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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1/07 19:44:01
Name   tannenbaum
Subject   꼴마초 페미니스트들의 탄생
70년대생 누구나 그랬듯 투철한 반공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대학 신입생 시절 나는 이른바 운동권들을 싫어했다. 더 정확히는 NL계열을 싫어했다. 아니다. 혐오가 더 맞겠다. 반공교육 때문에 내가 그들을 혐오했냐 묻는다면 99프로쯤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티비에 나오는 화염병, 선동적인 구호와 깃발은 낯설음과 거부감이 있었던건 사실이지만 내 운동권 혐오는 그들중 일부를 가까이서 자주 보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었다.

3년 터울인 형은 이른바 운동권 간부였다. 좀 더 그럴싸 한 말로는 대학입학과 동시에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조국해방과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젊음을 바쳤다. 커피는 미제똥물, 외산브랜드 옷은 수탈자본주의, 양담배는 식민지 인민들의 고혈... 그리고 지명수배와 사상범으로 감옥에 다녀온 것은 명예로운 훈장. 언제나 민족과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는 운동권 학생들... 고등학생이던 어느날 그 운동권들을 처음 만났다. 바로 우리 집에서...

그날도 야자를 마친 늦은 밤 집에 도착했다. 배가 고파 주방에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때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형과 비슷한 또래 무리가 우르르 현관을 열고 들어왔다. 주방에서 나는 냄새를 맡았는지 다 같이 들어와 내가 만들어 논 토스트를 인사도 없이 자기들끼리 주워먹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보는 나에게 몇개 더 만들라고 시켰다. 물론, 소개나 인사도 없이 하인 부리듯... 기분이 더러워진 나는 방으로 내려 갔다. 잠시 뒤 그들은 방으로 내려왔고 형은 자고 갈터니 나에게 거실로 나가 자라고 했다. 아무말도 없이 이불을 가지고 거실로 올라가는 내 등뒤로 '니 동생 겁나 싸가지 없네. 교육 쪼까 시켜야 안 쓰것냐?' 했던 사람은 누군지 지금도 궁금하긴 하다. 애써 만든 토스트를 말도 없이 먹고 거실로 쫒겨나서 그 사람들을 싫어 하냐고 물으면.... 글쎄 아주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그보다는 더 큰 사건이 있었다.

그네들은 부모님의 억지 환대와 자주 놀러오라는 말씀이 진심이라 생각했던지 한동안 우리집에 들락거리며 오만 민폐를 끼쳤다. 부모님은 장남의 손님이니 싫은 내색은 차마 못하고 먹거리며 술상을 밤이고 새벽이고 차려줬다. 그날도 어느날처럼 그 무리는 우리 집에 늦은 밤 쳐들어왔다. 그리곤 부모님이 차려 준 술상을 앞에 놓고 맑스, 레닌, 엥겔스, 볼셰비키를 토론했다. 학생운동의 방향과 여성의 주체성 확립에 대한 열띤 논쟁도 함께.... 난 아무것도 모를때니 뭔가 있어보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전혀 관계없는 영어원서 앞에 놓고 중2 학생들이 스타크래프트 전략이야기 하는 수준도 못되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갔고 같이 왔던 여학생들은 자리에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고 남학생들만 남았다. 스물두어살, 많아야 스물대여섯 혈기 넘치는 남학생들만....

"아 맞다. 내일 학습 끝나고 양산동 가야것네"
"뭣할라고?"
"아따 내일 해태 댕기는 공순이년들 월급날 아니요"(당시 광주광역시 양산동에 해태 광주공장이 있었습니다)
"근디?"
"아따 깝깝허네. 몇년들 꼬셔가꼬 000나 한판씩 해야제. 대학생이라 그라믄 돈도 잘 쓴당께요"
"진짜 그냐이?"
"쩌번에 양산동 교육투쟁(노동자계몽운동) 갔을때 꼬셔논 년들 좀 있응께 몇명 데꼬 나오라 하믄 돼요."
"잘 벌려주냐?"
"아따~ 대가리 텅빈 년들이라 대학생이랑 한번 데이트할라고 000 0000 한당께요. 등거리 쪼까 긁어주면 지갑도 벌리고 다리도 벌리고"

그 마지막 말에 박장대소하는 그들을 보며 내 얼굴은 경멸로 물들어 갔다. 혹시나 위층에 주무시는 부모님께 들리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그날은 공부할것이 아직 남았지만 그 방에 같이 있는것이 더럽게 느껴져 내발로 거실로 올라갔다. 얼마쯤 지나고 그들을 뉴스에서 보았다. 전대협출범식이 열리던 날 마스크와 '민주주의', '조국해방', '미군철수' 머리띠를 두르고 맨앞에 앞장서서 백골단과 대치하는 그들이 스쳐 지나갔다. 화면에 스쳐가는 그들을 보자 내 입에선 탄성처럼 한마디가 나왔다.

[쓰레기들]

20여년도 훨씬 지난 지금 돌아 그들을 다시 생각해보면 메갈을 지지하는 일부 꼴마초패미니스트들이 어찌 탄생되었는지 대충 알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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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메갈리아관련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모 인사가 과거 이중적인 모습이 발각되었을 때 작성했던 글입니다.

5.18을 직접 겪은 광주 출신 한사람으로 확실히 말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과거 운동권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학생운동이 한국의 민주화 발전에 얼마나 큰 피를 흘렸는지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사멸한 NL이지만 80년대 학생운동의 역사에 그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본문에 나온 그들도 겨우 이십대 청년들이니 당연히 부족하고 어리석은 시절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수많은 선배들을 비하하고자 함은 더더욱 없습니다.

단지, 요즘 문제가 되는 꼴마초페미니스트 - 짝퉁패미니스트들 중 일부가 과거 여성관련 여러 문제를 일으켰던 사건에 관한 것입니다. 입으로는 자유, 민주주의, 노동자의 인권에 열변을 토하며 아랫도리로는 공장에 다니는 여성노동자들을 성적도구로 이용하던 직접겪은 극히 일부 어린 운동권 남성들의 이중성이 지금의 나이든 꼴마초페미니스트들의 탄생이 될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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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권이라는 놈들만큼 선후배 서열따지는 사람들 못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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