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11/16 20:54:22
Name   피아니시모
Subject   서원철폐



1.

서원은 조선시대의 교육기관중 하나로 각 지방의 문화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했는 데 간단하게 인재양성소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초기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방에 은거하는 학자들이 후학을 양성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양성된 후학들이 자신의 스승을 제사를 지내면서 사당의 역할을 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깐 결과적으로 서원은 유림들의 인재양성소 + 스승의 제사를 겸하는 곳이 된거죠.

명종 초기에 20곳도 되지 않던 서원은 선조 시기 퇴계 이황을 비롯한 성리학자들의 보급운동에 의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해서 조선후기에 이르러서는 700여개가 넘게 된것입니다. 지금의 사립대학이 전국에 700개가 넘게 있었다고 생각하면 될...겁니다 아마?(..);;
그리고 이 서원은 곧 유림세력의 기반이 되었고 곧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힘이 점점 쎼진거죠 물론 왕보다야 못했지만 왕이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얼핏보면 그냥 단순한 교육기관같지만 좀 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2.

우선 서원은 세금이 면제되었습니다(..) 이건 초기에 서원의 숫자가 얼마 안되었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인재양성소의 교육기관 역할도 겸했기때문에 오히려 장려했었죠. 문제는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조선후기때는 그 폐단이 너무 극심했다는데 있습니다.

당장 700개가 넘는 서원에서 세금이 걷히지 않았고 서원에 소속된 노비들은 국역에 동원되지 않았습니다. 서원이 증가할 수록 국가재정(돈 뿐만 아니라 인력면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거죠 거기에 더해 이 미친(..)자식들이 산 사람을 배향하기 시작하더니 세금 날로 먹기 위해 자기 조상이면 일단 (성현이든 아니든 상관없고) 제사 지내면서 모시기 시작하니 여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서원은 신분제도의 불합리함을 내세우는 끝판왕격이 되었고 이는 양반과 유림들의 득세와 함께 가문, 학연과 지연으로 얼룩지기 시작하고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가 엮이기 시작합니다. 카르텔이나 다를바 없이 말이죠
이들의 폐악은 단순히 세금을 안내고 비리가 있다 수준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평민과 천민에 대한 핍박으로 이어졌습니다. 앞서 서원은 세금을 내지 않고 군역 및 국역에 동원되지 않는다했는데 그를 이용하여 서원에 기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결국 그러지 못하는 일반 평민이나 천민들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3.

조선정부라고 바보라서 이걸 인지하지 못한 건 아니었습니다. 당장 인조때만 해도 이 문제에 대해 어느정도 심각성을 인지하고는 있었습니다만 정치적으로 엮인 문제 + 특권계급으로 엮인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않았고 그 논의가 제대로 이뤄진건 숙종때 가서야 진행이 됩니다.
이 서원문제에 대해 제대로 손을 대기 시작한건 숙종인데 숙종은 별것도 아닌 사사로운 목적으로 서원을 건설하거나 단순히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서원을 건설할 경우 처벌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연류된 유생들은 과거시험을 보지 못하게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문제는 숙종시기 지속적으로 일어난 환국으로 인해 서인 - 남인 - 서인으로 이리저리 붕당의 정권(?)이 옮겨지는 와중에 되려 서원이 늘어나버렸다는 겁니다(..)

결국 이 문제는 다시 영조때 가서야 영조가 온갖 지랄을하며 서원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한 사람을 중복해서 제사지내지 못하게 하는 등 여러 노력을 했지만 900여개가 넘는 서원이 200개가 줄어 700개가 되는 수준에 그쳤죠(..) 200개씩이나 줄였지만 그 폐단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떄즘가면 되려 서원은 완전히 타락하여 민중들의 고혈을 짜내기 시작했고 양반들(+유림)의 텃새는 그 만큼 심해졌고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일반 백성들의 생활은 더더욱 어려워져갔습니다.



4.


흥선대원군이 집권하자 가장 먼저 한 것은 바로 이 서원을 조져버리는 일이었습니다.
우선 대원군은 고종과 조대비의 권위를 빌려 서원의 개같은 점을 일일이 하나하나 따져나가기 시작했고
그 첫빠따로 만동묘 (만력제를 제사 지내는 곳)을 조져버립니다. 만동묘는 그 많은 서원중에서도 가히 끝판왕급의 서원으로 백성들에게 세금까지 받는 곳이었죠(..) 여기를 첫빠따로 족쳐버리기 시작하는 와중에 병인양요를 기점으로 서원을 대대적으로 족치기 시작합니다.

처음 유생들은 어이없어하면서 상소를 통해 극렬반대했지만 대원군뿐만 아니라 고종조차 서원에 대해 끔찍해하던 터라 그 상소를 본 고종이 "개소리좀 그만하고 철폐해 개자식들아"를 시전해버리면서 그들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어버립니다(..)
당장 국왕과 최대권력자가 나서서 서원을 족치기 시작하니 알려진것과는 달리 실제 유생들은 별 말을 하지 못하고 반박도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워낙 조목조목 서원의 문제점을 파고들었던데다가 민심이 서원을 철폐하는 대원군쪽이었기때문이었죠

그렇다고 유생들이 가만히 있던 건 아니고 교묘한 방법을 썻는데 흥선대원군의 조상인 인평대군을 모시는 서원을 만들어 대원군이 더 이상 서원철폐를 하지 못하게 막아보려고 했는데 대원군이 이를 씹고 그 서원부터 족쳐버리면서 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1863년 시작된 서원철폐령은 1865년 서원게의 양대끝판왕 만동묘와 화양서원(송시열을 모시던 곳)을 완전히 작살내는 것으로 시작으로 전국에 700개가 넘던 서원중에 47개를 제외하면 싹 다 없애버리는 데 성공합니다.



5.


대원군의 힘이 워낙 강력했기때문에 유생들은 별 반박을 못했지만 불만이 없을 순 없었죠
그들은 수시로 상소를 올리면서 서원철폐가 너무 과격하며 그 폐단이 지나치다고(?) 지적질을 하기 시작합니다.(-_-)
그리고 대원군이 실각하자 만세를 외치며 곧장 서원복구를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고종은 만동묘를 복구시켜줍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납니다.
(..)
만동묘만 복구 시켜준것이며 그 만동묘조차 지방유생들이 아닌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게 합니다. 아예 유생들이 관여할 여지를 없애버린겁니다.
유생들은 일제히 반발하기 시작하며 상소를 올렸으나 고종 왈 "야이 x신들아 너넨 서원 없으면 성현 못모시냐 찐따들아?" 라면서 그들을 비웃으면서 싹 무시하기 시작했고 결국 지친 유생들은 서원복구를 포기하게 됩니다.
애초에 이 모든게 대원군떄문이라고만 생각하면서 고종을 믿었지만 실은 고종 역시 서원을 겁나게 싫어했었기때문에 다 소용없는 짓거리였던거죠(..)그나마도 고종이 만동묘를 복구시켜주면서 적당히 명분을 쌓은 뒤 일갈을 했으니 더는 할 말이 없었던 것도 컸꼬요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591 정치선거일 직전 끄적이는 당별관련 뻘글 23 the hive 24/04/09 2026 0
    2625 정치선거방식과 정당체계 12 김덕배 16/04/16 4964 2
    13862 일상/생각선거때 집토끼, 산토끼 표현 15 우연한봄 23/05/16 2261 0
    14569 정치선거공보 정독하기 1 당근매니아 24/04/01 1329 6
    12593 도서/문학선거 기다리느라 초조하신 중년 여러분을 위해 정치소설 추천합니다. 6 arch 22/03/08 5638 4
    12860 정치선거 공보물을 보고서… 15 Picard 22/05/26 3157 0
    13538 사회석학의 학술발표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왜곡되어 소비되는 방식 13 카르스 23/02/03 2848 29
    11884 정치석열이형, 준석아 공작 떡밥 물면 안돼!! 22 Picard 21/07/15 3917 2
    9931 도서/문학서효원 - '천년마제' 6 덕후나이트 19/11/02 5685 0
    4650 일상/생각서해대교에서. 1 regentag 17/01/18 3145 0
    8945 도서/문학서평 『웃는 늑대』 - 쓰시마 유코 2 메아리 19/03/08 3882 5
    8870 도서/문학서평 『새의 선물』 – 은희경 1 메아리 19/02/17 4819 9
    8854 도서/문학서평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1 메아리 19/02/10 4381 9
    8990 도서/문학서평 『너무 시끄러운 고독』 – 보후밀 흐라발 2 메아리 19/03/22 5078 6
    9121 도서/문학서평 『나사의 회전』 – 헨리 제임스 메아리 19/04/25 4521 4
    9034 도서/문학서평 『가나』 – 정용준 2 메아리 19/04/04 5910 3
    8810 도서/문학서평 「자살의 전설」 - 데이비드 밴 1 메아리 19/01/27 3687 4
    12498 도서/문학서평 : 카프카의 <변신> 1 닉네임 변경권 22/02/08 3758 3
    11138 도서/문학서평 -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2 메아리 20/11/15 4363 10
    8891 도서/문학서평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Darker-circle 19/02/21 3729 6
    2633 도서/문학서평 -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에 반하는 사람들 2 커피최고 16/04/18 4510 2
    8786 도서/문학서평 - 「나무 위의 남작」 – 이탈로 칼비노 2 메아리 19/01/21 4373 10
    8758 도서/문학서평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김영하 메아리 19/01/13 4097 11
    14711 경제서초구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가능해집니다. 9 Leeka 24/05/28 1109 0
    4168 기타서원철폐 21 피아니시모 16/11/16 4391 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