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5/11 11:03:38
Name   우너모
Subject   [조각글 25주차] 뒷담화
주제 _ 선정자 : 7월
부끄러움에 대하여 일화건 생각이건 진지하게 생각하고 깊게 생각해서 글 써주세요.
가능하면 이성적 부끄러움 외에 대해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지만, 가능하면 이니까, 저의 썩소 보고 싶으시면 첫사랑 쓰세요.
전 인간으로써의 부끄러움이 보고싶습니다. 구린 부분들을 파헤쳐주세요.
글 장르는 상관없습니다.

합평 방식
분량은 자유고 합평방식은 자유롭게 댓글에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하고싶은 말
주절대는 느낌의 산문시 같은 글을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글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표현하려던 감정은 담긴 것 같아서 일단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본문
---------------------------------------------------------------------------------------------------------------------

한동안 술자리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했다.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지, 당신이 나에게 한 짓이 있으니. 술상 위에 올려두고 소주 한 병이 다 비워지도록 질겅 질겅 씹었다. 마요네즈도 안 찍었는데 참 고소하더라. 술이 반 병 들어가니 나는 더 감상에 젖어, 당신이 할퀸 자국들을 꺼내서 자리에 앉은 친구들에게 자세히 보여줬다. 말하다보니까 말라붙은 피딱지가 떨어져 다시 피가 나는데 그 짜릿한 아픔이 묘한 쾌감일 줄이야. 당신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나는 얼마나 순진했는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이야기에 사람은 사라지고 선명하게 낙인만 남았다. 주홍색으로 찍힌 그 자국 뒤로, 분명히 존재했던 이런 저런 감정의 결들이 흐릿해져간다.

그 자리에 앉은 친구 몇은 당신의 얼굴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로써 당신의 얼굴을 그려넣었다. 그려넣은 나도 꺼내서 볼 수는 없는 그림이지만, 당신의 진짜 모습보다 표독하고 무서운 얼굴이리라. 귀신같은 그 얼굴은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다가 나도 당신을 잊어갈 때쯤 다시 떠올랐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었냐고 물으면서. 그제서야 나는 단물이 빠지도록 씹던 마른 오징어를 택 뱉으며, 오히려 조금 미안한지도 모르겠다고 답하려 했다. 하지만 변호사 없는 법정에 홀로 남아 단죄 받던 당신은 이미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64 창작[조각글 25주차] 제 3자의 섹스 11 nickyo 16/05/09 3804 0
    2778 창작[조각글 25주차] 뒷담화 3 우너모 16/05/11 3360 0
    2772 창작[조각글 25주차] 그는 어디에서 오는가 5 에밀리 16/05/10 4068 0
    2730 일상/생각[조각글 24주차] 이해와 인정 사이 3 nickyo 16/05/02 2904 3
    2726 창작[조각글 24주차] 기도문. 4 헤베 16/05/01 3569 0
    2710 창작[조각글 23주차] 희나리. 3 헤베 16/04/29 3948 1
    2653 창작[조각글 22주차] 봄봄봄 1 레이드 16/04/20 2920 1
    2493 창작[조각글 20주차]누구나 스쳐지나가는..그래서 사무치게 슬픈.. 2 쉬군 16/03/29 3575 0
    2499 창작[조각글 20주차] 알파고 -얼그레이님의 보이니치를 잇는 글 2 마르코폴로 16/03/30 4290 2
    2487 창작[조각글 20주차] 아마도 마지막이 될. 1 RebelsGY 16/03/28 3938 0
    2495 창작[조각글 20주차] 시간 2 레이드 16/03/29 3543 0
    2496 창작[조각글 20주차] 보이니치 2 얼그레이 16/03/30 3200 0
    2485 일상/생각[조각글 20주차] 너무 위대한 먼지 1 nickyo 16/03/28 3676 1
    2530 창작[조각글 20주차] 공생충의 5초 3 드라카 16/04/03 3690 2
    1382 창작[조각글 1주차] 모난조각 34 얼그레이 15/10/30 8058 3
    2456 창작[조각글 19주차] 탄생 1 얼그레이 16/03/23 3500 0
    2425 창작[조각글 19주차] 카를과 디르도 6 nickyo 16/03/18 3443 0
    2414 창작[조각글 18주차] 풀 베기 2 제주감귤 16/03/16 3404 1
    2368 창작[조각글 18주차] 카톡 5 까꿀 16/03/10 3642 1
    2422 창작[조각글 18주차] 방문 3 얼그레이 16/03/17 3464 3
    2395 창작[조각글 18주차] 궁극의 질문 8 마스터충달 16/03/13 3490 3
    2362 창작[조각글 17주차]닭상(닭에 관한 단상들] 7 난커피가더좋아 16/03/09 4334 1
    2354 창작[조각글 17주차] 잘 되야 한다 3 레이드 16/03/08 3206 1
    2340 창작[조각글 17주차] 닭에 관한 여러 가지 고찰 11 *alchemist* 16/03/05 5303 2
    2308 창작[조각글 16주차] 친구의 진실 3 nickyo 16/02/28 4049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