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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7/14 09:14:23
Name   Z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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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엠넷아 너무 나갔다: 아이돌학교


알림: 이 프로그램 후반부 절반밖에 보지 못해서 평가가 제한적임을 말씀드립니다. 다시보기를 하고 글을 올림이 원칙이나 일단 올리고 수정할 부분은 수정하겠습니다.

저는 탐라나 티타임에서 항상 엠넷발 예능 프로그램에는 어느 정도의 리스펙트를 해왔습니다. 재미없는 예능 (=오락) 프로그램은 맛없는 군것질과 같다는 평소지론에 따라 재미를 위해서라면 공익성이라던지, 약간 불편한 부분은 접어 줄 정도로 닳아있기도 하고, 재미없는 예능은 그 자체가 전파낭비이자 존재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프로듀스 101이나 지니어스 게임등은 원전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혹자들은 표절프로라고 폄하하지만, 전 최소한 이 정도의 '변형'을 한 프로그램은 오리지낼러티를 충분히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프로그램들이 많은 문제들을 일으켰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예능으로서의 효용이 부작용보단 낫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편집이라던지 만듬새라던지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이 결과물 하나를 만들기 위한 스탭들의 노력이 보인다는 점에서 엠넷을 위시한 CJ의 작가-피디 진의 노력과 연구정신은 높이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학교는 너무 나갔습니다. 기본적으로 후반부 만 본 입장에서 이 프로그램은 프로듀스 101 스핀오프+뷰티풀군바리 (진사?) 컨셉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익숙한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평가를 정당화 하고, 서열화를 합니다. 처음에 놀란건 국민프로듀서 대신에 '국민육성위원'이라는 말을 썼는데.. 말이 국민육성위원이지 사실 '국민이사장'이 적절한 용어겠으나 차마 쓰진 못했겠지요. 프로듀스 101이 인기를 큰 요소가 여러개가 있겠지만 저는 그 중에서 중요한 요소로 '갑질 대리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사여탈권을 시청자들에게 부여해서 그 동안 사회에서 을로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나의 선택권에 대한 얄팍한 당위로 '니들이 내앞에서 재롱떨어봐야지' 이런 마인드가 부지불식간에 시청자들에게 스며들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어느 순간 지나 팬과 아이돌관계가 되면 이 갑질은 무한 서포트로 변신하고 그런면에선 착한 갑질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박진영이나 양현석의 케이팝스타에서의 무책임한/계산적인 감탄사의 나열보단 실제적으로 아이돌에게 도움이 되거든요.

노래, 춤, 심지어 체력테스트까지 1등부터 41등을 뽑습니다. 뽑은 점수는 소숫점 1자리까지 나와서 화면에 나옵니다. 체력테스트는 2인1조 스퀏 및 개인 스퀏까지 하더군요. 그래서 전교1등을 뽑고 전교1등이 입학 선서를 합니다. 그러고 이 과정은 여과없이/ 서열은 정리되어 계속 시청자에게 제공됩니다. 시청자들은 문자러쉬로 실시간 등수를 올립니다. 여기까진 그렇다 칩시다. 매회 마지막에 순위발표를 '실시간으로' 밤 10시 30분을 넘겨서 10대가 상당수인 풀메이컵한 대상자들앞에 발표합니다. 카메라는 등수에 따른 참가자들의 표정을 훑습니다. 실시간 멘붕도, 시기도, 가식도 스쳐지나갑니다. 1등은 뿌듯하면서도 어떡하면 오만해 보이지 않을까 계산합니다. 그리곤 예의 그 폴더 인사로 국민육성회원 감사합니다로 마칩니다.

이 시스템아래에선 핑크핑크한 시대착오적인 색상 선택도, 뮤비의 물뿌리기, 교복도, 내무반 컨셉도 다 부차적입니다. 학교에서 서열을 매기는 것은 교육을 위함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서 서열을 매기는거고, 다르게 이야기 하면 그것 정도나 정당화 되는거죠. 서열을 매겨도 발표하는건 또다른 문제고요.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은 '봐라 열심히 안하니 등수 떨어지지' '쟤는 열심히 안할거면 왜 나왔냐?' 네 이 프로그램이 노리는건 시청자들을 이사장화/부모화 시키는 대리체험입니다. 그러니 못하는 애, 심지어 외모가 떨어지는 애에 대한 자신의 분노나 선택은 당연한거고, 결과는 노력안하는 사람이 온전히 짊어지고 가야한다는 거죠. 이거 원 지난 정부에 나왔어도 부들부들할 컨셉 아닙니까.. 아무리 수시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높다고 해도 이건 절래절래

이 프로의 타겟층은 급식층들입니다. 그리고 기획의도에 '아이돌 이렇게 힘드니 하지마라' 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리스펙하겠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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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엠다섯으로 바꿉시다.


곧내려갈게요
글만 봐도 출연자들 엄청 쫄릴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구밀복검
ㅋㅋ 대충 비슷한 생각입니다. 뭐 요즘 연예계 예능의 트렌드라는 생각도 들고...그 첨단에는 정치도 있겠죠. 내가 액션하면 미친년을 '직접' 목매달고 김기춘을 '직접' 아닥시키고 우리 이니를 '직접' 당선시킬 수 있다는, 행동과 피드백 사이의 밀접성이 인지되고 신뢰가 생기니 모두가 정치 전문가가 되었죠. 예능이든 정치든 뭐든 대중매체면 소비자를 '프로듀서'로 만들어주는 게 기본이 된 거 같습니다.
예 박근혜의 가장 큰 위업이 정치를 예능화 시키고 단편화 시켜서 새로운 수요자들을 정치판에 리크루트 시킨거죠. 그런 면에선 시대정신을 반영하는군요.
유리소년
와꾸는 정량화되어 돈으로 환산되고 와꾸가 안되면 돈이 안 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프로입니다.
할말은 많은데 이미 이것이 사회에서 묵시적인 합의가 된 것을 보면 말해 뭣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ㅇㄱㄹㅇ 타이틀곡 부터 '예쁘니까'죠
소노다 우미
아이돌은 저만의 아이돌이 가장 좋은데...
알료사
흠. 제가 이런쪽에 관심이 없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런걸 어찌 보고 있나요. 마지막에 말씀하신 '아이돌 이렇게 힘드니 하지마라' 메세지는 기획의도에는 없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느정도 비슷하게 전달될거 같아요. 그래도 아이돌 하고 싶다고 몰려든다면? 그건 그냥 고생 하라고 냅둬야죠 뭐.. 저 좋아서 한다는걸 어쩌겠습니까..
사시가 없어진 이 시대의 과거시험은 쇼미더머니와 아이돌방송입니다.
Beer Inside
쇼미더 마니는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름 부잣집 아들 베이식도 참가하게 만드는.....

베이식, 쇼미더 마니 우승 후 산부인과 학회에서 행사도 .....
곧내려갈게요
쇼미 나갈때도 부모님이 랩하는거 강력하게 반대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승 후에는 좀 바꼈나봐요...?
Beer Inside
비싼 미국 유학 보냈더니 랩한다고 하면 부모가 열받죠.

물론 쇼미 나가기 전에도 연예계에 정착하려고 노력은 많이 했다고 하더군요.
켈로그김
힙알못이 들어도 베이식이 렙을 잘하긴 잘하더라고요..;;
베이식이 부잣집 아들인가요?
쇼미 나왔을 때 직장 그만두고 다시 랩 시작한다는 식으로 사연팔이 할 때 보고 가정 유지는 어케 되나 싶었는데
Beer Inside
아버지는 교수, 어머니는 대략 주유소 10개 정도 가졌을겁니다.

베이식이 다닌 미국대학 대략 장학금 없으면 1년에 1억 정도 듭니다.
Dr.Pepper
몰랐는데 베이식 벱슨 나왔었군요.
뭐 원래 이 나라가 그렇고 사회가 그러니 방송도 따라가는..
벤젠 C6H6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를 좋아하고 내 평가에 따른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가시적으로 보이도록 되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호모 사피엔스의 성향을 자극하는 쪽으로 한국 사회가 진행하는 듯요.. 저야 이 흐름이 싫지만 여기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이 트렌드에 맞춰가야 하나 생각도 듭니다.
비문세절
본디 학교에서 서열을 매기는 것 자체도 별로 '교육'을 위해서는 아니었지요.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서 서열을 매기는 학교는 적어도 제가 보고 들은 중에는 없었습니다. 입시를 위해 서열을 매겼으면 매겼죠. pd가 서열화에 적절한 배경 소품을 찾을 때 떠오른 것이 학교인 것도 그런 경험에서 나온 상황이라 생각하고요.
Erzenico
토나오는 기획입니다
켈로그김
아이돌 이렇게 힘들다 ㅋㅋㅋㅋㅋ
엠넷 예능이니 첫화부터 정주행 할 생각이었는데요.
영상 클립만 살짝 보니 생각보다 재미가 덜한 것 같아서 보고 싶은 마음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ㅋ
저는 재미를 떠나서 제 딸하곤 도저히 같이 못보겠습니다. 미안해서.. 플듀 까진 봤는데..
커피최고
AKB48의 모조품인데, 그 주체가 연예기획사가 아니라 방송국이다보니 자극적인 면모가 더 드러나는 것 같네요. 유통업자들의 제조업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일회성이 짙다는 게 이웃나라와의 차이가 아닐런지
Bernardeschi
유통업자들의 제조업화 이마트잼
수성펜
대놓고 장을 만들어서 펼치는 교육 서열화에 대한 비판 프로그램인가봐요
우주견공
오디션 프로그램 극혐입니다. 음악이야 말로 개취인데 점수를 매겨서 순위로 평가한다는 것이 너무 싫네요.
특히 쇼미더머니는 보고있자면 정말 토악질 나올것 같슺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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