11 3885 0
    2778 창작[조각글 25주차] 뒷담화 3 우너모 16/05/11 3408 0
    2777 기타미국의료보험비 인상 어융 짜증 15 눈부심 16/05/11 5208 0
    2776 음악요즘 듣고 있는 해외앨범 20(The 1975 - I Like It When You Sleep, For You Are So Beautiful Yet So Unaware Of It) 1 김치찌개 16/05/11 3505 0
    2775 기타하루 1분 시리즈.jpg 1 김치찌개 16/05/11 3968 1
    2774 방송/연예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여자인 제가 영국에서 유일하게 본 드라마 4 windsor 16/05/10 4874 0
    2773 정치옥시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업체가 늘고 있습니다. 4 Leeka 16/05/10 3757 0
    2772 창작[조각글 25주차] 그는 어디에서 오는가 5 에밀리 16/05/10 4118 0
    2770 육아/가정육아일기 - 2016년 5월 23 까페레인 16/05/10 6319 4
    2771 기타안내견인 골든 리트리버가 졸업앨범에 10 까페레인 16/05/10 4232 0
    2769 방송/연예[I.O.I] 역대급 기록들을 갱신하기 시작했습니다. 9 Leeka 16/05/10 4583 0
    2768 IT/컴퓨터미국 IT 기업의 3년차 이하 연봉 조사 결과 7 Leeka 16/05/09 4039 1
    2767 음악아재가 달리기하면서 듣기 좋은 앨범 list5 10 Darwin4078 16/05/09 5548 0
    2766 창작조각글 25주. 무제 5 지환 16/05/09 3431 1
    2765 정치편의점 3사에서 옥시 불매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14 Leeka 16/05/09 4460 0
    2764 창작[조각글 25주차] 제 3자의 섹스 11 nickyo 16/05/09 3848 0
    2762 문화/예술[본격홍보]홍차넷 회원 여러분, 사진공모전 진행중이에요 3 난커피가더좋아 16/05/09 4453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