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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2/19 15:14:44
Name   녹풍
Subject   [집수리기] 샤워기 호스 교체 — 인류를 구원한 화장실과 친해지기
인류는 화장실에 의해 구원됐다. 엄밀히 말하면 상수도라고 해야겠지만, 지금 우리 생활을 생각하며 이야기한다면 화장실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신약이 개발되던 20세기 초엔 이미 영아 사망률이 급감한 상태였다고 한다. 상수도의 발전으로 위생 상태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즉, 인류는 자주 씻음으로써 죽음에서 해방됐다.

그러므로 자취생에게 화장실의 상태는 중요하다. 요즘 시대 자주 안 씻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래도 매일 샤워할 기분이 드는가는 중요하다.

공용 화장실이 있는 고시원형 자취방에 살 때는 샤워하러 나가기가 그렇게 귀찮았더랬다. 방 옆에 화장실이 바로 붙어 있는 집에 사니까 샤워하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화장실의 위치뿐 아니라 상태도 중요하다. 특히 나 같은 경우, 이번에는 샤워기의 상태가 중요했다. 영하 10도 밑으로 기온이 떨어진 어느 날, 오랜 세월을 버텨 온 나의 샤워기는 옆구리가 터지고 말았던 것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샤워기 호스를 따라 흘러내리는 뜨거운 물, 그리고 샤워기 헤드에서 졸졸졸 흘러 나오는 빈약한 물방울. 샤워를 하는 것인지, 몸에 물방울을 묻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나는 시간이 걸리는 온라인 구매를 포기하고 이마트에 가서 샤워기 호스를 구매하고 말았다. 돈 몇 푼이 중요한 게 아니다!

졸졸졸 흐르는 물로는 도무지 씻을 수가 없고, 씻지 못하면 더러워지고, 더러우면 병균에 취약해지고, 병균에 취약해서 죽을 지도 모른다 하는 공포에 시달린 건 아니고... 그래도 집에 들어와 뜨거운 물을 맞으며 하루를 정리하는 걸 낙으로 삼았는데, 그걸 못하게 되니 견디기가 힘들었다. 인간의 사소함이란!



호스 옆구리로 물이 다 새고 있다

구입한 제품


이마트에 가서 한참 고민한 끝에 샤워 헤드는 빼고 호스만 구입하기로 했다. 해바라기 샤워대를 구입하고 싶었지만, 주머니가 가벼웠다. 구입한 것은 리빙홈에서 나온 9,980원짜리 2미터 샤워 호스.

샤워 호스 구성품

위 사진에 나와 있듯 구성품이 튼실하다. 특히 몽키 스패너가 없는 사람을 위해 간이 몽키 스패너가 들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고무링은 하나만 들어있는데, 두 개가 있으면 더 좋다. 그래서 하나는 기존에 들어 있던 것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했다.

샤워기 호스 교체 방법


우선 물을 잠그고, 몽키 스패너를 이용해서 샤워 호스를 푼다.

몽키스패너로 잡아 돌려야 하는 부분

이 부분을 풀면 되는 것이다. 아래는 풀어헤친 샤워기 헤드의 모습이다. 샤워기 헤드는 그냥 돌려 빼면 된다. 세월의 흔적으로 깨진 구성품도 있다. 그냥 버리자. 고무링은 하나 챙겼다.

기존 구성품을 분해한 모습

조립 방법은 간단하다. 고무링을 양 끝에 끼우는 게 가장 중요한 작업이고, 나머지는 푼 대로 다시 잠그면 된다.

아래는 완성한 모습이다. 뭐 늠름하게 잘 됐다.

샤워기 수리 완료 사진

얼레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호스가 더 길어졌다. 2미터가 그리 짧은 게 아니구나 싶었다.

나는 물을 머리에 맞는 게 좋다. 그런데 우리집 샤워기는 짧아서 물이 어깨로 떨어졌더랬다. 이 길이면 좀더 높이 달 수 있겠는데? 그래서 한 번 더 높이 달아 봤다. 이미 뚫려 있던 구멍을 이용했다.

샤워헤드를 더 높이 단 모습

그래서, 성공! 물을 머리에 맞을 수 있게 됐다.

구멍이 없으면 드릴로 뚫고 앙카를 박아라


화장실 벽에 미리 구멍이 나 있지 않은 사람들은 드릴을 이용해서 구멍을 내고, 앙카를 박아야 한다. 나는 대체 앙카를 어떻게 박으라는 건지 늘 궁금했었는데, 드릴로 뚫고 박아야 하는 거였다.

참, 화장실에 앙카를 박을 때는 수도관을 건드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수도꼭지가 있는 가로세로 라인을 피하면 된다.

이상 짧은 집수리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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