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3/02 02:18:14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3.1절 기념으로 국뽕이나 한사발 마셔봅시다
전 '민족주의' 타이틀이 붙은 건 다 싫어하는 심술쟁이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작정하고 흐콰해볼게요.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음슴으로 음슴체로 가겠음.


1.

애들 등하교 시킬 때면 다양한 학부모를 만남. 여기가 대학도시라 그런지 인종이 각양각색임. 그 중에 히쟙 같은 걸 쓰고 있는 예맨 출신 아줌마가 우리 딸들을 디게 이뻐함. 그러다가 어느날 조심스럽게 내게 '어느나라에서 왔니'라고 물어봄.

나: 한국에서 왔징
아줌마: 어머 정말? 어쩐지 니가 하는 말들이 다 듣기 좋더라(euphonic).
나: ???
아줌마: 그래서 중국인은 아닐거라고 생각했어.
나: ?????
아줌마: 내가 사실 [쪙구마] 진짜 좋아하거든.
나: [쪙구마]가 뭐지....어? 그거 혹시 [장금아~] 아냐?
아줌마: 맞아! [쪙구마!] 야, 미안한데 한국말로 [쪙구마~]좀 해줄 수 있니?
나: (목소리를 깔고 성우톤으로) [장.금.아♡]
아줌마: 꺄!



2.

동네에 불란서인이 운영하는 빵집이 있음. 그래서 알바생들도 보면 불란서계통이 많음. 악센트로 보건대 불란서에서 온 듯한 흑누나 한 분이 자주 카운터를 보는데 내가 빵을 계산하려고하니 어디서 왔냐고 물음.

나: 한국에서 왔징
누나: 어머 정말? [나 항쿵말 할 줄 아라요]
나: ???
누나: [빅뱅 짱. GD 짱짱. 너무 져아요]
나: ;;;;
누나: [만나서 방가워요. 나중에 GD얘기 해져요]
나: [네;;;]


3.

동네에 막스&스펜서 라는 슈퍼마켓이 있음. 거기서 장보고 계산대에 줄서있는데 아시안 캐시어 한 분이 대뜸

캐시어: (완벽한 한국어) [어머 아이들이 참 이뻐요. 쌍둥인가요?]
나: [아 네. 하..한국분이셔요?]
캐시어: [아뇨. 저 말레이에서 왔어요.]
나:!?
캐시어:[한국어는 드라마보면서 배웠구요 ㅎㅎ]
나:(드라마만 보고 네이티브가 된거야!?!?)
캐시어:[좋은 하루 되세요~]


4.

어저께 지도교수(네덜란드인) 튜토리얼이 있었는데 중간에 내게 조심스럽게 물어옴

교수: 야, 그 뭐냐, 케이팝 보이밴드 중에 엑..그 뭐시기 있잖아
나: 엑소?
교수: 맞아 엑소! 걔들 좀 유명하니?
나: 열라 유명하지. 아시아권 틴에이져는 대부분 알걸?
교수: 그렇구나. 내 아들 방에 걔들 포스터가 붙었어.
나: !?
교수: 한국말 배우겠대. 한국이 짱이래.
나: ㅋㅋㅋㅋ
교수: 어쩌면 한국인 사위를 들이게 될지도 모르겠군 (아들이 게이)
나: 쩐다 ㅋ
교수: 그 때 되면 한국말 좀 가르쳐줘 ㅋㅋㅋ
나: ㅇㅇ



고백하건대 글쓴이는 한 때 한류 확산을 위해 정부에서 푸닥거리하고 밀어주는 걸 좀... 야트막한 술수? 여튼 별로라고 생각했었음.

그런데 지금 보니 한류로 인해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마어마하게 광고가 됐음. 중국인이나 일본인한테는 물어볼 필요조차 없는 수준이고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예맨인들 가운데서도 자생적인 팬층이 있는 수준. '한국 방문의 해' 같은 티비광고를 얼마나 쏟아부어야 이정도 수준의 광고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음.

어쨌든, 한류가 없었더라면 내 유학생활은 이래저래 훨씬 힘들었을 게 분명함.

한류 짱짱.
사랑해요 빅뱅, 엑소 옵빠들.



5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753 사회내가 바라보는 동성애 11 Liebe 17/02/03 5772 5
    4764 영화컨택트 단평(스포일러). 14 구밀복검 17/02/04 5486 5
    4891 음악악뮤 한시간 10 Toby 17/02/16 4219 5
    4899 꿀팁/강좌[사진]초점거리와 화각에 대해 알아봅시다. 13 사슴도치 17/02/17 10407 5
    5045 일상/생각3.1절 기념으로 국뽕이나 한사발 마셔봅시다 18 기아트윈스 17/03/02 4725 5
    4924 요리/음식초딩인 동네 꼬마가 된장국을 끓여줘서 먹었어요. 15 진준 17/02/18 6306 5
    4934 역사전국시대 세 자매 이야기 (2) 8 눈시 17/02/19 6882 5
    4941 일상/생각키스하는 꿈 (오글주의) 24 알료사 17/02/20 5337 5
    4953 꿀팁/강좌[사진]노출(exposure)에 대해 조금 더 살펴봅시다(노출보정과 측광). 41 사슴도치 17/02/21 10084 5
    4968 창작오늘이 아닌 날의 이야기 (5) 8 새벽3시 17/02/23 4050 5
    4976 IT/컴퓨터컴알못의 조립컴퓨터 견적 연대기 (3) 그래픽카드 편 4 이슬먹고살죠 17/02/23 6804 5
    4995 일상/생각꼬마마녀 도레미 7 HD Lee 17/02/24 7465 5
    5037 도서/문학자유주의의 소멸에 대한 불쾌한 우화 - 미셸 우엘벡 <복종> 12 와인하우스 17/03/01 6903 5
    5022 일상/생각결혼이야기 3 4 기쁨평안 17/02/27 4704 5
    6322 오프모임겁나 촉박하고 뜸금없는 의정부 번개~~ 39 tannenbaum 17/09/22 5295 5
    5152 꿀팁/강좌유해 조수의 포획 방법 #1 4 빠른포기 17/03/12 6407 5
    5132 역사전국시대 세 자매 이야기 (완) 2 눈시 17/03/10 7028 5
    5160 요리/음식이런 날은 삼겹살 13 녹풍 17/03/12 5485 5
    5174 일상/생각새벽에…… 여전히 말 없는 그녀. 6 Elon 17/03/14 4366 5
    5204 게임레고랜드 아니고 레고월드 (LEGO Worlds) 후기 (데이터주의) 4 R2D2 17/03/16 9375 5
    5206 음악'남몰래 흘리는 눈물'로부터 출발한 잡다한 생각 3 Vinnydaddy 17/03/17 5207 5
    5224 기타웹툰 영업 좀 하겠습니다. - 파리대왕 9 Darwin4078 17/03/18 9349 5
    5241 일상/생각이국(異國)의 소녀들 12 열대어 17/03/20 4691 5
    7437 기타제목 "구기자 비닐하우스 속 빗소리" 9 핑크볼 18/04/24 5428 5
    6318 오프모임번개. 퇴근 후 문래동. 아재아재. 20 한달살이 17/09/22 5749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