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리뷰를 읽고 아차!했어요. ( http://blog.daum.net/beijingslowwalk/16155156 )
숙희가 전신이 마비된, 극도로 금욕적인 윤교수를 섹스떼라피를 통해 치유한 건(이게 의학적으로 말이 되는지는 차치하고) 그 파격성이야 어떻든 병을 고쳐주고 싶은 엄마같은 마음을 내포한 거잖아요. 그런데 윤교수가 완전히 회복을 되찾고 나서 숙희를 미친듯이 찾아 나서요. 그리곤 분노하며 겁탈해요. 왜 그랬냐고 절규하면서요. 전 좀전까지만 해도 그런 윤교수의 행동이 너무 폭력적이어서 싫었거든요.
그런데 양진석의 영화리뷰를 읽고 기억을 되살려보니 윤교수의 몸 위에 올라 타 정사를 시작하며 그의 신경을 일깨워주겠노라 무모하게 시도한 숙희의 행위는, 성에 대해 결벽증적으로 윤리적인 가치를 고수하는 윤교수에게는 치유가 아니고 겁탈이었던 거예요. 당시 눈을 부릅뜨고 그 속수무책인 상황을 벗어나려고 하지만 전신이 마비되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거든요.
이걸 남녀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닌데 아니 뭐 그렇다고 지난날엔 교수로서 여대생의 유혹을 단칼에 잘라내던, 날카롭고 고고하던 정신의 사나이가 지저분한 게임을 즐기는 캐릭터로 돌연 변신해 버린 건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아니 이거 좀 친숙한 그림이기는 하네요. 성폭력의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이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지 않게 되기도 하는..그치만 그런 성폭력은 누군가가 간호를 목적으로 접근한 게 아니라 글자그대로 성폭력이잖아요.)
사실 극도의 금욕주의는 보편적 욕망을 찍어누르며 압박하는 만큼 오히려 폭력의 양분이 될 수도 있음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닌데 그 교수의 평소행실은 부부간의 그로테스크한 섹스리스 라이프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정상이었어요. 여대생이 교수에게 육탄으로 공격해 오는 걸 면박주는 게 무슨 대단한 금욕주의도 아니잖아요. 상식이지. 숙희를 미친듯이 수색하고 그녀를 발견하자 마자 마구 패는데 전 너무너무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비록 숙희가 전신마비인 그를 '겁탈?'하긴 했지만 그건 순전히 윤교수를 치유해주고 싶은 순진한 마음의 발로였거든요. 그걸 이해 못하고 그녀를 '자신을 더럽힌 종자'취급을 하다니. 고고한 척 깨끗한 척 할 때 이미 알아봤어야 하는 건지.
그런 주장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게 틀린말은 아닌데 이게 맥락을 보면 경우에 따라 이해가 충분히 되거든요. 영화를 보셔야 되는데 숙희의 무지와 순진함에 비해 윤교수의 폭력은 정당하기보다 지나치게 폭력적이었어요. 이 영화는 남녀를 치환해놓고 무기력한 상태에서 나의 윤리관에 반하여 관계를 당하는 사람의 심리를 묘사한 영화가 전혀 아니에요. 윤교수는 왜 그랬냐 불같이 화를 내면서 그녀를 겁탈함과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그렇고 그런 더러운 종자로 전락하고 말아요. 이건 나의 윤리관을 배반한 숙희, 그녀의 행위로 인한 트라우마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엔 엄청 조악하고요. 일단 영화를 보시는 걸로 ㅋㅋ.
여성보컬 목소리가 꽤 관능적이네요. 뭔가 베드씬 장면에 깔리는 음악 같기도 하고요.ㅋㅋ 이니그마 곡 중에 예전에 MTV에서 Beyond the Invisible 뮤비 나오면 채널 고정하고 넋놓고 봤었어요. 몽환적이고 아름답고 지금 들어도 좋네요. 이 곡이랑 Return to Innocence만 접해서 그런가 명상음악 그룹 이미지가 있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