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국회토론회 발표문입니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와 남북정상회담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판문점 선언 평가
1. 비핵화에 관해 구체적 언급이 없으나 이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트럼프의 공로를 우리가 가로채는 것이 부담스럽고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에 사용해야 할 카드를 우리에게 먼저 사용해버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그냥 추상적으로만 언급하리라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예측이었고 예측대로 되었음.
2. 북한의 비핵화의 진정성과 관련해서는 판문점 선언만으로는 확인할 방법이 없음. 그러나 빈 손으로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만큼 미국에 상당 수준의 선물을 안겨줄 정도 수준으로의 비핵화의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봐야 함.
3. 남북교류협력과 관련한 것은 화려한 말의 성찬이 있었지만 10.4선언과 비교해 특별히 많이 진전된 것은 없었음.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다 파격적 조치들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한국은 비핵화 조치 전에 적극적 남북교류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이고 북한 입장에서는 적극적 남북교류가 자신들의 체제를 위협한다는 전통적 입장에서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음.
4. 평화와 관련된 부분에서도 기대에는 많이 미치지 못 함. 장사정포 북쪽 이전 등과 같은 파격적 조치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역시 북한은 이후에 카드로 쓸 수 있는 것을 미리 다 써버리지 않으려는 태도가 강하고 한국 정부도 국제적 비핵화논의 이전에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모습이 부담스러워 보이는 듯.
다만 북한은 남북교류협력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시키기 어렵지만 평화 환경조성은 자신의 경제발전을 위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점차 파격적인 평화조치를 요구할 것이며 자신들도 파격적 조치들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됨.
5. '민족자주의 원칙'이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같은 것에 지나치게 의미부여할 필요 없음. '민족자주'는 그냥 의례적인 말일 뿐 남에서도 북에서도 구체적인 현실적 힘을 갖기 어려운 말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판문점에 설치하기 어려운 실무적 문제 때문에 개성에 설치하기로 한 것이 아닌가 추측됨.
북한 현대사
1945~1967 : 일반 사회주의 시기 (김일성보다는 노동당이 우위, 일반 사회주의의 모델을 대체로 따르는 편, 정치범 수용소도 있었지만 규모가 작고 통제가 가혹하지 않았음)
1967~1994 : 수령절대주의 시기 (노동당보다는 김일성이 우위에 서게 됨, 제왕적 1인독재, 전공학생을 제외하고는 마르크스나 레닌 등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념을 학습하는 것을 금지하고 오직 김일성, 김정일의 말과 글을 종교 기도문처럼 암송해야 함, 정치범수용소가 대폭 확대되고 탄압이 가혹해짐, 국가보위부 등의 각종 탄압기관이 확대강화됨)
1994~2009 : 사회주의 붕괴 시기 (배급제도의 붕괴, 계획경제의 몰락, 국영기업의 몰락, 국가교육제도와 국가보건제도의 붕괴, 공무원 부양의 실패, 부정부패의 폭발적 확대, 시장의 지위 확대)
2009~현재 : 개혁개방의 시기 (농업개혁, 광범한 영역에서 자영업이나 근로자를 고용한 소규모 기업 대폭 확대, 시장확대 및 보호, 시장 의존의 심화, 자본보호, 시장임금의 확대, 인력수출 확대, 외국자본 유치 노력, 하청기업 확대, 무역 확대, 외환에 대한 유연한 정책, 식료품이나 소규모 공산품이 아닌 주택 등 고가의 자산도 사실상 시장화)
북한개혁개방의 진정성
1. 농업개혁
2. 시장보호정책
3. 자본보호정책
4. 외부자본 유치의 진정성
5. 자영업과 소기업 자유화 확대
6. 시장가격
7. 시장임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본다면 지난 7~8년 동안의 북한의 정책에서 개혁개방의 진정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며 개혁개방의 길에서 후퇴하거나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음.
북핵 개발
핵무기 개발의 동기 : 남북한 GDP 격차가 40대 1인 조건에서 북한은 신형 무기를 사올 수 있는 돈도 없고 기술도 없음. 한국과 미국의 선의에 의존하는 것은 늘 미제와 남조선 일당의 침략성을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어오고 가르쳐온 북한 입장에서는 선택불가능한 길, 중국군을 북한에 주둔시켜 안보를 유지하는 것도 중국, 북한 모두 선택하기 어려움. 결국 북한 입장에서는 안보를 위해서는 핵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다른 선택이 없음.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까 : 북한은 불가침협정이니 평화협정이니 하는 글이나 말로 된 것을 별로 신뢰하지 않음. 자신 스스로가 그런 약속을 준수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자기들처럼 쉽게 그런 말과 글을 무시할 것이라고 봄. 따라서 핵무기와 ICBM만이 그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확신.
북한이 최소 30년 이상 온갖 희생을 치르면서 개발해온 핵무기인데 어느 날 갑자기 포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음. 미국의 군사적 위협이나 대북제재나 모두 별로 위협적이지 않으며 이런 것 때문에 북한이 국면전환을 시도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오해임. 북한의 핵경제병진노선은 확고하고 강력한 노선이며 핵전력을 완성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개혁개방을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제재해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것.
북한의 목적이 무엇인가 : 북한의 목적은 강대국이 되는 것이며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이 필수적이고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개혁개방이 필수적이라는 것에 대해 김정은과 지도부의 의견이 확고함. 안정적이고 강력한 개혁개방을 위해서는 핵무기와 평화와 제재해제가 필요함. 핵무기가 있어야 외부의 침공을 예방할 수 있고 GDP의 24%(남한은 2.4%)에 이르는 국방비를 줄일 수 있고 군병력을 줄일 수 있고 안심하고 개혁개방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핵무기 없이는 국방비나 군병력을 줄이기 어려움. 억지로 줄이려고 하더라도 군부의 반발이 매우 클 것. 국방비가 GDP의 24%나 되는 구조로는 정상적인 개혁개방이 어려움.
북한의 계획 : 핵실험 중단, 핵실험장 폐쇄, 핵불능화, ICBM불능화, 북한에 대한 광범한 사찰 등을 수용할 것으로 보임. 이미 만든 핵무기의 일부와 ICBM 전부를 양도할 수도 있음. 그러나 핵무기의 상당 부분과 몇 주 내에 바로 구하거나 만들기 어려운 ICBM의 핵심부품을 은닉할 것으로 예상. 미국과 이런 부분에서 의견이 불일치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결정적 증거를 찾는 것은 불가능. 북한은 핵무기를 군사기밀시설에 은닉할 필요없이 아무데나 은닉하더라도 이것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군사기밀시설을 미국에 공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사찰 과정에서 이런 부분도 갈등의 대상이 될 수 있음.
중국은 북한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한다면 핵무기의 은닉가능성과 상관없이 제재를 해제할 것으로 예상됨. 북한에 대한 제재의 90%는 중국이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이 제재를 해제한다면 북한경제는 바로 정상화됨.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이나 폭격을 하기 어려움. 북한이 많은 양보를 하고 많은 것을 수용하고 있는 조건에서 과거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도 없고 선택하기 어려운 길.
북한이 만의 하나 이미 만들어진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고 양도한다고 하더라도 국제사회는 북한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은닉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 따라서 북한은 핵무기가 1기도 없더라도 당간부, 군지휘관, 국제사회에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로 행세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음. 결국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든 김정은의 의도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봄.
한국 정부의 선택 :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를 용납할 수는 없지만 원칙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과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느냐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임. 북한의 핵보유에 대한 의지가 워낙 집요하기 때문에 전면전이 아니면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음. 한미간의 완벽한 공조가 되더라도 전면전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미국의 전면전에 대한 의지가 약하고 더구나 문재인정부가 미국의 전면전에 협조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함.
북한이 완전한 핵포기는 아니지만 상당한 양보를 한다면 북한의 개혁개방을 적극 도와야 하는지, 김정은이 주도하는 군축과 평화 드라이브에 맞장구를 쳐줘야 하는지 선택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