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3/12 23:18:06
Name   *alchemist*
Subject   지금까지 써본 카메라 이야기(#01) - CLE
[#0. 들어가기에 앞서]
    안녕하세요 *alchemist*입니다. 사슴도치님께서 작성하신 일련의 사진글에서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지금까지 써온 카메라와 렌즈들을 정리해볼까?’란 생각이 문득 들어 시작하게 된 (뻘)글입니다. 음… 홍차클러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거나 의미 있는 글은 아니지만 일단 제 자신이 스스로 ‘사진 관련된 것들에 대해 한 번 정리를 해볼까’ 싶어서 쓰는 글이고, 이단 ‘언제부터 인생에서 도움되고 실용적인 것만 하고 살았다고 유희로 쓰는 글이 허물이 되겠냐’ 싶어서 적습니다. ^^; 뻔뻔하네요 ㅋㅋㅋ; 뭐 그래도 이런저런 이야기 적다보면 사진이나 카메라 등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편린들이 드러날테고 그걸 가지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해봅니다. 이런 저런 리플들 다 환영합니다. 시작합니다!



[#1. 소개 및 스펙]
  처음 소개드릴 카메라는 이제는 OA 회사로 거듭난(…) 미놀타(Minolta)社에서 만든 CLE입니다. 현재 제가 보유하고 있는 카메라 중 최고참인 아이입니다. 당시 미놀타에서 나온 붙박이렌즈 RF인 HiMatic 7s-II와 L마운트를 채용한 Voigtlander Bessa-R을 사용 중이었는데 ‘라이카 M렌즈를 써보고 싶다’ 그리고 ‘A모드가 되는 RF를 써보고 싶다’는 이유에 RF의 정점인 Leica社의 M7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못 들이고 그나마 접근 가능한 카메라 중 합리적인 가격이었던 CLE를 들이게 되었습니다.(다만, 그 때 라이카 안들인건 아직도 가끔 후회가 됩니다. 가격이 너무 올랐어요.. ㅠㅠ) 일단 사진부터 보여드립니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그냥 퍼왔습니다. ㅋㅋㅋ;



  CLE는 이렇게 생긴 카메라입니다. 라이카 M마운트 렌즈들은 다 호환이 되고, RF 카메라입니다. 당시 저는 스냅, 풍경사진에 빠져있던 터라, 셔터 소리가 시끄러운 편인 SLR보다는 덩치가 작아서 남의 이목을 덜 끌고, 셔터 소리가 조용한 편인 RF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스냅 목적에 RF 카메라보다 더 좋은 건 무음 핸드폰 카메라 아니면 하이엔드 P&S 밖엔 없을 것 같네요.

  아무튼 M 특유의 비율과는 좀 차이가 있어서 M만큼은 아니만 CLE 또한 충분히 예쁘게 생긴 바디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 관련된 원칙 중에 하나가 ‘예쁜 카메라와 렌즈를 들이자’인지라 ^^; 일단 예쁘지 않으면 절대 구매 하지 않습니다.. ㅎㅎ; 예뻐야 제 눈에 띄어서 자주 들고 나가게 되거든요.

  그렇다고 CLE가 예쁘기만 한 그런 바디는 아닙니다. 예쁘게 생긴 것 못지않게 성능도 뛰어난 편입니다. CLE는 RF 카메라에 중요한 요소인 파인더가 밝고 시원한 편입니다. 기선장(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오른쪽 큰 창과 제일 왼쪽 작은 창 사이의 거리)이 짧은 편이라 초점의 정확성도 M3보다는 덜하지만 바디 크기 대비로는 꽤 정밀하게 맞출 수 있는 편입니다. 또한 셀프 타이머를 냉장하고 있어 타이머가 필요한 촬영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잇습니다.



  렌즈를 뺀 모습을 보겠습니다. 셔터가 특이하게 생겼죠? 천으로 된 셔터인데 저 흰색점과 검은색 바탕을 다 섞는다면 노출 관련 이야기를 할 때 항상 나오는 18% gray 컬러가  된다고 합니다. 정확한 측광을 위한 미놀타 나름의 복안이었지요. 저 셔터를 통해 반사된 빛이 셔터 아래쪽에 있는 노출계에 들어가게 되어 측광을 하게 되는 시스템입니다.(현재 사진에서는 노출계가 안 보이네요) 셔터는 실제로 보면 달마시안 같이 생긴 게 참 특이합니다.

  다만 셔터가 천으로 되어 있어 실수로 렌즈를 태양쪽으로 향하게 하면 셔터가 타버려서 셔터막을 통째로 갈아야 하는 슬픈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꽤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천으로 되어 있는 셔터 덕에 정숙성이 유지되어 참 좋습니다. 써봤던 카메라 중에서는 Bessa-R이 금속 포컬플레인 셔터를 채용하고 있어서 RF 치고는 꽤 시끄러운 셔터 소리가 나는 편입니다..

  셔터 스피드가 다소 아쉬울 때는 있지만(1/1000이 최고입니다) RF 니까 그러려니 하고 쓰고 있습니다. 정 셔터스피드를 못 맞추겠으면 용도에 맞게 ISO 100짜리 필름을 사용하면 되니 큰 문제도 아닙니다.



  이제 윗판을 볼까요? 윗 부분을 보면 셔터 스피드 다이얼이 보입니다. 아울러 ‘A’라는 글자도 보이지요. 아마추어들만 쓴다는 A모드가 가능한 RF입니다. 언급했지만 구매 당시 A모드 가능한 게 M7밖에 없는데 M7은 비싸서 안 샀는데… 그냥 살걸 그랬어요.. 그랬으면 렌즈들 가격 엄청 올라서 시세 차익 좀 봤을텐데… 맘이 아프네요.

  셔터는 셔터 스피드 다이얼 사이에 있는 은색의 동그라미입니다. 셔터가 나름 전기 감응식(?)이라서 스마트폰 터치화면처럼 사람손가락을 올려야 측광이 시작됩니다. 손가락을 떼면 측광이 안되요! 그리고 셔터 스피드 다이얼을 통해 A모드일 때 노출 보정도 할 수 있습니다.(-2, -1이 노출 보정 관련된 숫자입니다) 셔터 스피드 다이얼에 ‘A’라고 적혀 있는 부분을 ‘–‘ 이 표시옆에 두면 A 모드 적용입니다. 셔터 스피드 다이얼 오른 쪽위에 은색 버튼을 누르면 노출보정 또는 셔터 스피드를 직접 선택해서 매뉴얼 모드로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필름 카운터와 필름 감는 레버도 보이시지요? 필름 카메라는 역시 몇 장 찍었는지 세어가며 필름 감아가며 쓰는 맛이 제맛인 듯 합니다.

  CLE라는 레터링은 음각으로 새겨져 있어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렌즈를 보시면 옛날 렌즈답게 심도보기가 친절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요새 나오는 렌즈들은 저게 없는데.. 사실 과초점 맞추고 스냅 찍을 때 가끔 필요한 편인데 없어서 좀 아쉬운 때가 있습니다. 렌즈의 미적인 면에서도 뭔가 좀 썰렁하고 떨어지는 것 같구요. 사실 가끔은 AF 맞추기 귀찮으면 조리개 조이고 과초점 맞게 하고 인더만 보면서 스냅 막샷을 날리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 방법 중 하나입니다.  



  밑 판 사진입니다. LENS MADE IN GERMANY라고 적혀 있는 렌즈는 CLE의 원래 짝인 M-Rokkor가 아니라 라이츠 CL에 달려있던 Summicron-C 입니다. 하지만 M-Rokkor도 Summicron-C의 라이카 설계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당시의) Summicron에 버금가는 좋은 화질을 보여줍니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 Summicron-C가 궁금하긴 합니다만 M-Rokkor랑 차이가 없을 것 같아 그냥 궁금해만 하고 있습니다. 써보지를 않아서 정확한건 아닙니다만.. ㅎㅎ ^^;

  아래판은 간단합니다. 필름 감는 레버랑 배터리 넣는 곳이 보이네요. 다 찍은 필름을 감을 수 있게 해주는 버튼도요.. ㅎㅎ 저 버튼 누르지 않고 필름 감아버리면 카메라 망가집니다. 혹시라도 필름 카메라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저런 버튼이 있는 카메라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2. 렌즈 및 작례]

  렌즈가 교환되는 카메라는 사실 교체할 수 있는 렌즈들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의 정체성을 결정해주는 편입니다. 사실 필름 카메라 시절에 좀 심하게 말한다면 카메라 바디는 빛을 담아둘 수 있는 암흑상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셔터 스피드나 신뢰성 등은 암흑상자로서의 역할을 편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지, 사진에는 영향을 미치는 것은 크게 없었으니까요.(셔속이 느려도 사진은 직을 수 있습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CLE와 세트를 이루어 사용했던 렌즈들과 그 렌즈들의 작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M-Rokkor 40/2 & Rollei HFT Sonnar 40/2.8(sold out)

  CLE의 원래 짝 중 하나인 M-Rokkor 40/2 렌즈입니다. Summicron과 동일하게 조리개 2에 애매하기 그지없는 40mm라는 화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35mm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두 눈으로 한번에(=렉이나 버퍼링 없이) 인식할 수 있는 화각으로 규정하고(참고로 28mm는 두 눈으로 보면서 살짝 신경을 쓰면 전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화각으로 규정합니다) 50mm는 한 눈으로 봤을 때 한번에 인식할 수 있는 화각으로 규정합니다. 그래서 사이에 낀 40mm는 진짜 애매하기 그지 없는 화각이라고 평가되는데, 저는 이 애매하기 짝이 없는 화각을 활용해서 오히려 애매하게 넓은 화면을 잡아냅니다. 35mm와 50mm사이 애매하기 그지 없는 화면을 잡아내는 데 많이 썼는데요. 이 렌즈에 익숙해져 있을 때는 35mm도 화각이 넓어서 화면 정리가 안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50mm는 답답하구요 ^^;

  그리고 M-Rokkor는 농담 같지만… ‘적절함’이 장점인 렌즈입니다. 당시 같이 사용한 적이 있는 Rollei HFT Sonnar 40/2가 같은 화각에 같은 조리개라 출시 당시 많이 비교가 되었는데요. 어떤 면이 적절하다는 건지 작례를 실제로 보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Minolta CLE + Rollei HFT Sonnar 40/2.8 + Kodak E100VS]



[Minolta CLE + M-Rokkor 40/2 + Kodak E100VS]

    필름 사진은 색감, 입자감, 선예도 등이 필름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같은 필름으로 찍은 작례가 없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같은 필름으로 찍은 사진이 있어 비교하기 조금 편해졌습니다. 촬영한 필름은 E100VS로 코닥에서 제작한 포지티브(=슬라이드) 필름입니다. 예전부터 진한 발색과 컨트라스트로 풍경사진에는 최적인 필름으로 명성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발색이 진하다 보니 인물 사진을 찍으면 뻘겋고 누렇게 나오는 걸로 악명(?)이 자자하기도 합니다 ^^;

    아무튼 딱 보면 일단 선예도 차이가 꽤 나는 편입니다. 물론 Rollei가 더 최근에 나온 렌즈고 시쳇말로 ‘조나’ 좋다는 ‘Sonnar’ 렌즈의 특성상 선예도가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컨트라스트가 진하게 나오는 편이라 인상을 강해게 한번에 딱 주는 편이지요. 그리고 다른 Sonnar렌즈와는 다르게 Rollei Sonnar 렌즈는 색을 다소 어둡게 표현하는 편입니다. 처음엔 탁하다는 소리도 나올만큼 같은 환경에서 발색이 어두운 편인데요. 때문에 펜스에 있는 평범한 꽃사진인데 렌즈 특성 때문인지 뭔가 알 수 없는 ^^; 강렬한 느낌이 드는 사진이 찍혀 있더라구요. 이에 반해 M-Rokkor는 같은 필름인데도 칼 같은 선예도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색도 Rollei에 비해서는 다소 발색이 부족하게 느껴지지요.

  그래서 ‘처음’ 사진을 볼 때는 Rollei가 당연히 좋아보입니다. 눈에 확 띄거든요. 하지만 ‘어떤 사진이 더 마음에 드냐?’라고 물어보았을때는 M-Rokkor로 찍은 사진이 훨씬 마음에 드는 게 많았습니다. 컨트라스트도 발색도 Rollei 대비해서는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M-Rokkor는 계속해서 들여다보게 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굉장히 신기한 경험입니다. 처음엔 뭔가 색도 특징도 흐린 것 같아서 시시해 보이는데 결국에 계속해서 ‘좋다’라고 생각하며 계속 찾게 되고, 보게 되고, 감상하게 건 M-Rokkor로 찍은 사진들이었습니다. [부족해 보이지만 계속 찾게 되고 보게 되는 적절한 매력]이 M-Rokkor의 최고 장점이라 생각되네요. Rollei HFT가 분명 좋은 렌즈이긴 하지만 같은 화각에 조리개도 비슷하고 해서 팔아버렸습니다만… 요새는 다른 특징도 가끔 끌리기에 팔지 말걸 싶기도 하네요. M-Rokkor가 디지털에 이종교배를 하니 색감은 비슷합니다만 살짝 해상도가 딸리는 느낌이라 좀 더 그런것도 있구요.

  네거티브 필름과 흑백 필름으로 찍은 사진들도 작례 올리겠습니다. 비교하시면서 감상하세요.



[Minolta CLE + Rollei HFT Sonnar 40/2.8 + Kodak Portra 160 VC]
  펜스 아래 붉은 녹슨 부분이 색깔이 인상적인 사진입니다. 원래는 실제 환경은 저정도는 아닌데… 저렇게 과장(?)된 수준까지 뽑아내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Minolta CLE + M-Rokkor 40/2 + Lucky 200]
  Lucky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네거티브 필름입니다. 후지가 생산량을 줄이고 코닥이 망했음에도 중국에서는 필름을 만들어줘서 음? 어떤걸까? 하고 써봤는데 생각보다는 색이 잘 나오는 편입니다. 물론 그래도 전 코닥 빠이기는 합니다만.. ㅋㅋ 아무튼 해당 사진은 M-Rokkor가 ‘적절하다’는 게 어떤건지 보여주는 적절한 작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ㅋㅋㅋ.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적인 느낌!



[Minolta CLE + Rollei HFT Sonnar 40/2.8 + Kodak Portra 160 VC]
    아까 위에 찍은 사진을 좀더 멀리서 잡은 사진인데요. 역시 펜스 아래 붉은 색이 인상적이지요. 참 그리고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씌운듯한 묵직한 색감이 Rollie HFT Sonnar의 특징입니다. 짙은 색은 제가 엄청 좋아하는 스타일이는 하지요!



[Minolta CLE + M-Rokkor 40/2 + Fuji Provia 100F]
  동네를 돌아다니다 발견한 강아지입니다. 표정이 뭔가 대견하고 어른스러워보여 찍었습니다. Provia는 Fuji에서 내어놓은 범용 슬라이드 필름입니다. 인물도 잘 뽑아주는 편이고 풍경도 그럭저럭 잘 나옵니다. 발색은 후지답게 적절하게 화려한 편인데 이번 사진은 좀 차분하게 나왔네요. 이 사진 또한 M-Rokkor의 적절함을 보여주는 적절한 예가 되겠네요.



[Minolta CLE + Rollei HFT Sonnar 40/2.8 + Ilford Delta 100]
  Ilford라는 영국회사에서 내놓은 Delta라는 필름입니다. Ilford의 필름 중 Delta는 Kodak의 T-MAX, HP5+는 Kodak의 TX와 비슷한 성향을 보입니다. Delta, T-MAX는 아주 고운 입자에 부드러운 느낌과 색감이라면 TX, HP5+는 굵은 입자에 거친 느낌과 색감을 주는 필름입니다. Rollei가 흑백에서는 짙게 표현해주는 본연의 특성이 좀 적게 나타나는 편인듯 합니다. 다만 굉장히 선명하다는 인상은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inolta CLE + M-Rokkor 40/2 + Kodak T-Max 100]
  흑백은 M-Rokkor가 Rollei 대비 더 인상이 강하게 나오는 거 같네요. ㅎㅎ 물론 이 사진 자체가 워낙 빛도 잘 받고 잘 나온 거긴 합니다만… 필름 입자가 눈에 안 띄니 디지털 느낌도 살짜쿵 나구요. 사실 흑백 필름 많이 쓰시던 분들은 디지털 흑백은 아무래도 적응이 안된다고 하시는데 이 사진 보다 보니,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래도 나오는 게 좀 다른거 같아요. 뭐가 다르냐고 물어보신다면 대답하긴 어렵습니다(패스!! ㅋㅋ) 대략 생각을 해보면 같은 가시광선 주파수라도 흑백 필름에서 감응하는 거랑 디지털 센서에서 감응하는 게 좀 다르지 않을까… 싶으네요.



  참, 그리고 Rollei HFT는 이렇게 생긴 렌즈입니다. 이젠 구하기 힘든 희귀한 렌즈더라구요… 지금 팔면 돈 엄청 될텐데 왜 그때 팔아가지고는… ㅋㅋㅋ; 지금은 없어서 못 구하고 e-Bay에서는 심지어 거의 1,000불에 판매하고 있더라구요. 다시 구해 볼까 하다가 1,000불 써가면서까지 쓰고 싶지는 않아서 깔끔하게 접긴 했습니다만, 가끔은 생각나네요. 혹시라도 싼 가격에 나온 게 보이면 구해봐야겠습니다.




2) Color-Skopar 21/4
  일본의 Cosina社는 사진 덕후, 카메라 덕후들의 회사입니다. 여러 회사들에 OEM으로 렌즈를 발표하다 사장이 어느 순간 자기네들도 카메라와 렌즈를 만들겠다며 예전 독일에서 만들었다 사라진 Voigtlander의 상표권을 사들여 야심차게 ‘Voigtlander’를 부활시킵니다. 초창기 부활 때는 말도 안되는 가성비로 좋은 렌즈들을 많이 뽑아줬는데요.(요새는 성능 좋은 렌즈들을 뽑으면서 가격도 무지 올랐습니다.. 에휴.. ㅠㅠ) 그 중 초광각영역에서 유명한 게 Color-Skopar L(Screw) Mount 21/4 렌즈입니다.

  28mm 화각보다 더 넓은 초광각의 세계는 화각이 1mm만 넓어져도 가격이 훌쩍 뜁니다. 그런 세계에서 (당시) 중고가 30만원대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지요. 거기다 외장 파인더 포함!! 저 외장 파인더가 실제로 세상을 보는 것보다 더 넓고 더 환하게 만들어줍니다. 사실 렌즈보단 저 파인더가 사기입니다. ㅋㅋㅋ 그리고 렌즈 화질도 절대 나쁜 축도 아니고!! 꽤 정말 괜찮습니다. 15mm 화각에 Super-wide Heliar 같은 다른 렌즈들이 있었지만 21mm도 사실 충분히 넓은 화각이기에 더 이상은 욕심내지 않고 쓰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렌즈가 작고 초광각이라 디지털 바디에 이종교배를 하게 되면 좌측엔 마젠타, 우측엔 그린 캐스트가 끼여서 이도저도 보정을 하기 너무 힘들어집니다 -_-; 캐스트가 하나만 생겨야 하는데 다른 색으로 두 개 끼니 흑백 전환 외에는 답이 없더군요… 광량 저하야 그러려니 하더라도 이건 좀 힘들었습니다 ㅠㅠ 그리고 확실히 2,000만 화소는 버텨내기 힘들어하는 게 보이구요.. 그래도 이 가격에 이만한 화질을 내주는게 어딘가 싶기도 하고 가끔은 로모처럼 비네팅 심하게 일어나면 나름 뭐 있어보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작례 보실께요!



[Minolta CLE + Color-Skopar 21/4 + Kodak E100G]
  Kodak에서 만든 E100G라는 범용 슬라이드 필름입니다. Fuji Provia처럼 색이 부드러운 편이라 인물에 좀 더 적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풍경도 나쁘지 않게 뽑아줍니다. 사진 찍던 날이 태풍이 오고 난 다음 날이라 광량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변부에 광량저하가 일부 보이지만, 화질 자체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뽑아내는게 보이실 겁니다. 덤으로 광각인 덕에 거칠어져 있는 바다를 좀 더 많이 담아낼 수 있었구요.



[Minolta CLE + Color-Skopar 21/4 + Kodak Portra 160 VC]
  Kodak에서 인물용으로 내놓은 네거티브 필름 Portra 입니다. 현재는 Portra 라는 이름으로만 나오는데 처음 출시 되었을 때는 풍경에도 사용할 수 있는 Vivid Color의 VC와 자연스런 그리고 뽀얀 톤의 인물을 찍을 수 있는 Natural Color의 NC로 나뉘어 출시되었습니다. 저는 스냅 위주로 사진을 찍어서 VC를 많이 썼는데 동네에서 좀 차를 타고 가면 있는 항구를 돌아다니다 건진 샷입니다. 아쉬운 점은 자전거가 딱 프레임 중간에 왔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건데요. 그 때 준비가 늦었던 점이 아직도 내심 아쉽습니다. 물론 꽤 잘 찍은 사진으로 스스로 자평은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Minolta CLE + Color-Skopar 21/4 +Ilford HP5+ 400]
  Ilford라는 영국회사에서 내놓은 HP5+라는 필름입니다. Ilford의 필름 중 Delta는 Kodak의 T-MAX, HP5+는 Kodak의 TX와 비슷한 성향을 보입니다. Delta, T-MAX는 아주 고운 입자에 부드러운 느낌과 색감이라면 TX, HP5+는 굵은 입자에 거친 느낌과 색감을 주는 필름입니다. 앞서 보신 T-MAX 대비 살짝 거친 느낌이 느껴지시나요? 촬영하러 갔던 날이 양양 낙산사가 불타고 복구를 한 첫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비가 왔었는데 피해를 입지 않은 해수관음상과 사람들을 같이 촬영해보았습니다.

다음 렌즈 갑니다!!


3) Jupiter-3 50/1.5



  Jupiter-3는 Leica Screw Mount를 채용하고 있는 렌즈입니다. 그래서 어댑터를 구해야 CLE에서 쓸 수 있지요. Jupiter-3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하겠습니다. 처음 독일에서 Leica 카메라가 만들어지고 나서 제2차 세계대전중에 카메라와 렌즈를 만들기 위해 이곳저곳에 공장이 생기게 됩니다(당시 카메라 렌즈 등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군수물자였습니다) 종전 후 러시아에 있던 공장에서 처음에는 보유하고 있던 Leica 부품으로 카메라를 만들어 내다가, 그 부품들을 카피해서 렌즈와 카메라를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Jupiter 렌즈입니다. 렌즈 이름에 러시아어 간지.. ㅋㅋ. 보이시지요? 이외에도 Industar니 Zorki니 많은 카메라와 렌즈가 있습니다… ^^;

  Jupiter-3는 무단 조리개를 채택하고 있어 신경을 쓰지 않으면 조리개가 막 넘어갑니다. 다른 렌즈처럼 걸리는 게없어서 항상 주의를 기울여 촬영을 해야 하지요. 그리고 작은 렌즈 주제에 조리개가 1.5나 되어서 뒷 배경 날리거나 회오리 보케!!를 쓰고 싶을 때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카피 렌즈 주제에 화질이 좋습니다. 물론 라이카의 그 전설 같은 공기조차 잡아낸다는(어떻게 보면 황금귀 같은 -_-;)이야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사실 가격 대비 성능으로는 주피터가 훨씬 낫습니다. 라이카 렌즈들은 죄다 비싸거든요.. 다만 제가집에 있는 건 초점링 윤활유가 다 굳어서 수리해야 하는데… 수리비가 더 나올 것 같아 그냥 묵혀두고 있는 중입니다. 여차하면 이베이를 통해 다시 살까도 싶습니다.(최초 구매 시 큰 맘 먹고 산 가격, 무려!! 10만원 정도? 였습니다.. 으흐흐)



[Minolta CLE + Jupiter-3 50/1.5 + Kodak E100VS]

  출사 나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다리 위에서 우연히 사람들이 은어 낚시하는 것을 보곤 다리 위에서 자리잡고 찍은 컷입니다. 러시아 렌즈라고 믿기 힘든 화질 아닙니까? ㅋㅋ 물론 역광이라 빛을 확실하게 잡아내지는 못하고 다소 번지는 경향은 보입니다만 이런 역광에서 버텨 내는 건 당시에는 Leica 렌즈나 Zeiss의 T* 코팅을 갖춘 아이들이 아니고는 불가능 했습니다. 이정도면.. 꽤 괜찮지 않나요? ㅎㅎ;;



[Minolta CLE + Jupiter-3 50/1.5 + Kodak E100VS]
    러시아 렌즈라고 믿기 힘든 화질 아닙니까? ㅋㅋ(2) 낮에 역광이 아니면 이정도 화질은 보여주더라구요.

  다른 작례는 다른 카메라로 촬영한거라 (사실 필름 카메라 색감은 렌즈와 필름이 만드는 거라 의미는 없지만) 다음 카메라 때 풀 썰이 적어지는 관계로 ^^;  다음번에 하겠습니다.


[#3. 마무리]
  말을 해놨던것에 비해 생각했던 것보다는 글 쓰는 게 오래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스펙이랑 이런거 저런 거 다 적어놓고 RF에 대해 설명도 하고 바디 이야기도 좀 더 길게 적고 뭐 이러고 싶었는데… 제가 처음에 글을 쓴 목적을 생각하니, ‘사용기’가 아니라 그냥 썰을 풀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데.. 그렇게까지 하게 되면 제 목적과도 맞지 않고 글을 쓰는 제 자신에게도 부담이 되기도 해서 이야기를 줄였습니다. 즐겁게 써야지 취미인 글이지 안 그러면 제가 작가를 하지 왜 회사를 다니겠습니... ㅠㅠ;

  그리고 형식을 나름 갖추겠다고 하기는 했는데… 철저한 계획하에 한 게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한거라 다음 글을 쓰게 되면 형식이 바뀔지도 모르는 노릇입니다 ^^; 후훗. 그래도 크게 다른 틀은 뭐 나올 게 없을 겁니다.. 아마.. ㅋㅋㅋ;

  그나저나, 오랜만에 예전 사진 뒤져보니 넘나 좋습니다. 최근에 필름 사진을 정말 안 찍었구나 싶기도 하고, 그만큼 사진에 대해 좀 덜 진중해졌구나 싶기도 하고(항상 진지하면 병이긴 합니다만 ^^;) 놀고 싶다!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필름 넣고 배터리 새로 채워서 CLE로 한바탕 찍고 왔는데요. 오랫만에 썼는데도 고질적인 문제인 셔터스피드 튀는 걸 제외하면(이건 셔터 다이얼 돌리다 보면 언젠간 해결되기는 합니다) 아직 쌩쌩하더라구요. 오랫만에 CLE의 셔터 소리를 들으니 좋았습니다. 다만 오랫만에 써서 그런가 무한대 초점이 안 맞아서... 초점 맞추러 한 번 보내야 하긴 할 것 같습니다. 끙. 눈이 어질어질해서 초점 맞추기 굉장히 불편하더라구요. 앞으로 쓰게 되면 이러고 쓸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반 롤 정도 찍었는데 날씨 좋을 때 사람들과 나가서 얼른 나머지 반 롤 채우고 현상해봐야겠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놀러 다니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요. 유훗!

  참, 그리고 다음 글의 주인공은 [Konica-Minolta Dynax 7D] 입니다. 많은 기대 해주세요 :)



8
  • 만렙이다!! 만렙이 나타났다!!!!
  • 재밌게 읽었습니다!
  • 오오오.........
  • 이렇게 저는 카메라를 꺼내들지 못하게 됩니다ㅠ
  • 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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