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10/12 16:13:54
Name   Toby
Subject   본인사진 인증과 그에 따른 불편함 들여다보기
어제부터 있었던 #인증라인 흐름과 관련하여 타임라인에서 외모평가의 관점에서 얘기된 글이 있었습니다.
https://redtea.kr/?b=31&n=6061

그 글을 보고 쓰고 싶어진 이야기들을 조금 적어봅니다.



외모지적이 불편한 이유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먼저 사회에서, 특히나 한국에서는 외모를 평가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이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으며 의식적으로 그렇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대부분 동의가 되는 내용들이고, 저 역시 가능하면 그렇게 하지 않는게 좋겠다 생각합니다.

예의에 어긋나기 쉽기 때문에 '외모 비하'나 '외모 지적'에 대해서는 최대한 하지말아야 하고, 해도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되더라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가려서 해야 합니다.




[제 페이스북에 많이 뜨던 광고영상인데... 이 내용와 관련한 감정을 잘 전달하는 것 같아 퍼와봅니다.]



칭찬도 하지 말아야 할까



하지만 그 때문에 '칭찬'까지 아껴야하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외모에 대한 평가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 속에는 비하나 지적 뿐 아니라 가급적 칭찬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잘났든 못났든 평가 받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거지요. 대개 그러한 느낌은 나와의 친밀함이 없는 상대가 예고없이 선을 넘어 다가올 때의 느끼는 불쾌함과 연결이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늙다리 꼰대 남자부장이 음흉해보이는 얼굴로 다가와서 여직원에게 외모 칭찬을 하는 것이 반갑지 않은 상황을 떠올려보면 그게 '외모 칭찬이 불쾌한 경우'의 가장 전형적인 예가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그렇게 불쾌함을 느끼셨던 분들도 나와 가까운 어떤 이들의 외모 칭찬은 기분나빠할 이유가 전혀 없는 친밀함의 교류의 한 수단이 되지요.
즉,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기분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완얼이란 얘기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절대적으로 '외모 칭찬'은 언제나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그 말을 했을 때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부분을 잘 생각해서 말을 잘 가려야 하는 것이겠지요.


여초 커뮤니티 회원들이 노는 방식



남초와 다르게 여초는 립서비스일지언정 칭찬을 후하게 해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단순히 남초 커뮤니티와 여초 커뮤니티의 차이가 아닌, 남성과 여성들의 대화방식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런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칭찬도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한다면, 그 자체로 여성회원들에게는 편안하지 않은 분위기 조성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칭찬을 후하게 하고, 빠짐없이 대댓글 달아주면서 상대의 의견에 동의해주는 '여초에서 놀던 방식'으로 노는 것들도 포용해주는 분위기가 있어야 이 곳도 많은 여성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이 되지 않을까요?


네임드화에 대한 경계



그리고 상황을 온라인으로 확장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는 홍차넷이고, 홍차넷은 온라인 커뮤니티지요.
개인과 개인이 만나서 대화를 하지만, 또 그 대화를 지켜보는 다수의 제3자가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홍차넷에서 외모 평가를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을겁니다.
외모 평가가 있다면 연예인에 대한 외모 평가 정도에 그칠테니까요.

어제부터는 특이하게도 평소와 다르게 타임라인에 자신의 얼굴을 인증하는 분위기가 있어 많은 분들이 본인의 사진을 올려주셨습니다.
(제가 시작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런 흐름이 되리라 예상했던 바는 아니었습니다 흠흠)

그러다보니 우리가 넷상에서 만난 인연이 이런 '외모 칭찬'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사이이냐, 그리고 그것을 제3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도 할만한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제3자들 앞이라서 칭찬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아본다면 이런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1. 잘 생긴 사람들만 칭찬하게 되면, 칭찬을 못받는다는건 잘 생기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그로인해 인증했는데 칭찬을 못받게 되면 소외감이 든다.
2. 쓴 글을 보고 나누는 대화에서도 네임드화를 경계하는데, 얼굴까고 그걸로 칭찬받는 분위기가 되면 외모로 네임드가 만들어지는 상황이 된다. 이로인한 친목질의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

1번에 대한 우려도 없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회원들이 이야기하는 불편함의 근원을 찾는다면 2번의 이유가 훨씬 크게 느껴지고 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홍차넷은 친목질로 부터 자유로운가



홍차넷은 초기부터 친목질에 대한 논란이 계속 있었던 곳입니다.
친목 자체가 문제가 되었다기보다는 친목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있어왔고, 어떤이들은 그런 우려의 목소리가 발생하는 상황 자체가 친목이 있고, 그로 인한 폐해가 심한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홍차넷은 친목이 심해서 별로 가고 싶지 않다'라든지 '친목이 보기 싫어서 탈퇴하고 나왔다'라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관련하여 몇차례 논의도 있었고 그 결과로 친목질을 별도로 언급한 공지가 작성되기도 했습니다.
https://redtea.kr/?b=8&n=67

하지만 저는 '친목질' 만큼이나 경계해야 하는 것이 '친목포비아'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불편함의 근원이 친목질의 폐해 일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프로불편러의 이기적인 불편함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걸 잘 가려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친목'은 만악의 근원인 것 처럼 이야기 하며 다른 어떤 커뮤니티처럼 '닉언급'부터 막아야 한다고 말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저는 위의 공지에 [홍차넷은 닉언급을 규제하지 않는다], [회원 상호간의 친밀함을 표시하는 단순 친목에 대해 규제하지 않습니다.]라고 못박아 놓았습니다.
(단순히 제 개인의견으로 작성한 것이 아닌, 자문단 논의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친목이 절대적으로 금지해야 할 부분이 아니라 적절한 친목은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따듯하게 하는 좋은 윤활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그 전제하에서 '친목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발전적 논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가능한한 모든 사안을 개별로 (소위 말하는 케바케로) 살펴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외모 네임드화 문제는?



저는 위에 이야기한 내용들에 대한 회원간의 공감대만 형성이 된다면 괜찮치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쁜 회원있고, 잘생긴 회원 있는데. [어, 저 사람 전에 사진올린거 보니 잘생겼더라]라고 생각하는 것 까지 우려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어떤 아이는 집에서 혼자 책 읽는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떤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걸 좋아하고 앞에 나가서 교탁 앞에 나가서 노래 부르는 것도 즐거워 할 수도 있는거지요. 연예인이란 직업이 있는 것도 그런 때문이 아닌가 싶고... 사람들의 다양함을 인정하고 함께 어울리는게 더 즐겁지 않을까요?

'그런 고민을 해야할 상황 자체를 안만들면 되지 않느냐'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는데, 어제의 타임라인의 인증흐름이 누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뜨끔) 시켜서 한 것도 아닌데 재미있으니 다 같이 우르르 달린거니까요. 그런 비정형화된 움직임들이 우리에게 '재미'라는 것을 만들어주지 않나 싶습니다.

대학축제도 즐기는 학생들은 재미있지만 과하면 주변 상가와 행인들에게 민폐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어울려 노는 사람들은 너무 과하지 않나 스스로 돌아보면서 계속 즐겁게 놀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지켜보는 이들도 '뭐 이 정도는 재미있게 놀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관대함을 보여주시면 어떨까 싶네요.



7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25 사회2019년 사회조사 결과(복지/사회참여/문화와 여가/소득과 소비/노동) 3 다군 19/11/25 5023 1
    5936 정치국민의당 위기, 예정된 수순이었나? 19 소맥술사 17/07/13 5024 8
    8310 일상/생각간단한 소개팅 후기 7 HKboY 18/10/02 5024 3
    10056 일상/생각그땐 정말 무서웠지 4 19/12/06 5024 34
    10284 정치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개표가 끝났습니다. 6 치리아 20/02/13 5024 4
    10691 음악도깨비 잠 3 롤백 20/06/16 5024 3
    4314 일상/생각억압을 허하라.. 히잡과 니캅과 부르카 37 눈부심 16/12/07 5025 0
    5889 여행2017 뉴욕타임즈가 뽑은 세계여행지에요 8 중식굳 17/07/04 5025 1
    6367 여행망해가는 펜션 체험기 7 사악군 17/10/03 5025 3
    12601 정치시원하네요 허허... 55 매뉴물있뉴 22/03/10 5025 9
    1632 일상/생각큰 고민중에 있습니다. 6 쉬군 15/11/25 5026 0
    6493 일상/생각[뻘글] 디테일에 관하여 23 *alchemist* 17/10/31 5026 5
    3649 게임모던 워페어 리마스터 이야기 6 저퀴 16/09/04 5027 0
    6234 일상/생각한국맥주가 맛이 없는 이유 (엄.진.근) 29 empier 17/09/05 5027 0
    7152 의료/건강굳어진 근육을 풀어주는 폼롤러 이틀 체험기 6 기쁨평안 18/02/23 5027 2
    8147 오프모임[을지로]샐러드해방일 - 모집마감?! 41 무더니 18/08/31 5027 6
    2215 방송/연예흔한 직캠 하나의 나비효과의 결과물 3 Leeka 16/02/13 5028 0
    6278 오프모임부산! 토요일! 저녁! <- 수정합니다 24 나단 17/09/14 5028 8
    12424 기타이중구속 - 물어야 할 것을 묻지 못하게 하여 인지를 파괴하는 상황 4 소요 22/01/09 5028 13
    4435 역사러일전쟁 - 쓰시마 해전 6 눈시 16/12/23 5029 8
    10441 오프모임[마감] 4월 2일 목요일 7시 뱅뱅사거리 벙 39 라떼 20/03/30 5029 12
    9459 일상/생각주말을 보내는 법 18 멍청똑똑이 19/07/20 5031 15
    2075 정치안철수를 이해하려 노력하기: 영남 패권주의 25 kpark 16/01/21 5032 0
    3883 일상/생각본인사진 인증과 그에 따른 불편함 들여다보기 20 Toby 16/10/12 5032 7
    12052 정치이준석을 위시한 신보수는 사회 주류가 될 수 있을까? 48 샨르우르파 21/09/07 5032 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