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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10/21 21:01:09 |
Name | tannenbaum |
Subject | 그들을 싫어하진 않지만 난 동성애를 반대한다. |
안녕하세요. 대한민국의 한 사람의 국민이자 40대 아재이자 게이인 tannenbaum입니다. 옆동네에서 몇년 전부터 제가 게이로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소소한 에피소드 글을 올렸었습니다. 그리고 재작년에 옆동네에서 성소수자 관련글을 그만두겠다 선언(?)했던지라 홍차넷에서라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한입으로 두말하면 똥꼬에 털날거 같아서요... 헤헤. 지금까지 이런 저런 많은 분들에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운이 좋아서인지 다른 성소수자들이 많이 겪는 그런 부정적인 경험보다는 다행이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아마 전생에 제가 덕을 좀 쌓았었나 봅니다. 하지만, 커밍아웃 이후 자연스레 멀어진 사람이 대다수이고 남아 있는 사람은 제 머시기 친구들, 평소 깊은 관계의 사람들 몇명... 뭐 이정도네요. 그래서 제가 운이 좋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라이트한 관계나 사회에서 그저 술친구나 하던 사람들은 다 떨어져 나갔지만 내 사람이다 싶은 사람들은 그대로 옆에 지금껏 남아주었기 때문입니다. 엠팍식 '난 좋은 사람 많이 있음' 흘리기는 여기까지 하구요. 헤헤. 이 글은 전에 작성해놨던 내용입니다. 오늘 하드에 야구동영상을 정리하다 문득 발견했는데 한번쯤 말하고 싶었습니다. ========================================================================================================================================== 가끔 그런말을 듣는다. 아니 어쩌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이 더러운 호모 새끼야' 욕하는 사람보다 더 공포를 느끼는 말이다. '동성애자들을 싫어하지 않지만 나는 동성애를 반대한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한참을 고민했다. 동성애자들을 싫어하지 않지만 동성애는 반대한다라.... 이해가 잘 안되었다. 그래서 이유를 묻는질문에 여러가지 답들이 댓글로 달린다. 개신교인의 경우 성경에 금지하니까라는 대답이 제일 많았고 비 개신교인들은 한 인간으로 싫거나 미워하는 건 없지만 동성애는 반대한다라는 답이 제일 많았다. 그래도 여전히 이해가 안되는건 마찬가지였다. 그렇고 곰곰히 생각하다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너를 때려 죽이자거나 불태우자는 건 결코 아니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 네가 보통사람과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 또한 존중한다. 비록 네가 동성애자일지라도 내 이웃으로 함께 사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다. 단, 게이인 네가 다른 게이와 만나 행복하거나 슬퍼하는 건 반대한다. 그러니 너는 죽을때까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웃고 밥먹고 영화보며 여행도 다니지 말고 키스도 섹스도 하지 말것이며 행복해하지도 슬퍼하지도 가슴 아파하지도 말고 혼자 살아라...' 그들의 말을 이해하니 어느 순간 공포를 잠시 느꼈다. 거세된 애완동물처럼 살라는 것과 별반 다를바 없지 않는가. 차라리 '남자끼리 추접한 짓거리나 하는 놈들', '이 더러운 호모새끼들아' 욕하는 이들은 동성애가 존재한다는 걸 전제로 욕을 하는 것이지만, '싫어하지 않지만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사람들은 동성애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어느쪽이 더 잔인한 사람들일까.... 간혹 어떤이는 자기들끼리 뭔 짓을 해도 좋으니 티내지 않고 조용히 살았으면 좋겠다 말하는 이들도 있다. 역시나, 싫거나 미워하지는 않지만 내 눈에 안보이는 곳에 존재를 감추고 숨어 살라는 말일것이다. 또 얼마전 개신교 단체에서 '리얼러브' SNS 인증 릴레이가 있었다. 더없이 온화하고 행복한 아빠,엄마,아들, 딸 한가족이 '리얼러브'라는 피켓을 들고 동성애는 참사랑이 아니니 동성애를 그만두고 이성애자로 살라는 퍼포먼스였다. 그런 생각이 든다. 인간으론 존중하지만 당신의 동성애는 반대한다는 말은 동성애자로 삶을 포기하고 평생 외롭게 살다 죽거나, 이성애자가 되라는 말일진데...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이성애자인 당신은 누군가 반대한다면 내일부터 동성과 사랑하며 살 수 있냐고 말이다. 그리 못하겠다면 자의로 평생 혼자인 채로 삶음 마감할 자신이 있는가 말이다. 혹자는 그런 뜻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으로 존중하지만 동성애를 반대하는 건 그런 뜻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동성애자인데 동성애를 하지말라는 게 그 뜻이 아니면 무슨 뜻일까? 인정하던 안하던 동성애가 존재함을 대놓고 욕하는 이들보다 자신들 더 혀에 달린 칼이 더 깊게 베인다는 걸 알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 으어어어어어어어 예전에 일기를 꺼내보는 게 이런 기분일까요. 중 2병 걸린 사춘기 소년마냥 중구난방에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그날 댓글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성소수자 이슈 관련 게시물에서 다른 사람들 댓글을 보면서 휘리릭 남겼던 글입니다. 그날 감성에 팍 취해서인지 아주 그냥 유치해죽겠네요. ㅜㅜ 본문의 사람들이 제가 판단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뭐 신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도 아닌지라 그냥 주저리주저리 한거 뿐이죠. 저분들이 소수자를이 안타까워서일 수도, 제가 생각한 이유일 수도, 그저 막연한 다른 의도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확실한 건 이글을 올리고 오늘 밤 전 침대에서 이불 뻥뻥 찰것이란 점입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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