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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4/06 20:28:49 |
Name | 고양이카페 |
Subject | 당신을 배워요 |
저는 당신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어요. 어제는 뭘 했고, 오늘은 뭘 하고 있고, 내일은 뭘 하고 싶은지. 좋아하는건 뭔지. 하고싶은건 뭔지. 매일매일이 배움이고, 당신을 배워나가는건 내게 있어서 큰 기쁨이에요.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하는게 당신에게 꼬리가 달려있지는 않지만, 내게는 보이는 듯해요. 약속장소에 숨어있으면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 당신의 모습이, 그러다가 날 발견하면 이내 미소 가득짓고 내게 달려오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눈물나게 사랑스러워서 만나면 아무말도 못하고 안아버려요. 당신은 표정이 참 다양해요. 마주 앉아서 당신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줄 모르겠어요. 아직은 어렴풋이 밖에 모르겠지만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어요. 통화만 해도 당신이 무슨 얼굴을 하고 있을지, 얼굴은 찌푸리고 있을지, 얼굴 한가득 미소를 품고 있을지 머리 속에 떠올라요. 목소리만 들어도 당신이 보여요. 아, 지금도 당신이 떠올라요. 보고 싶어요. 당신은 이런 나를 알아가고 있나요. 당신이 두리번 거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숨어있는 나를. 마주 앉아 당신을 아무말 없이 웃음짓고 바라보는 나를. 목소리만 들어도 당신이 무얼 하고 있을지 생각하고,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이렇게 당신 생각 가득한 나를. 이렇게 너무도 알기 쉽게 당신에게 빠져버린 나를. 나는요. 당신에게는 가끔 존댓말을 하는게 편해요. 반말은 너무 쉬워요. 반말은 친구같아요. 난 종종 당신을 놀리는데 그거 때문에 당신과 내가 그저 이성친구처럼 흘러가기 바라지 않아요. 존댓말은 의연중에 당신을 배려하게 해요. 종종 느껴지게하는 거리감에 당신을 애태울수 있어요. 그래서 좋아요. 그래서 가끔 존댓말을 하는게 좋아요. 나는요. 더이상 거품낀 연애가 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이제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될 수 없어요. 학부생 때는 뭐든 할수 있었어요. 배우고 준비하면 새로운걸 향해 갈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난 달라요. 숨기고 가리고 바꾸려 노력할수 있어도 장담할수 없어요. 이미 많은걸 걸었어요. 하고 싶은게 많아요. 그래서 지금 보이는 내 길을 달려나가기 바빠요.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내가 갖춰나가는 것보다, 내 안에서 당신이 좋아하는걸 찾아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그러려고 하듯이. 나는요.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걸 보여줬어요. 내가 가진건 많지 않아요. 어디 사는지, 어디서 공부하는지, 뭘 먹고, 쉴때 뭘 하는지. 언제 일어나고, 언제 자는지. 밤늦게 당신을 만나러 멀리 떠날 만큼 당신을 보고 싶다는 것. 밤늦게 홀로 보내는걸 걱정한다는 것. 그래서 당신에게 줄수 있는건 지금 이 글이 마지막이에요. 내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거 말고는 더이상 새롭게 줄수 있는게 없어요. 나는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수는 없어요. 늘 좋은 모습만 보여줄수도 없어요. 가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줄지 몰라요. 가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줄지도 몰라요. 그래도 우리가 더욱 서로를 솔직하게 알아가길 바랬어요. 꾸밈없는 날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런 내 모습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길이 너무나 편해보여서. 마치 내 마음을 다 알아주는 표정을 짓고 있어서. 그게 너무 행복해서 나 어떻게 하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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