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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5/24 21:47:56 |
Name | Beer Inside |
Subject | 추억속의 환자 |
작년 이맘 때 쯤 친구녀석이 흉복부 대동맥류 박리로 수술을 받았다. 30대 때부터 혈압약을 먹던 녀석이고, 늘 고래 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일을 하는 전형적인 Type A personality라서, 언젠가는 문제를 일으킬 것 같았지만, 시간이 너무 빨랐다. 그래도, 요즘은 기술의 발달로 아무런 휴유증이 없이 회복을 했다. 과거에는 흉복부 대동맥류 박리는 수술하지 않으면 죽고, 수술해도 그다지 성공률이 높지 않은 수술이였다. 특히 상행대동맥과 하행대동맥을 같이 침범한 경우, 경험이 많은 수술의는 상행대동맥과 대동맥판 부분만 수술해서 급한 불만 끄는 형식이였고, 경험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지구 최고의 기술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과대망상을 가진 수술의는 상행대동맥과 하행대동맥 모두 수술을 해서 늑간동맥에서 나오는 출혈, 뇌경색, 척수경색과 같은 수술 부작용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당시 외국의 수술시 프로토콜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수술 중 척수에 체온계를 삽입해서 온도를 조절하고, 척수액을 관류를 해서 척수를 저온으로 유지해야한다는 항목을 인상깊게 본 기억이 있다. (물론 척추에 체온계를 삽입한 후 출혈이 나면 척추마비가 발생한다는 이야기 따위는 없었다. 척추에 삽입하는 체온계가 빨대보다 조금 굵다는 것도.... 혈액응고 지연제를 잔뜩 쓰는 수술에서 척추에 체온계와 관류용 카테터를 넣고 부작용이 생기면 수술과 관계없이 하지마비가 발생한다.) 물론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수술이라고 해서, 상행대동맥 부분은 수술로 해결하고 하행대동맥부분은 스텐트를 삽입하여 별다른 이벤트가 없는 이상 수술 성공률이 높은 질환으로 되었지만, 당시에는 수술하면 살 확률이 낮은 질환이였다. 하지만, 야심찬 의사라면 한번씩 도전하던 분야였는데, 그 이유중의 하나가 자신이 이 질환의 수술을 하겠다고 선언을 하면 주변 병원에서 밤낮없이 환자를 보내주었기 때문이였다. ( 다른 이유는 수술 성공률은 낮고, 수술시간은 10시간 이내에 끝을 내면 다행인 수술, 환자의 발생은 늦은 밤 아니면 새벽에 발생하니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수술이어서 예약환자가 많은 사람은 당연히 기피할 수 밖에 없는 수술이기도 했다.) 낮은 수술 성공률 덕분에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후 얼마지나지 않아서 사망하였는데, 수술 후 생존한 몇명의 환자 중 한명이 외래로 찾아왔다. 수술 후 찾아온 이유는 하행 대동맥 박리의 수술 시에 척수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막혀서, 하반신 마비가 발생하였는데, 마비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 통증도 같이 발생했기 때문이였다. 이 환자는 극심한 통증과 하반신 마비로 인해서 수술한 의사를 고소하였고, 목숨을 살려 준 의사를 고소한 환자를 열심히 치료할 의사는 잘 없기 때문에, 환자의 불만을 장시간 들어 준 후 약을 한 웅큼 처방한 후 돌려 보냈다. ------------------------------------------------------------------------------------------ 위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젊은 나이에 대동맥 박리가 발생하는 친구가 있을리가 없으니까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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