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1/03 22:31:12
Name   Credit
Subject   뉴스게시판의 뉴스 하나를 읽고 평소에 생각하던 육아에 대한 잡생각.
https://redtea.kr/?b=34&n=1451

저 기사에 나오는 어머님은 육아뿐만이 아니라 자신까지 망치는 길을 갔다고 생각해요.
제가 현실의 부모가 아니라 쉽게 이야기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낳은 뒤의 인생은 많이 다르겠지만 키우는 것만 떼놓고 보면 크게 다를것 같지는 않거든요.

(이 부분은 제 경험입니다)
첫째 조카는 저와는 나이차이 많이 나는 동생처럼 우리집에서 7년간 자랐습니다. 경제적인 이유가 컸지요.
그래서 의도하지 않게 아이와 긴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아이가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는지 어떻게 이야기하면 따르는지 어떻게 화내는지 대충은 압니다.
그렇게 지낸 시간이 있어서 유독 첫째 조카는 자기 부모보다 저를 더 많이 따릅니다.
저 기사를 보며 이 녀석이 생각이 나더군요. 왜 이 녀석이 나를 그렇게 따를까, 왜 자기 부모한테 저 기사 속 아이처럼 이야기하지 않을까..

결론은 이거였어요. '애가 하고 싶어하면 최대한 하게 하고 아니면 강제로 뭘 시키지는 말자, 꼭 해야하는 숙제나 이딴게 아니라면 굳이 강제하지 말자' 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 녀석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라는..

입장이나 환경,경제적인 차이도 있고 생각해볼 점도 분명히 있겠지요.
'그렇게 애가 하고싶은대로 하게 냅두면 버릇없어지지 않겠냐'는 충고도 있었고, '애가 말하지 않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어떻게 찾느냐'는 고민도 있었고..
이건 제 인생관과도 연관된 문제인데, '모든 문제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고 점점 커져나간다,초기 진화가 중요하다. 감추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초기에 문제를 알면 해결책은 보이게 된다고 믿구요. 작은 사안을 알게 되면 어떻게든 방향이 보이고 말이지요.
아이가 표현하지 않는 문제는 다그치지 않고 적당히 기다리면서 가끔 쿡쿡 찌르면 애가 알아서 이야기하덥디다;; 이게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구요.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내가 원하는 기대를 거니까 저 기사에 나온 엄마처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부모에게 '나를 위해 꿈을 포기해라'라고 요구하지 않았거든요.
아이가 스스로의 생각이 있는데 그 생각은 깡그리 무시하고 '지금 이게 사회의 기준으로 좋다라고 하니까 넌 이걸 해야만 해'. 또는, '내가 이걸 이룰 수 있었는데 너 때문에 못 이루었으니 니가 대신 이뤄야만 해' 라는.. 사회의 기준에 개인을 갖다 맞추는 거 있잖아요. 그게 아이뿐 아니라 부모까지도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거든요.
개개인마다 잘하는거, 하고싶은거 다 다른데 그 역량을 찾아서 키워주는게 아니라 사회의 기준으로 돈을 많이 버니까, 대우가 좋으니까, 무시받지 않으니까, 내가 하고 싶었는데 너 때문에 못하니까. 등등의 이유로 사회의 기준에 개인을 끼워맞추면 너무 힘들어지고 빨리 지치더라라는 생각. 있잖아요.

저 기사를 읽고 언젠가는 할지도 모르는-어쩌면 못할수도 있지만(..)- 육아에 대해 평소 생각하던걸 적고 싶었어요.
아이가 잘 되면 좋겠지만 잘 안되더라도 아이의 보호자라면 니 인생 마음대로 살아보라고 격려정도 해주는 것 만으로도 부모의 역할을 하는게 아닐까 하는..
그런 일상/생각 한번 해 봤습니다.
막상 결혼하고 낳으면 이 인생관도 달라질..까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044 일상/생각니 가족이 동성애라도 그럴래? 11 세인트 16/06/16 3165 0
    4505 역사늦깎이 사이버대학생의 마지막 시험. 그리고 1년 후. 6 Credit 17/01/01 4698 1
    1761 일상/생각늦깎이 사이버대학생의 마지막 시험. 18 천무덕 15/12/13 7187 3
    6931 도서/문학늦깍이 문학중년 14 알료사 18/01/11 5796 9
    2988 일상/생각늦게나마 감사드립니다 11 RebelsGY 16/06/10 4061 5
    8103 꿀팁/강좌능동태, 수동태, 그리고 하나 더 - Ergative 3 DarkcircleX 18/08/23 4755 6
    9662 사회능동적 인터넷 사용자 vs 수동적 인터넷 사용자 15 풀잎 19/09/15 5221 10
    5217 일상/생각늙은 캐셔. 2 tannenbaum 17/03/17 2823 4
    8588 오프모임느린마을 양조장 가실 분...(극적타결) 37 파란 회색 18/12/01 5945 4
    13792 기타느낌이 너무나도 달라진 드라마 캡틴실버 23/04/28 2163 1
    13625 육아/가정느긋함과 조급함 사이의 어딘가 10 하마소 23/03/08 2154 15
    543 과학/기술뉴호라이즌스호는 왜 파업을 했나?... 21 Neandertal 15/07/08 8431 0
    12090 역사뉴질랜드와 핵실험, 거짓말쟁이 프랑스. 4 코리몬테아스 21/09/18 3941 15
    2149 정치뉴욕타임즈가 힐러리지지를 선언했네요. 33 눈부심 16/01/31 4427 0
    14107 일상/생각뉴욕의 나쁜 놈들: 개평 4센트 6 소요 23/08/16 2060 20
    1457 기타뉴욕의 간지나는 홈리스 16 눈부심 15/11/04 8841 0
    8417 사회뉴욕과 워싱턴에서 폭발물을 이용한 연쇄 테러 시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1 키스도사 18/10/25 4802 0
    4707 사회뉴스타파에서 싼타페 급발진 문제를 분석했습니다. 4 Toby 17/01/27 5476 1
    2944 정치뉴스타파가 고위공직자 재산 검색기를 공개했습니다. 7 Toby 16/06/03 4808 4
    1029 꿀팁/강좌뉴스를 제대로 읽어보자(스크롤 압박) 15 벨러 15/09/18 9465 13
    1233 꿀팁/강좌뉴스를 제대로 읽어보자(2) 6 벨러 15/10/12 8945 4
    1365 꿀팁/강좌뉴스를 제대로 읽어보자-물타기(번외편) 9 벨러 15/10/28 9843 5
    13148 철학/종교뉴스레터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홍보- 3 Thy킹덤 22/09/11 2871 6
    14921 일상/생각뉴스는 이제 못믿겠고 3 후니112 24/09/12 1077 0
    4532 일상/생각뉴스게시판의 뉴스 하나를 읽고 평소에 생각하던 육아에 대한 잡생각. 54 Credit 17/01/03 5671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