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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6/20 00:39:35
Name   삼공파일
Subject   PGR21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홍차넷이 생겼을 때 PGR21과 특수 관계라는 점을 고려해서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건의게시판에까지 올린 일이 있었습니다만, 지금 PGR21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너무 답답해서 이야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홍차넷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대부분 PGR21에 대한 양가 감정을 느끼실 것이고 PGR21과 동시에 활동하는 분들도 있고 PGR21을 아예 탈퇴하고 떠난 분들도 있을 겁니다. PGR21에서 삼공파일이라는 아이디 전에 사용하던 아이디가 있었고 가입과 탈퇴를 몇 번 반복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떠날 때는 정말 떠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참... 제 개인적인 성향도 그렇고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개인적인 감정을 써본 일이 한 번도 없는데 PGR21의 현 상황에 대해 정말 착잡하고 감정이 복잡합니다. PGR21이 정말 망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랄까, 의절한 친척의 장례식을 보는 느낌입니다. 갈 일은 절대로 없는데 씁쓸하게 먼발치로 소식 들으면서 죽어서 슬픈 건 아닌데 죽었다니까 슬픈 그런 묘한 감정입니다.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쓰긴 했는데 사실 또 특별히 할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PGR21 운영진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생각했는데 탈퇴하기 전 쓴 글을 쭉 둘러보니 딱히 우호적이진 않고 뭔가 좀 다른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허를 찌르면서 운영진의 모순점을 공격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Toby님이 운영진이셨을 때도 그런 적이 있긴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번 원숭이 사태 때는 정말 화가 나더군요. 물론 특히 여기 홍차넷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제가 느낀 감정과 비슷하게 느낀 분이 많을 겁니다. 운영진 스스로 운영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실 그렇습니다. 특수한 지위는 특수한 것입니다. 그러나 특수한 지위를 통해 바라보는 자신이라는 자아상은 매우 보편적인 심리적 메커니즘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으니까요. 저는 순간 그 왜곡된 자아상을 보고 그리고 그 자아상을 통해 운영될 PGR21을 떠올리고 엄청나게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과를 계속 요구했는데 어느 시점에서 순간 포기해버리고 여기 희망이 없다고 여겼죠.

내심 망할 거라고 생각하고 나왔으니 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운영진이 결국에는 어떻게 대처하냐 궁금하기도 했는데 막상 저렇게 되니까 PGR21이 이제는 버티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진짜 감정이 복잡하네요. 망할 거라고 저주를 퍼붓거나 그러는 것이 아니라 흐름상 어떤 직관적인 전개 그려진다는 이야기입니다. Timeless나 항즐이 같은 분들이 오래된 운영진인데 이 사람들은 사실상 운영할 직업적 여유나 열정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심리적으로 회원들은 이 사람들이 중심 운영진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전혀 중심 운영진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포포리나 더스번 칼파랑 같은 사람들은 비교적 신규 운영진에 속하는데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참... 감정이 복잡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주말에 다른 종류의 대처를 내놓을 것 같은데 뭐 망한다 망한다고 썼지만 예상되는 그런 흐름대로 떠날 사람들은 떠나고 남을 사람들은 남아서 그저 그런 모습대로 남겠죠. 하지만 더이상 PGR21의 그 모습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할 겁니다. 답답하고 복잡해서 주저리 주저리 썼는데 PGR21에 대한 넋두리나 공유해보고 싶습니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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