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6/11 10:06:15
Name   김덕배
Subject   정합게임이라는 달콤한 제안
벌써 9년전 일입니다.
경영학과 수업에서 강의력이 제법 출중한 교수가 ,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기업 내 조직관리에 대해서 정합게임(positive sum game)으로 봐야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정합게임은 쉽게 말해서 윈윈이고 게임에서 게임 내 보수합이 증가하는 걸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럴싸한 말에 다들 멍하니 들을때, 나이많은 한 공대 형이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게 어떻게 정합이 되냐고, 영합(zero sum)아니냐고. 뭔가를 하면 그에 대한 반대급부가 생긴다는 간단한 작용반작용에 기초한 사고였죠.


그런데 그때부터 그 탁월한 강의를 보여준 교수가 이상해집니다. 아 글쎄 이런 식으로 보자고 ! 이러면서 넘어가려고합니다. 집요한 공대형은 멈추지 않았고... 교수는 약간은 도망칩니다.


이 일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건, 결국 세상에 정합게임이 얼마나 있겠나하는 걸 제가 여기서 느꼈기 때문입니다. 결국 뭔가가 이득을 보면 다른 쪽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훨씬 많겠죠. 기계를 만들어서 생산이 늘고 그걸로 많은 사람이 싸게 소비하게 되면, 기존 생산자들이 망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것도 정합 자체는 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데 사회는 이를 감추고 싶어합니다. 모두 이득볼 수 있어, 모두 행복할 수 있어라고 교묘하게 정합이라는 달콤한 제안을 합니다. 동화같아요. 결말을 빼면 말이죠.

결국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효율성과 배분은 어느 지점에서는 상충하기 마련인데, 모두가 노력하면 잘 된단 식으로 가르칩니다. 사실 모두가 노력하면 모두가 노력하지않는 것과 같아질 수 있는데도 말이지요.

이 점을 다들 깨닫기 시작하면서, 그 달콤함 뒤에 쓰라린 영합을 느끼면서, 나의 실패가 나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실패가 부유하다가 내게 정착하였음을 알게되면서, 소위 '헬'을 인지하게 되지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모두가 엘리스의 붉은여왕효과처럼 미칠듯이 달려야한다고 부르짖을때, 꿈같이 다들 주저앉아 숨을 고르면 한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상 잡설이었습니다.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122 일상/생각게임과 함께하는 노년. 16 Obsobs 16/06/25 3876 0
    3121 일상/생각3600마리의 닭, 360개의 엔진, 30명의 사람. 2 켈로그김 16/06/25 3977 11
    3116 일상/생각브렉시트 단상 27 기아트윈스 16/06/25 6292 9
    3115 일상/생각묘한 꿈을 꾸었습니다. 11 OshiN 16/06/24 4013 5
    3114 일상/생각명상의 효과 4 까페레인 16/06/24 3277 0
    3109 일상/생각영국 국민투표 현황 57 기아트윈스 16/06/24 4555 0
    3098 일상/생각홍씨 남성과 자유연애 62 Moira 16/06/22 7515 12
    3094 일상/생각의사 '선생님' 이란 용어는 적절한가? 69 Zel 16/06/22 7913 0
    3086 일상/생각[회고록] 우수에 젖어있던 너의 슬픈 눈망울. 2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6/21 3091 1
    3085 일상/생각시궁창 2 나나 16/06/21 3255 6
    3082 일상/생각홍차넷 삼행시 공모전 당선 후기 16 혼돈 16/06/21 5368 4
    3072 일상/생각"개 패듯이" 3 우너모 16/06/19 3802 2
    3055 일상/생각DR-S5 7 성의준 16/06/17 3247 1
    3044 일상/생각니 가족이 동성애라도 그럴래? 11 세인트 16/06/16 3154 0
    3032 일상/생각억울한데 하소연하긴 좀 그런 이야기 12 Xayide 16/06/16 3442 1
    3030 일상/생각2015년 11월 29일의 일기 1 YORDLE ONE 16/06/15 3436 3
    3024 일상/생각오랜만입니다. 14 세인트 16/06/15 3857 4
    3020 일상/생각겨자와 아빠 6 매일이수수께끼상자 16/06/14 4178 14
    3017 일상/생각MDR-E888 54 성의준 16/06/14 4820 1
    3009 일상/생각퀴어에 대한 농담 19 Beer Inside 16/06/12 4638 3
    3008 일상/생각결혼과 사람과 나 7 레이드 16/06/12 3679 0
    3000 일상/생각스탠포드 대학교 강간사건과 피해자의 편지 6 barable 16/06/11 5227 5
    2996 일상/생각나는 너보다 늦었다. 2 No.42 16/06/11 3833 7
    2995 일상/생각정합게임이라는 달콤한 제안 16 김덕배 16/06/11 5427 1
    2994 일상/생각학교에서 자치법정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31 헤칼트 16/06/11 4711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