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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7/26 21:52:01
Name   커피최고
Link #1   http://www.nytimes.com/2016/07/23/opinion/trumps-perilous-nation.html?_r=0
Subject   아렌트, 슈미트, 그리고 트럼프의 '국가' 정치학
http://www.nytimes.com/2016/07/23/opinion/trumps-perilous-nation.html?_r=0


7월 22일자 뉴욕 타임즈에 실린 칼럼입니다. 내용이 흥미로워서 대충 요약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이 칼럼에서는 두 정치철학자가 등장합니다. 현실주의적 정치철학자로서 전체주의적 국가관을 주장하며 독일 나치의 이론적 토대를 다져놓은 칼 슈미트와 그 유명한 한나 아렌트가 주인공입니다. 저자는 트럼프가 슈미트의 정치관을, 힐러리가 아렌트의 정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적과 동지를 명확하게 구분하던 과거 공화당과는 달리, 트럼프 진영은 모호한 동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하네요. 그 대표적인 케이스로 LGTBQ를 제시하면서, 이들을 이슬람 테러리스트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명목 하에 이슬람 신자와 불법 이주 노동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하고 있는 구도랍니다.

이를 두고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을 인용하는데요, 유태인을 무국적자로 만들어 이들을 차별화하여 끝내 홀로코스트로 이어진 모양새가 매우 유사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렌트는 전체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한 개인의 외부세계와 내면세계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 '총체적 지배'라고 하였습니다. 총체적 지배로 가는 데는 크게 세 단계가 존재하는데, 각각 "법적 인격 살해"와 "도덕적 인격 살해", 마지막으로 "개성의 파괴" 입니다.

유태인을 무국적자로 만들었던 독일 나치의 조치나, 트럼프의 불법 이주 노동자에 대한 발언들은 모두 첫 번째 단계인 "법적 인격 살해"에 해당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죠. 트럼프가 그렇게 좋아하는 표현, "Wall"은 어쩌면 그 상징일 테고요. 일정한 사람들을 법적 보호에서 몰아내어 그들이 비-법적 상태에 있음을 인정케 하고, 정상적인 법 절차와 무관하게 사람들을 Wall 안에, 아니 이 경우에는 그 밖으로 쫓아내는 그림이 아닐까요.

이에 반해 힐러리는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아렌트의 입장과 가까운 스탠스를 보여줍니다. 물론 힐러리 역시 대중들로 하여금 트럼프에 대해 공포심을 갖게 만드는 언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비판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창조성을 위한 정치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사람들이 정치적 존재로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환경을 바꿀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요.

저자는 두 사람 모두 지구 대장으로는 부족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아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트럼프는 결국 일부에게만 편승하는 부족주의적 국민주의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 맥락이며, 힐러리 역시 새로운 정치의 장을 (어쩌면 샌더스가 보여주었을지도 모를... 제 생각입니다 ㅎㅎ)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사람들의 반 트럼프 정서를 이용하는 공포의 정치로 나아가고 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여러분들은 트럼프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인은 꿈보다 해몽이라는 반응도 보이고... 추후 어떠한 분석들이 나올지 흥미롭습니다 ㅎㅎ




3
  • 흥미롭네요. 잘 읽었습니다.


트럼프가 시대의 인물이네요 힐러리가 자신의 정치색을 반트럼프로 설정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다니...
Beer Inside
우리에게는 2mB라는 선구자가...
트럼프가 될 거 같아요. 힐러리는 어찌봐도 마이너 오바마를 못 벗어나고, 트럼프는 판을 재정립한다는 점에서 정말 우리 07대선과 비슷해 보입니다. 말도 안되는거 같지만 현재의 시대정신을 트럼프가 갖고 있는 듯. 싫던 좋던 실체는 인정해야..
DrCuddy
저도 트럼프가 LGBTQ를 외국의 이데올로기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말을 보고 제 해석능력을 다시 확인해봤습니다.
“As your president, I will do everything in my power to protect our LGBTQ citizens from the violence and oppression of a hateful foreign ideology, believe me,”
하지만 이정도 문장에 뭔가 오역을 할 여지가 없는거 같아서 많이 충격이었죠.
트럼프가 왜 LGBTQ까지 포섭하는 자세를 취하려고 할까 감이 안왔는데 글을 보니 조금은 납득이 가네요. 뭐 어차피 깊이 생각하는 논리같은걸로는 감당이 안되니 정말 피아식별을 흐리게 만들어서 공포감과 광기를 더 자극하려고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Event Horizon
트럼프는 애초에 LGBTQ 커뮤니티에 별로 거부감이 없는것으로 보여요. 일전에 트랜스젠더들의 화장실 문제가 한참 이슈화될때도 가장 유명한 트렌스인 케이틀린 제너가 자기 트럼프 타워 사용하면 아무 화장실이나 사용해도된다고 말을해서 많은 사람들을 놀래켰죠.

그냥 기본적으로 제노포비아랑 제조업 등 미국 3D 산업군에 일하는 사람들이 소외 받는걸 적절하게 공략하고있을뿐이지 그 이외의 스탠스에서는 별로 공화당스럽지도 않죠.
삼성갤육
분노와 배척의 정치를 하는 트럼프가, 아이러니하게도 공화당 대선 후보들 중 비 공화당(혹은 중도층) 유권자에 대한 확장성이 가장 큰 후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부시의 대 이라크 전쟁이 오판이었고 실패였음을 주장한 유일한 공화당 대선 후보였으며,
LGBT 에 대해서도 열린 모습을 보이는 공화당 비주류 대선후보였지요.
Event Horizon
세계를 강타한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구글을 위시한 실리콘 밸리의 급상승과 함께 진행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gentrification, TPP등으로 인한 중서부 지역에서 미국 제조업의 몰락 등 알게 모르게 미국인들이 체감하는 빈부격차가 굉장히 커지고있었고 이 와중에 민주당도, 공화당도 사실 고위층들에 의해서, 그들을 위한, 그들의 정치와 정책을 핀다는 불만이 굉장히 높아져있던 상태였죠.

이게 양측 주 지지자들이 해안가에 몰려있는 민주당 지역에서는 금융위기로 야기된 월가에 대한 불만이 주표적이 되었고, 이런 불만은 버니 샌... 더 보기
세계를 강타한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구글을 위시한 실리콘 밸리의 급상승과 함께 진행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gentrification, TPP등으로 인한 중서부 지역에서 미국 제조업의 몰락 등 알게 모르게 미국인들이 체감하는 빈부격차가 굉장히 커지고있었고 이 와중에 민주당도, 공화당도 사실 고위층들에 의해서, 그들을 위한, 그들의 정치와 정책을 핀다는 불만이 굉장히 높아져있던 상태였죠.

이게 양측 주 지지자들이 해안가에 몰려있는 민주당 지역에서는 금융위기로 야기된 월가에 대한 불만이 주표적이 되었고, 이런 불만은 버니 샌더스라는 후보와 열풍을 탄생시킨거죠. 샌더스의 주요 포인트는 아주 간단했죠, 현재 월가를 위시한 대형금융기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뜯어 고쳐야한다였고, 여기에 연관해서 정말로 서민들이 체감하는 최저임금의 상승과 주립대학들의 등록금 면제등의 파격적인 공약이 시너지를 발휘한거죠.

공화당은 주 지지지역이 미국 제조업의 기반인 중서부와 남부였는데 이 지역 서민들은 세계화로 인해서 미국 제조업이 망해서 말그대로 자신들의 일이 전부다 아웃소싱된거에 아주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죠. 그리고 이런건 "미국인의 국익이 아니라" 세계로, 돈많은 대형 서비스/IT 업체 등을 우선시하는 민주당이 문제라는 의식이 형성되어있다고봅니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뭔가 세계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TPP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았아간 멕시칸, 중국, 한국등의 아시안들에게 강경한 태세를 보이는 트럼프가 파격적인 인기를 끌고있는거라고 봅니다.

사실 민주당이랑 공화당이랑 이번 대선에 들어서면서 본인들의 지지층이 어떻게 변해버렸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봅니다. 다만 민주당의 경우에는 힐러리 본인이 지니고있는 셀렙 파워가 젭 부시의 것과는 비교가 안됬고, 힐러리 본인도 샌더스 열풍에 나름 유연하고 빠르게 반응했죠. 공화당은 당수뇌부가 "에이 설마..." "이게 뭥미?" 이런식으로 감을 잡는데 기간이 훨씬 오래 걸렸고 이미 현실을 직시했을때는 너무 늦었었죠. 이게 뭐 공화당 수뇌부가 특별히 무능해서라기보다는, 거의 모든 '정치전문가'들이 트럼프가 초반에 인기 몰이할때 이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래도 샌더스는 오랜 기간 정치인이였고, 공약이 충분히 인기를 끌 일리가있었던건데 트럼프는 왜 인기가있는지 아직도 정확하게 설명을 못하고있는 수준이니까요.
일단 트럼프가 주도권을 쥐고 몰아붙이는 거 같긴 하네요.
칼 슈미트와 한나 아렌트... 그러고보니 재작년까지 국내에서 아감벤이 유행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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