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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1/01 21:32:43
Name   Ben사랑
Subject   3일을 봉사활동한 썰..
대학교 5학년째입니다.(4학년 하고 +1년) 그리고 2학기로 마지막 학기입니다.

그냥 어물쩍 어물쩍 학교 수업만 꾸준히 잘 듣고(그것도 2과목밖에 안 됨. 1과목은 인터넷 강의 형식..) F학점만 안 맞으면 졸업할 겁니다.

다만, 이 시기가 되도록 봉사활동을 단 1시간도 안 채웠었는데, 그 이유는

첫번째로는 귀찮아서(..)였고,
두번째로는 낯선 이와 만났을 때의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고,
세번째로는 제가 두통을 심하게 앓고 있어서 과연 봉사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어서였습니다.

다만 지금 시점이 되니

귀찮은 것은, 시기가 제 때 되니 의지와 노오력으로 극복할 수 있겠다, 아니 극복해야만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낯선 이와 처음 만났을 때 대인관계의 어려움이라는 것은, 봉사활동도 여럿이니 그 중에 최대한 사람과 대면을 덜 하는 것으로 고르면 괜찮겠지!라는 꼼수를 생각하게 되었고,
두통은 요즘 많이 나아졌습니다. 머리가 덜 아프니 좀 살 것 같습니다. 한 10년 이상을 앓아왔는데 조금 희망이 보이는듯

1365라는 봉사활동 홈페이지에서 봉사활동들을 엄청나게 신청했어요. 오프라인으로 최소한 26시간은 채워야 하거든요. 온라인으로는 최대 6시간 채울 수 있고..(그래서 총 26+6=32시간을 봉사활동으로 채워야 합니다) 지금 신청해놓은 것들이 총 27시간 되는데, 오늘로써 20시간 채웠습니다. 에혀

사람과 대면한다는 것이 굉장히 두려운 일입니다. 이게 한번 혼자 고립되다보니까 사람과 대화를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 잡히겠고, 그래서 실언을 했다가 욕을 먹은 적도 꽤 있어서.. 그리고 자꾸 자아도취감 혹은 자의식 과잉, 이런게 마구마구 생기더군요. 뭐 어쨌든 사람과 최대한 대면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가지고 봉사활동 27시간을 죄다 행사보조로 신청했습니다. 직접 사람을 대하는 것은 좀 덜하겠지..하고.(20시간까지 채운 지금 시점에서 보면, 어느 정도는 타당한 추론(..)이었습니다.)

10월 29일 토요일, 30일 일요일, 그리고 11월 1일인 화요일 오늘 총 3일 동안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앞으로 하루를 더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건 11월 말(26일)의 이야기이고, 이제 당분간 "휴~"하고 한숨을 돌릴 수 있겠군요. 봉사활동을 한 3일 각각의 썰을 풀자면요




10월 29일 토요일>

제가 사는 市에서 도시농업한마당인지 하는 축제를 열었습니다. 어떤 각 단체들, 즉 '협회'라든지 '조합'이라든지 등등에서 오신 분들이 농산품 혹은 원예 등등 여러 아이템들을 가지고 오셔서, 이 축제가 열리는 장소인 캠핑장에 각각 텐트를 치시고 그것들을 판매를 하거나 어떤 시연을 하거나 하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이 텐트들의 중심부에는 어떤 빨간색 카페트가 깔려있는, 높이 솟아있는 무대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노래도 부르고 하더군요. 이 무대 앞에는 왠 흙으로 뒤덮인 화단이 있어요. 처음에는 이 화단이 무얼 위해 있는 것인지 몰랐죠.

이런 행사보조 봉사활동이 처음이라 정시에 맞추려고 헐레벌떡 뛰어왔습니다. 제가 - 좋게 말하면 - 원래 느긋한 성격이라서(저는 '의-지' '노-력' 같은 걸 싫어하고, 또 최대한 게으름을 피우다가 뭔가 재미있겠다 싶으면, 혹은 미루다 미루다 미룰 수 없는 때가 되면(..) 그때서야 일을 시행하는 편입니다) 집에서 폼롤러를 끼고 뒹굴뒹굴거리다가 헐레벌떡 캠핑장까지 겨우 정시에 맞추어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봉사자들 중에서 제가 제일 빨리 왔던 거였더군요(..) 허탈.

오자마자 예쁜 여성 스태프분 2분을 보았습니다. 1분은 그다지 기억이 안 나고 1분은 며칠이 지난 지금도 그 얼굴이 기억이 또렷이 나는데 유정연양의 전체적인 얼굴에 쯔위양의 눈매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외모가 예쁜 것은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마음이 예쁜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외모가 예쁜 분이 마음이 예쁠 수도 있겠죠. 그분에게 도시락을 건네주면서 뭐라고 한 마디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납니다.

그냥 나르고 청소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습니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 축제가, 이 캠핑장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고 어떤 성격이고 어떤 일이 진행되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나름 메모해가며 취재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의미없이 시간을 날리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물통 옮기고, 의자 이동시키고, 짐을 나르고, .. 또 축제가 다 끝난 후엔 청소도 하고요. 특히 무우가 심어져 있는 화분(?)을 옮기는 일을 했습니다. 그냥 장식용입니다. 무우로 무대를 꾸민다니. 헐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스태프분들 또 '협회' '조합' 등등 이 축제에 참여하는 단체의 회원분들에게 나눠드리는 일을 했습니다. 유정연양+쯔위양의 외모를 가진 분께 뭐라고 한 마디 한 것도 이때입니다. 제가 제일 열심히 날라드렸습니다. 제가 원래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못된 성격, 성향을 갖고 있어서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 일부러 더 긍정적인 척 하면서 말도 건네드리면서 도시락을 나눠드렸습니다. 나눠드렸다는 게 일일이 스태프분들 혹은 단체의 회원분들이 계시는 곳까지 찾아가서 도시락을 배부해드렸다는 게 아니라, 저 그리고 봉사활동자들은 어느 대기소(겸 텐트?)에 가만히 있고 그분들이 식권을 가지고 찾아오시는 형태였습니다. 외모가 예쁜 분도 계셨고 마음이 예쁜 분도 계셨는데, 저는 마음이 예쁜 분을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예쁜 것은 저로선 알 수 없는 일이죠.

빨간 카페트가 깔려있는 무대 앞에 어떤 화단이 있는데, 이 화단은 그 바닥이 두꺼운 흙으로 덮여져 있습니다. 이걸 흉물스럽게 왜 여기에 갖다놨나 했는데, 이게 이 축제의 꿀잼 요소 중 하나였더군요. 약간 나이가 들어보이시는 스태프분이 무우라든지 감자라든지 당근이라든지 등등을 이 화단의 흙 속에 흩뿌린 다음에, 자원봉사자들이 이 무우, 감자, 당근 등등을 보이지 않도록 흙 속에 잘 파묻습니다. 이걸 왜 하느냐? 학부모분들+어린이들 많이 왔거든요. 그래서 어린이들이 흙 속에 숨겨진 이것들을 잘 찾으라고(결국, 보물찾기(..)) 하는 겁니다. 우리가 무우 등등을 흙 속에 파묻고, 어린이들은 이걸 보물찾기 해서(즉, 흙을 파해치고 탐색해서) 득템하고, 또 우리는 다른 무우 등등을 또 그 흙 속에 파묻고, 또 애들은 이걸 보물찾기 하고.. 의 뻘짓을 한 7번 했나 그랬을 겁니다. 제가 이 작업을 함으로 해서 아이들이 재밌게 놀았으면 그걸로 되었습니다. (설마 이 보물찾기를 했다고 아이큐가 높아지지는 않을테니..)

축제가 다 끝나고, 예쁘신 스태프분들을 찾았지만 그분들은 이미 가시고 없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잠시나마 행복했습니다.







10월 30일 일요일>

제가 살고 있는 市의 어느 작은 대학교의 실내체육관에서, 태권도와 합기도를 하는 애들(얼굴나이로 보아 유치원생 ~ 중학생의 스펙트럼 분포를 가진 것으로 추정)이 다양한 무도를 보였습니다. 품새도 보여줬고, 멀리뛰기, 높이 발차기, 막대기 휘둘러서 그걸로 촛불 끄기, 줄넘기 등등을 하였습니다. 봉사활동자들은 한 20명 정도 되었는데, 그냥 애들이 줄을 잘 서고 있나 통솔하는 것 외에는 하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줄 서는 것을 통솔하는 것 외에도, 애들이 높이 발차기를 할 때 그 발차기의 대상이 되는 기계(?)를 그 밑이 흔들리지 않게 꾸욱 잡고 있었습니다. 봉사 활동을 하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가로 되어있었지만, 오후 1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이외에는 별로 한 게 없었습니다. 실제로는 오후 4시에 끝나서 집으로 귀가..

정말 시간만 엄청 잡아먹었고 별로 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더 쓸 말이 없네요. 물론 애들한테는 하등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다 고등학생 이하더만. 여자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해 마시길.







오늘, 11월 1일 화요일>

오늘도 역시 집에서 뒹굴뒹굴 하다가 급하게 버스 타고 봉사활동 장소에 나왔습니다. 지하철역 앞 어느 광장에서 정신건강 관련 행사를 했는데, 여기 행사에 부속으로 딸려있는 두더지게임 기계에 대한 안내를 잘 하라는 게 제 임무였습니다. 나이드신 분부터 어린애까지 두더지게임을 공짜로 하였고, 오후 2시부터 5시 30분까지, 제가 받은 총 손님 수는 대략 40명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게임 안내도 해드리고("초록색 버튼을 누르면 게임이 시작해요" "이 게임은 공짜로 하실 수 있어요" "뒤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 게임을 한번 더 하셔도 됩니다" 등등), 게임을 잘 할 수 있는 팁도 알려드리고("두더지가 튀어나온 즉시 정수리를 정확하게 또 세게 방망이로 후려치면 점수를 획득합니다" 등등), 점수도 알려드리고("1등은 661점이고, 2등은 648점입니다. 평균은 100점~200점대에서 주로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매우 좋은 점수를 얻으신 거에요" 등등) 옆에서 "파이팅"도 외쳐드리고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어떤 예쁜 여성분들 오셨는데 저는 정말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그 중에 제일 예쁘신 분은 보니하니 이수민양+곡성 천우희씨의 얼굴을 하신 분이었습니다. 정말 예뻤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저도 오랜 두통 때문에 우울해서 막간에 그 행사에서 상담도 좀 받았어요. 사실 상담하는 것 자체에서 저는 마음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매우 추웠습니다. 정말 얼어죽는 줄.. 옷을 더 잘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사활동을 총 20시간 하면서, 단순히 봉사활동 시간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그 감을 찾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리고 저는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저 겉껍데기일 뿐이지요. 저는 속세의 욕망을 해탈한 상태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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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사는 개추야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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