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10/26 23:50:31
Name   nickyo
Subject   거리로 나가실 거에요?

저는 가아끔 집회에 참가합니다만.
이번 최순실 사태 관련해서 아마 11월 언저리에 민중총궐기 의제로 또 나가는거 같아요.
인터넷에서 제일 많이 보는게 이런 이슈들(이건 꽤 크지만 과거에 있었던 큰 이슈들을 포함해서)이 있으면
까고, 조롱하고, 비판하고, 특검!야당!국민투표! 이런 얘기 많이 하면서 거센 비판의 물결이 일어나잖아요
그러다보면 핵심인물은 아니어도 누군가가 옷을 벗거나 권세에서 밀려나기도 했고..
종종 궁금했던게, 이렇게 화제가 되는 뉴스를 보면서 다들 답답해하시고 화나시고 하실텐데
만약에 며칠 뒤에 이와 관련된 집회가 열린다면 나가실건가요?

저는 많은 댓글들에서 검찰이.. 수사가.. 언론이.. 하면서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는 모습을 많이 보는데요.
사실 관료제와 법치주의가 정말로 대한민국에서 '긍정적'으로 기능했다면 저 거대한 조직, 그러니까 행정부와 사법부와 보수언론과 여당에서 이 문제를
모르고 있을리 없었다는거에요. 실제로 전직 행정관들같은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다 알고 있었던 문제였듯이..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니까 총선에서 여당에 맞설 의회세력을 만들었으니 '대신 해결해달라'는 입장이 합리적인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누군가가 해결해 주겠지 하고 턴을 종료하는 많은 분들을 생각하면
아마 저런데 나갈만큼 여유가 없거나, 이 문제가 엄청 중차대한 문제지만 동시에 내 먹고사는 일에는 별 일이 없구나.. 두 가지 입장이 있는걸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이 얻는 이득과 손해, 국가와 나, 체제와 나 사이의 경제관계에 대해서도 명백하게 분석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죠. 최근 떠도는 장하준의 강의처럼 우리의 소득과 소비에 영향을 끼치는 시장을 분석하는 방식, 그 전체를 아우르는 거시를 분석하는 방식이 학파마다 죄다 다르잖아요. 가정도 다르고. '주류'는 있지만 '정답'이 없는게 사실이고. 그러니까 어쩌면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행동의 가장 큰 동력인 경제적 불안과 착취에 대해 '정치' 내지는 '체제'의 탓이라고 이야기 하지 못할 복잡성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부패한 사법, 행정, 관료, 정치를 보더라도 일상의 무게감에는 미치지 못하는 거겠죠. 저것들이 부패하면 내 삶이 힘들어지는게 맞긴 한데, 어떻게 얼마나 직접적으로 그럴지는.. 지금 당장의 프로젝트 실패나 결근이나 뭐 갈굼이나.. 고과평가만도 못한 문제들일거에요. 하물며 최저시급만큼도 위력이 없을지도..


그래서 그냥 여쭤보고 싶었어요. 딱히 거리로 나와달라는 교조적인 입장은 아니고요. 그런다고 안나올사람이 나오고 나올사람이 안나오고 하지는 않으니까... 그냥 여러분이 지금 뉴스와 체제에서 느끼시는 분노, 환멸, 변화의 욕구 이런것들이 일상과 얼마나 교환비를 가지는지가 궁금해요. 몇십년전엔 최루탄 맞고 죽은 청년의 시체나..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같지도 않은 핑계에 사람들이 일상을 걸고 위법을 감수하며 통치체제와 싸우길 마다하지 않았지만.. 지금도 그럴 수 있을까요? 2000년대에만 비슷하게 죽거나 억울한 옥살이를 하거나 한 사람들의 숫자는 훨씬 많을텐데 의외로 그런일이 일어난적은 없기도 했고요. 87체제 87체제 하지만 우리가 과연 87체제 이후에 어떤 체제를 만들만큼의 동력을 갖고 있기는 한 걸까요? 우리는 천천히 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일까요, 아니면 저런 일들이 벌어져도 생존엔 별 문제가 없을만큼은 되어 있는 개발된 사회에 살고 있는 걸까요? 여러분께서 거리에 나오는 때, 보도블럭 안의 자랑스런 대한민국 시민이 아차 하는 순간 도로에서 집시법과 도로교통법 등의 위반으로 범법자가 될 때, 그래서 일상의 위협과 거리에 나오는 것이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시대에서... 거리에서 뵐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누군가가 이 문제들을 잘 해결해 줄까요?


각자의 삶을 버티어가는 모든 분들을 존경합니다. 거리에서 뵙는다면 기쁘겠지만, 거리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 덕에 사회가 기능을 잃지 않는 것이겠죠. 안 나가도 잘 해결되는 사회라는게 존재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 누가 투사가 되고 싶겠어요.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992 음악댄스그룹이지만 발라드곡을 더 좋아했던 그룹 쿨, 터보 13 swear 16/10/23 4316 0
    3993 IT/컴퓨터양띵도 탈 아프리카를 선언했습니다. 14 Leeka 16/10/23 3889 0
    3994 과학/기술[토막상식] 정확도(accuracy)와 정밀도(precision)에 대하여 19 April_fool 16/10/24 19128 1
    3995 육아/가정둘째 생겼어요~ 22 도라에몽 16/10/24 5393 10
    3996 일상/생각임대업이라는 것. 수저라는 것. 13 똘빼 16/10/24 4517 0
    3997 요리/음식주말 LCHF 요리! 12 쉬군 16/10/24 5944 2
    3998 일상/생각저의 다이어트 이야기 31 똘빼 16/10/24 3763 4
    3999 창작[한단설]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9 SCV 16/10/24 3679 12
    4000 정치외국인 범죄에 대한 진실과 오해 6 tannenbaum 16/10/24 4686 6
    4002 과학/기술신내림 약물과 무당, 주술가, 버서커 6 모모스 16/10/25 7795 15
    4003 의료/건강너무 착한 병 17 눈부심 16/10/25 4185 11
    4005 정치유승민 국회 의원 강연 내용 및 감상 14 化神 16/10/25 4577 0
    4006 정치[불판] JTBC 특집방송 & 뉴스룸 - 최순실 특집 245 Toby 16/10/25 10499 1
    4007 일상/생각저의 다이어트 이야기 -2- 12 똘빼 16/10/25 3781 3
    4008 일상/생각아버지의 한마디 6 피아니시모 16/10/25 3206 2
    4009 기타[스포] 작가도 수습하기 힘들 때 6 피아니시모 16/10/25 6305 0
    4010 일상/생각꼬마 절도범 5 tannenbaum 16/10/26 3661 6
    4011 게임삼성 크라운 : 미국이 더 재미있어.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 것 7 Cogito 16/10/26 6266 0
    4012 역사링컨대통령과 파란알약 5 모모스 16/10/26 3137 5
    4014 일상/생각기관실에서 보는 풍경에 대해 생각하다 YORDLE ONE 16/10/26 3651 0
    4015 역사경신대기근은 왜 역사 교과서에 실려있지 않은걸까요? 11 늘좋은하루 16/10/26 7589 0
    4016 일상/생각거리로 나가실 거에요? 25 nickyo 16/10/26 4155 2
    4017 영화이번 주 CGV 흥행 순위 3 AI홍차봇 16/10/27 3039 0
    4018 꿀팁/강좌Ebay GSP (글로벌 쉬핑 프로그램) 이용후기 4 SCV 16/10/27 190783 3
    4019 일상/생각새 데스크탑을 샀습니다 24 nickyo 16/10/27 3764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