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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3/22 11:02:46 |
Name | 사슴도치 |
Subject | 포토그래프 노스텔지아 |
[ 2012. 05. 27. ] 여유가 사라진 마음때문인지 가방안에 카메라를 넣고 다닌지가 한참 되었다. 사진을 잘 찍는 건 아니지만 사진 찍는건 참 좋아하는데. 그 어떤 것도 피사할 감수성도 생각도 의도도 의지도 욕심도 없어서 단지 휴대전화 단말기의 렌즈만이 기억의 보조장치로 활용할 뿐이었다. 비가 그치고 쨍해진 하늘을 보면 혼자 노트랑 카메라를 들고 나가던 때도 있었는데 가방에 들어있는 부존재하는 노트는 학생이라는 의무의 해태요, 부존재하는 카메라는 20대의 감성의무의 해태이다. 루틴에 따라 습관적으로 내려가는 전철역의 길에 한무리의 앳된 학생들이 있다. 4월의 벚꽃이 피기 전처럼 새내기 특유의 활기로 그들이 나에게 부탁한 건 한장의 폴라로이드 사진. 오랜만에 느껴지는 인스탁스 특유의 플라스틱 질감이 너무나도 이질적인 건 단지 너무 오랜만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사진 한장만 찍어주세요!"라는 새파란 부탁에 인스탁스를 받아들었다. "어떻게 찍는지 혹시 아세요?" 모를리가 있나. 한때 질리도록 찍었던 폴라로이드다. 정작 내사진은 단 한장도 없지만. 뷰파인더로 조준된 그들의 모습은 시간과 공간과 함께 감광지에 박제된다. 십년이 채 못되는 간격이 존재하는 12학번(대학원)이 12학번(학부)을 찍는 광경. 감사하다며 말하고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하며 빙 둘러서 감광시간을 기다리는 그들의 하얀 모습이 갑자기 꽤나 부럽게 느껴졌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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