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3/29 16:31:51
Name   이슬먹고살죠
Subject   역체감이 심한 디지털 제품을 권하는 건 도덕적인가?
안녕하세요. 프로 월급도둑 이슬먹고살죠입니다.
오늘의 월급도둑질 주제는 "역체감이 심한 디지털 제품을 권하는 건 도덕적인가?" 입니다.

컴퓨터를 맞추는 데 있어서, 이 역체감이란 부분은 상당합니다.
특히 인간의 감각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입출력장치는 한번 좋은 제품을 사용해보면 나쁜 제품을 사용하기 어려워집니다.




#1.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제품을 살펴봅시다.

aRUKPRY.pngAfIcgTI.png

위 제품은 기계식키보드인 DECK hassium 108 pro white LED 입니다.
아래 제품은 같은 기계식키보드인 Corsair k70 LUX RGB 입니다.
깔끔한 마감과 반듯한 앞판(하우징이라 합니다), 다양한 색의 백라이트까지 지원하는 이러한 기계식 키보드 류는
특유의 타이핑 느낌(타건감이라 합니다)을 강점으로 기존에 있던 저가형 멤브레인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가고 있습니다.

바리에이션도 다양해서, 카랑카랑하고 눌리는 느낌이 확실한 청축, 가볍고 깔끔한 느낌의 적축, 청과 적의 중간인 적축, 무겁고 깔끔한 흑축 등 다양한 스위치로 유저들이 다양한 키감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게 하고 있죠.

여기에 더해서, 키캡을 입맛대로 바꿔 무지개빛, 파스텔빛 등 원하는 모양으로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즉, 훌륭한 마감+좋은 키감+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의 삼위일체로 키보드를 단순한 입력장치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제품군이죠.



0WFB2nE.png

언제까지 군부대에나 있는 저가형 멤브레인 키보드를 쓸 것이냐고 외치는 기계식 키보드들은 자신의 목적대로 사람들의 지갑을 열심히 열어제낍니다.
하지만 키보드라는 입력장치의 근본에서 바라볼 때, 198,000원짜리 덱키보드, 249,000원짜리 커세어키보드와 14,000원짜리 삼성 키보드는 사용자에게 동일한 가치를 제공합니다.

앞서 말한 몇 가지의 이유 때문에, 기계식 키보드를 접해본 사람은 잘만 사용했던 저가형 멤브레인 키보드를 사용하기가 힘들어집니다.
더이상 키보드에서 단순히 "입력"만을 바랄 수가 없어지는 거죠.

과연 문외한에게 기계식 키보드의 감성을 알려주는 행동은 "선진문물을 전달하는 좋은 행동" 일까요? 아니면 "모르면 상관없는 정보를 굳이 알려줘 지갑을 거덜내는 나쁜 행동" 일까요?

저는 이것을 "역체감의 마약"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마치 마약처럼, 한번이라도 경험하는 순간... 이른바 '보급형' 제품은(보급형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요) 사용하는 데 괜한 불편함이 생기거든요.





#2.

"역체감의 마약"은 키보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2017년 현재, 가격이 상당히 내려와서 부담되지 않는 선이 되었긴 했지만, SSD(Super speed disk) 또한 대표적인 "역체감의 마약"에 해당됩니다.
물론 드립이에요. SSD는 Solid state drive입니다


t1Bd5A8.png

위 사진은 대중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인 7200rpm으로 작동하는 WD BLUE 1TB HDD 입니다.
HDD(Hard disk drive) 가 좋아봐야 읽기/쓰기속도 150MB/s 가 나오는 반면에, SSD는 쓰기는 300MB/s, 읽기는 무려 400MB/s를 지원하게 됩니다.



I4lJDXa.jpg

위 사진은 마이크론 MX300 SSD입니다.
2.5인치밖에 안 되는 크기로 조립도 간편하며, 소음은 완전히 없고, 공정도 TLC NAND라는 보급형 공정인데도 읽기 400MB/s, 쓰기 300MB/s를 지원합니다.
가격도 충분히 감당 가능한 275GB 120,000원, 525GB 180,000원인데요.

여기서 기술은 또다시 발전해 읽기/쓰기 속도 600MB/s의 이론적 한계를 가진 SATA케이블을 벗어던지고, m.2 사이즈로 제작된 고급형 SSD가 등장하게 됩니다.


tastirD.png

100g도 안하는 작은 크기로, 읽기 3000MB/s, 쓰기 2500MB/s를 넘는 스펙을 보이는 삼성 960 PRO SSD입니다.
이 친구는 500GB가 44만원, 1TB가 77만원이라는 어마무시한 가격을 가지고 있긴 하나...

SATA선정리가 골치아팠던 사람들, 본체가 좀 더 깔끔하길 원하는 사람들, HDD가 들어가는 공간인 5.25베이를 완전히 제거하고 싶은 사람들, 복사 속도가 느려서 답답하던 사람들에게는 강력히 어필할 수 있는 '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인터넷은, 혹은 친구는 제게 이런 제품을 보여줘서 선택에 기로에 빠지게 하는 것일까요?




#3.

앞에까지는 장난에 불과했습니다. 대표적인 시각적 출력장치인 모니터가 남아있어요.
모니터에 관련된 "역체감의 마약"이 다른 항목보다 특출나게 위험한 이유는... 이 "마약"은 전염되기 때문입니다.
해상도와 주사율이 향상될수록 요구하는 CPU와 VGA, RAM의 성능도 높아지게 됩니다.

해상도에 대해 먼저 살펴보면...

FHD는 1920x1080 픽셀의 해상도입니다. QHD는 2560x1440 픽셀이고, UHD는 3440x2160 픽셀이죠.
FHD의 두배면적이 QHD, QHD의 두배면적이 UHD입니다.
모니터 크기가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선명도는 더욱 올라가게 되겠죠?
사람눈이 그렇게 정교하지가 않다면... 이 작은 사진으로 확인해보시죠.

EdagNUV.png

해상도는 "명백히 누구나" 다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해상도의 근원이 우리 시력 따지는거랑 다를게 없거든요.
당연히 높은 게 좋겠지만... 문제는 가격이겠죠.
27인치 FHD 모니터는 25만원꼴, QHD 모니터는 40만원꼴, UHD 모니터는 70만원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주제에 맞춰서 다시 한번 쉽게 표현해보면, "역체감의 마약" 때문에... 늘 쓰던 FHD가 뿌옇게 보이게 됩니다.

제가 QHD로 모니터를 바꾸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래픽카드를 GTX760에서 GTX1070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었습니다.
캠페인을 26번째로 정주행을 하고 있었는데, 제루스에 도착하니 캐리건이 팝핀을 하더라구요.
스타2 캠페인에서 옵션타협을 할 거면, 내가 왜 스타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저는 거금을 투자하고, 컴터를 업글하게 됩니다.
모니터란 녀석은 이렇게 혼자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다른 부품까지 끌어올리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4.

다 끝난것만 같았던 저의 컴퓨터 업글 연대기는, 모니터 주사율이라는 강적을 만나게 됩니다.
"G-Sync, 144Hz의 뛰어난 반응속도로 인풋렉에서 자유로워 지세요!"
뭔소린지는 몰라도, 왠지 있어보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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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US ROG SWIFT PG279Q라는 게이밍모니터입니다. 27인치 QHD에, 최대 주사율 160Hz, G-sync를 지원하죠.

100만원을 넘는 이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익스트림급 CPU와 VGA가 빠질 수 없습니다. 오버클럭한 RAM도 딸려오겠지요.


D73fnu4.png

그럼 뭐 이렇게 되는겁니다...

겪어본적은 없지만, 주사율이라는 요소도 역체감이 심하다고 하더군요. 주사율이 모니터 액정 너머로 저에게 체감시켜주기 어려운 것이라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오늘이었습니다.




#5.

어머나 어느새 네시입니다.

이제 월급도둑질을 그만 하고 글을 마무리해야겠어요.

밀린 유게도 마저 보고, 화장실에 설치할 방충망도 구입해야 하니까요. 아참 질게 답변은 필수겠죠?

끝.

사장님한테 안미안하냐구요? 그럼 많이 주던가



5
  • 춫천
  • ㅋㅋㅋ재미있네요.


오감이 간사하죠. 한번 올리면 내릴 순 없는.. 아 키보드 하나만 더 기계식으로 바꾸면 되는데..
파란아게하
십년넘게 썼던 17인치 모니터를, 얼마전 23인치 FHD 중고 모니터로 바꾼 저는 눈이 호강하고 있습니다. 화면이 두배가 됐어요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alchemist*
좋은 걸 전파하는건 선입니다. (엄근진)
ㅎㅎㅎㅎ;
Darwin4078
1줄요약 : 나만 죽을순 없지.
SSD가 벌써 그정도 가격까지 떨어졌나요...?
역시 속도가 무섭네요.
부러운아이즈
SSD를 슬쩍 super speed disk로 쓰시다니ㅋㅋ
여러분 속지마세요 SSD는 성심당의 약자입니다.
대전에서 유명하죠
기아트윈스
속을뻔 했네요. 꿀팁 감사.
풍운재기
성심당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저는 멤브레인 키보드만 사용합니다.
신문안사요
그래서 전 UHD모니터에 레알포스를 씁니다 마우스는 2만원...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아래는 일반화 시킬 수 없는,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키보드: 키보드 덕후까진 아니고 매니아 정도 되는데 이제 멤브레인 못 쓰겠습니다. 그건 맞아요. 다만 저는 직장에서 리얼이를 쓰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타인 배려를 위한 저소음 + 사두고 안 쓰면 러버돔 경화되니까 아까워서라도 쓰자 + 장기간 타이핑시 기계식보다도 덜한 피로감 등등의 이유 때문이지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급수 자체는 무접점 >>>>>> 기계식 >>>>>>>>... 더 보기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아래는 일반화 시킬 수 없는,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키보드: 키보드 덕후까진 아니고 매니아 정도 되는데 이제 멤브레인 못 쓰겠습니다. 그건 맞아요. 다만 저는 직장에서 리얼이를 쓰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타인 배려를 위한 저소음 + 사두고 안 쓰면 러버돔 경화되니까 아까워서라도 쓰자 + 장기간 타이핑시 기계식보다도 덜한 피로감 등등의 이유 때문이지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급수 자체는 무접점 >>>>>> 기계식 >>>>>>>>>>>>>>>>> 일반 멤브레인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기계식이 더 좋습니다.
ssd: 그저 ssd만 되면 뭐... 아직도 전 850 이보와 850 프로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레이드도 구성 안 하니...
모니터: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서 단순히 고해상도가 답이 아니더라구요. 워드나 문서 작업을 많이 하려면 무엇보다 도트 피치가 커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직까지도 27인치 fhd만 고집합니다. 어설프게 30인치대 qhd로 올라가봐야 게임이나 영화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논문 쓰려면 글씨 크기 작아져서 눈이 아프거든요. 뭐 hidpi 쓰면 안되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윈도의 hidpi는 맥 따라오려면 아직도 멀었고, 당장 병원 emr부터 지원을 안 합니다 (...). 이보다 더 큰 도트피치를 위해서라면 40인치 이상으로 가야 하는데 제 사무 공간에는 40인치를 도저히 놓을 수가 없으니... 뭐 글의 주제와 부합하게 적어보자면, 듀얼을 계속 써오다 보니까 듀얼 환경이나 단일이라도 21:9 제품이 아닌 일반 4:3/16:9/16:10 류의 단일 모니터로는 이제 작업이 어렵습니다 ㅎㅎ

어쨌든 도덕적입니다 +_+ 지름신이 오시면 뭐 질러야지요
모니터에 총알 한 150쯤 되면 뭘 지르고 싶으신가요? 안그래도 연구비가 애매하게 남아서 하나 지를까 싶은데.
선생님 이 댓글을 이제 봤는데, 저는 50만원 이하로 골라야 해서 델 p2717 샀습니다. 피벗도 되는 녀석 중에 가성비로 따져서 구했거든요
150까지 준다면 저는 더 큰 모니터 사기 전에 책상 + 의자부터 바꿀 듯 합니다 ㅎㅎ 참고로 34인치대에 21:9 모델들이 피치가 큰 편이에요
무적의청솔모
신기한 세상이네요. 저는 노트북에 ssd를 달아봤는데 5년이 넘어 골골대던 노인네가 갑자기 쌩쌩해져서 엄청 만족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ㅋㅋ 좋은 것 같이 쓰자는데 문제 없죠
타는저녁놀
888이 8만원 정도 하던 시절에... 번들 이어폰만 쓰다가 친구가 쓰는 888을 보고,
"이어폰 3천원이면 사는데 뭘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사냐. 얼마나 좋은지 한 번 들어볼게." 하고 5초만에 으... 지금은 휴대용 앰프까지 챙겨 가지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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