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11/18 19:04:26
Name   nickyo
Subject   SNS 이야기

SNS를 열심히 했었는데 지금은 안합니다. 계정은 있는데 잘 안쓰는..
필연적으로 중고등학교 친구들을 아는사람 뭐 이런식으로 보게 되는게 싫어서....
사실 그 친구들을 싫어하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저는 강남 8학군을 나왔습니다. 근데 우리집의 가정형편은 전형적인 하우스 푸어였어요. 그리고 졸라매고 졸라매서 겨우겨우 이 땅에 붙어사는 절벽 끝 월급노동자 가정이었죠. IMF를 지나고도 우리가 이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은건 지독한 절약과 대출과 부모님의 힘든 노동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거에요.

우리집이 빈곤했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밥과 계절 옷 걱정을 한 적도 없었고, 적당한 수준의 교습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어릴때부터 계속 기억에 남는건 내가 친구들과는 다른 상황이었다는 거였어요. 친구들이 갖고있는 것, 받았던 용돈, 행동하던 활동들이 제게는 쉽지 않은 일들이었습니다. 돈이 없었으니까요. 부모님께서는 제게 쓸 수 있는 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제 주변 친구들은 미묘하게 저희집 보다는 잘 사는 집들이 많았습니다. 언뜻보면 티가 안나는데... 씀씀이나 여유에서 확 차이가 났죠. 전 그래서 학창시절 내내 2등시민처럼 다니곤 했습니다. 티는 안냈지만.. 돈이 없어서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졸졸 쫒아디니기엔 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그러다보니 친구들과도 어쩐지 얼기설기 뭐.. 지금은 어릴 때 친구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스무살 넘어서는 알바를 쉬어본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직종은 달라도 장기근속률로 치면 유급휴가 없이 6~7년은 찍었을걸요. 그나마 최근 1년은 공부한다고 뜸하게(공단기 프리패스가 값이 싸서 매우 다행입니다) 단기만 몇번 했을 뿐.. 병역이 공익이었기에 그런부분도 있죠. 어쨌든.. 저는 제가 쓰는 돈에 좀 중독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저축 잘 안해요. 있으면 뭐라도 쓰고 막 사주고.. 쟤가 나보다 통장잔고도 집도 잘 살고 직장도 든든한데 제가 막 사고..

여튼 그러면서 20대에 공부도 열심히하고 학점관리도 잘 했어야 하는데, 대학교에와서는 시간이 없더이다. 대학 친구들과 이제 돈이 있으니 가깝게 지내보려고 했는데 알바를 2~3개씩 뛰면서 다니니까 정작 친해질 기회가 없는거에요. 애들 아침까지 달릴때 저는 알바간다고 빠져나가고.. 이런게 반복되면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죠. 게다가 저는 자수성가 하는 분들처럼 이 꽉 악물고 일할땐 일 공부할땐 공부 이런식으로 척척 해내질 못해서, 일은 잔뜩했고 잡지식은 늘었는데 어딘가에 내걸만한 수치를 따 둔게 없었죠. 자격증, 외국어 실력, 학점 이런거요. 그리고 지금 졸업을 앞두고 있고요.

오늘 우연히 SNS를 켰다가 옛날 친구들의 이름들을 발견했어요. 다 잘 살더라고요. 진짜 엉망으로 살았던 친구들도 지금은 다들 열심히 사나봐요. 다 어딘가 유학도 다녀오고.. 어디어디 대학원에 다니고.. 그때 생각이 났습니다. 싸이월드 시절부터 이게 정말 싫었어요. 저는 제가 다른곳으로 뛰쳐나가볼 기회가 없다시피 했거든요. 그게 제가 덜 과감했던건지.. 그러니까 맨땅에 헤딩할 깡다구가 없어서 그랬던 부분도 있겠지만 다르게 가면 안된다..는 강박같은게 있었어요. 우리집에서 제가 첫짼데 부모님이 결혼을 늦게하셔서 제가 대학을 졸업할 때 즈음엔 집안경제가 답이 없는 수준이었거든요. 실제로 두 분은 이제 실업급여조차 나오지 않는 퇴직자로 계셔서 집에는 경제활동을 못하는 성인이 셋이나 있는 셈이죠.

간혹 친구들이나 주변사람들이 그래요. 대학원은 생각 안해봤니? 혹은 뭐 일하는거 말고 다른 길은 생각해본적 없니. 생각이야 당연이 했죠. 근데 못그러겠더라고요. 맨날 돈이 없어서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머쓱했던 저는 돈이 있을 때는 시간이 없거나 학비 등을 충당하며 다른쪽으로 뭔갈 해볼 생각을 못한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옛 친구들.. 그러니까 지인들이, 특히 저보다 잘 살았던 친구들의 인생이 좋은 기회들, 지원들과 자신들의 노력이 시너지를 일으켜서 지금은 엄청 먼 곳으로 가 있는걸 보면 화가 나더라고요. 걔들한테도, 내 인생에도. 내가 뭘 그리 잘못살았냐며요. 잘못살긴했어요. 노력을 덜 했죠. 으이구!

근데 잘 모르겠어요. 제가 만약에 이 기억을 잃고 다시 10대,20대로 돌아가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자신감이 생기질 않더라고요. 최선을 다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이보다 확실히 더 열심히 살 수 있냐면 으응..? 싶어요. 이 외에도 복잡한 요인들이 있을테고 저 친구들이 '수저론'의 예시가 될만큼 엄청난 집안에서 엄청난 지원을 받고 살지는 않았을 거에요. 저는 저의 열등감 내지는 열패감의 핑계를 찾는 셈이고.. 그래서 제가 어릴때 돈이 없고 쭈구리였고 성인이 되어서는 시간이 없고 일하느라 힘들었다는게 사실은 어느정도 핑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SNS를 가끔 이렇게 생각없이 보고나면 하염없이 답답해져요. 내 인생 망했따! 이런느낌이랄까. 아직 서른도 안됐지만 더 변화할 기회가 없다는 느낌에 등골이 오소소솟..

여튼 그렇습니다. 잘 사는 친구들을 질투할 시간에 열심히 살아도 모자란데. 내가 열심히해도 그 친구들의 삶과 비슷하게라도 살 순 없다는 생각.. 하고싶은거 도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집안의 지원이라도 가능한 그런 것들이 부럽고 짜증이 납니다. 요새 잠을 잘 못자서 그런가.. 며칠 있음 또 이런 생각 까먹지 싶긴 하지만요.


하소연이 길었네요. 여튼 SNS에서 잘 나가고 잘 사는 친구들 보기 싫어서 SNS 안한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조금만 더 자유로웠음 좋겠어요. 부모님이 저 없이도 돌아가실때까지 빚 없이 작은 시골에서 사실정도만 되도 좋을텐데.
근데 그럴 방법이 없네요. 음....
역시 좀 더 열심히 살았어야 했습니다. 나루토는 존나 열심히 하는데 걔는 혈통도 쩌는데 근데 난 이런 지금도 그렇게 못하잖아? 안될꺼야 아마...


ㅋㅋㅋㅋㅋ
하소연 끝입니다.
내일부터는 또 그럭저럭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183 음악라디오에서 들으면 반가운 노래 7 민달팽이 16/11/18 3630 4
    4184 일상/생각SNS 이야기 5 nickyo 16/11/18 3180 6
    4185 정치JTBC가 '국정 운영 관련 제안서'를 pdf파일로 공개했습니다. 3 Credit 16/11/18 4334 1
    4186 기타흥선대원군의 실각 4 피아니시모 16/11/18 8034 1
    4187 일상/생각[단상] 광장을 바라보며 1 Jasonmraz 16/11/18 3716 4
    4188 방송/연예왕좌의 게임 블루레이 세트 구입! 5 Leeka 16/11/19 6212 0
    4189 IT/컴퓨터웹 상에서 작성하는 수학기호 - MathML 7 Toby 16/11/19 7943 3
    4190 기타Bruce Springsteen - The River 5 새의선물 16/11/19 5491 5
    4191 역사제노사이드 (Genocide) 1 모모스 16/11/19 4484 3
    4192 영화신비한 동물사전 부정적 후기 (직접적 스포X) 7 Arsene 16/11/19 3832 0
    4193 일상/생각평화집회를 바라보며 4 nickyo 16/11/19 3354 4
    4194 정치[불판] SBS 그것이 알고싶다 - 대통령의 7시간 51 Toby 16/11/19 5574 0
    4195 정치19일의 영상과 기사 몇 가지 4 모여라 맛동산 16/11/20 4125 1
    4196 IT/컴퓨터어쩌다보니 사과 농장이 완성됫습니다. 24 Leeka 16/11/20 4982 0
    4197 정치동교동계. 부끄러운줄 알라. 6 Bergy10 16/11/20 4294 10
    4198 기타일본 예능에 나온 남녀의 이야기 5 빠른포기 16/11/20 6072 0
    4199 일상/생각힙알못이지만, 이 노래는 참 좋더군요. list5 7 Darwin4078 16/11/20 6314 1
    4200 방송/연예소사이어티 게임 6화 후기 7 Leeka 16/11/20 4473 1
    4201 도서/문학ㅋㅋㅋ 6 알료사 16/11/20 3532 0
    4202 창작[한단설] 손 없는 날 3 틸트 16/11/21 4605 9
    4203 정치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확정한 것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3 아나키 16/11/21 3888 0
    4204 일상/생각두통 환자 대공감 48 진준 16/11/21 3902 0
    4205 일상/생각16수능 국어a형 19번 소송 기각 47 노인정2 16/11/21 4354 0
    4206 정치[불판] JTBC 뉴스룸 27 Toby 16/11/21 5541 0
    4208 음악좋아하는 곡을 연주한다는것 22 F minor 16/11/21 3928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