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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7/25 14:19:48
Name   기쁨평안
Subject   우리나라 예능 발전사에 대한 잡상 - 2
4. 버라이어티의 출현

그래서 예능은 다시한번 진화를 하는데, 홍보를 원하는 닳고 닳은 능수능란한 연예인들과 진정성있는 모습을 보고싶은 시청자들의 욕구가 맞딱뜨려지면서 "버라이어티"가 등장을 합니다. (물론 이것도 일본꺼 베낀거지만..)

"버라이어티" - 하나의 프로 안에 춤, 노래, 개그를 버무려 놓으면서도 인간적인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냅니다. (러브라인&경쟁구도 ) 그래서 시청자들은 '저건 방송이지만, 그래도 저 마음들은 진짜일꺼야' 라는 환상을 품게 만드는 거죠.(김종국 & 윤은혜를 비롯한 수많은 짝짓기 버라이어티, X맨 동거동락, 산장 어쩌구저쩌구)

그런데 이것도 "출연자의 진솔한 모습"이 점점 사라지면서 (주구장창 사랑하는 척 하지만 실제 연애는 안하는데 누가 믿어주겠어요) 버라이어티도 시들해지면서 처음으로 [리얼]이 앞에 붙게 됩니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등장한거죠. 기존 버라이어티는 제작진의 설정이 개입되었는데(이글아이는 항상 예쁜 여자 연예인을 부담스럽게 들이댄다. 누구는 항상 바람을 핀다. 하하는 항상 김종국을 흉내낸다. 등등)

그런 설정을 벗어비리고 실제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출연자간의 인간관계, 그리고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이벤트 속에서 "출연자의 진솔한 모습"을 보게 되는 거죠. 바로 [무리한 도전, 무모한 도전으로부터 이어지는 무한도전의 등장]입니다.

이런 예능의 발전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것이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형태들이 어떤 형식으로나마 계속 남아있게 되는데요. 과거 토크쇼부터 극한 체험, 러브라인 등등 모든게 섞이면서 이제는 한 두 단어로는 설명하기 힘든 형태가 등장합니다.

"리얼 야외 버라이어티" - 리얼 버라이어티를 야외에서 진행, 여행과 스포츠(속의 역경와 극복)를 담은 프로
(초기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슛돌이, 천하제일야구단, 우리동네 예체능)

"야외 버라이어티" - 진짜 리얼이 되다보니, 재미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패떳 참돔과 같은) "설정과 조작" 논란이 발생하자 아예 리얼을 빼고 야외 버라이어티로 전환 (무한도전 추격전류, 상황극류, 런닝맨)

"체험 버라이어티" - 야외 버라이어티와 다른 방향으로, 리얼함은 살리되 출연자의 미숙함과 성장 드라마를 통한 재미를 추구
(무한도전 장기미션류, 남자의 자격, 오빠밴드)

이 정도 되다보니 이제 "버라이어티"도 식상해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시청자들은 쓸데없는 건 됐고, 그냥 진솔한 모습만 보고 싶은 거죠. 그러면서 예능은 점점 "리얼 관찰'로 진화를 합니다.

진짜 리얼한 상황속에서 행동을 관찰하게 함으로써 관음증적인 대리만족과 재미를 추구하는 거죠.
물론 재미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리얼 관찰의 초기형태는 상황 조건을 매우 가혹하게 제시해서 예전의 가학 예능의 문법을 다시 도입합니다. 그래서 역경과 극복의 드라마를 의도하는 거죠.
이러다보니 예능감이 있는 출연진보다는 긍정적이고 의지가 강한 출연진이 선호되기 시작합니다.
(무한도전 가요제류, 정글의 법칙, 인간의 조건, 나혼자 산다, 진짜사나이)

이렇게 보면 참 무한도전은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예능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네요.

이 뒤의 예능은 점점더 뒤섞이면서 분류가 어렵지만 큰 흐름으로 정리를 하자면,

5. 다양성의 시대

꽃보다 할배/누나/청춘은 기본은 리얼 야외인데 최대한 할배/누님/친구들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기위해 관찰적인 입장을 표현했습니다. 거기에 처음에는 이서진/이승기의 고난을 부여했지만, 나중에는 굳이 필요없게 되어서 짐꾼은 빠졌죠.

아빠어디가는 기본이 리얼 야외 버라이어티인데, 아이들의 성장을 테마로 한 체험적 요소, 아빠-아이간의 관계를 숨어서 바라보는 관찰적 요소가 다 포함되어있는 형태입니다.

tvN의 "시간탐험대 렛츠고"는 리얼 관찰의 극단적 프로라고 생각합니다. 정규편성되면 인기는 많이 끌겠지만 상황조건이 너무 독해서 출연자들의 건강이 위험한 프로죠..극한 상황에서 방송임을 잊고 욕지거리를 내뱉게 만드는 상황, 거기서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사실 예능의 가장 극단에 섰던 프로라고 생각해요.

위의 시간탐험대 렛츠고는 육체의 한계를 부여했다면 지이어스는 정신력과 사회적응력의 한계를 부여한 프로라고 할 수 있네요.

6. 기존 연예 강자는 어디로?

이렇게 예능의 흐름이 '리얼 관찰"로 넘어가면서 기존 예능 강자에게도 위기가 오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에 대한 정보 노출을 극도로 꺼려오던 Big3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에게는 또다른 변신이 요구되고 있지요.
신동엽은 아예 스튜디오 토크로 전환한지 오래되면서, 더이상 최신 예능으로 들어오지는 않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형태의 프로만 하고 있죠.

아직까지 "버라이어티"에 머물러 있는 유재석은 과연 관찰의 영역 안으로 스스로 들어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사생활을 엿보도록 허락할까요? 그러기엔 유재석은 스스로를 통제하는 경향이 너무 강해서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무한도전 군대특집이 그런 경향이 있지요. 그냥 다 열심히 잘해버리는 사람은 재미가 없죠.
어떻게 보면 유재석은 가장 큰 위기를 눈 앞에 두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것을 돌파하려면 유재석은 지금까지의 반듯한 모습을 깨고, 악역을 좀 맡아야 합니다.
그것을 예전의 깐족거림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는데, 글쎄요. 리얼관찰의 영역에서도 그것이 가능할런지는 잘 모르겠네요.

강호동은 완전히 재기를 한 걸로 보입니다. 그 기반에는 신서유기를 통해 보다 리얼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 큰 역할을 한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어리숙함, 약함, 시대에 뒤떨어짐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어요.
기존의 강력한 힘과 억압적인 모습은 아는 형님에서 민경훈과 김희철을 통해 수그리고 들어가면서 점차 편안해지고 있는 거에요.
저는 예전에 강호동이 재기하려면 집짓는 것 처럼 엄청 힘든 일을 하고, 후배들이 막 대들고 그러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봤는데,
힘든 역경마저 한끼 줍쇼에서 하면서 가장 완벽하게 적응이 (반 강제적으로)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경규옹이야 뭐...끝없이 가는 진정한 황제죠. 이경규는 새로운 시대의 아버지상입니다. (기존에는 전원일기 최불암)
무뚝뚝하고 안하무인격이고 거칠지만, 그 속에 아픔도 많고 좌절도 많고, 먹고 사느라 잃어버린 꿈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든 이루려고 애쓰고(영화)
그런 역경과 고난속에도 통찰이 빛나고 있어요. 항상 빼지도 않습니다. 힘든 일을 해야하는 순간이 있으면 오히려 과감하게 몸을 던지죠
(남자의 자격 마라톤 하프 완주, 다이어트, 정글의 법칙 출연, 한끼 줍쇼 일본 편 등)

앞으로 이경규의 시대는 계속되리라 봅니다. 영화만 안 망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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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두서없이 예능에 대해 잡상을 적어보았습니다.
제가 견문이 짧아 놓친 부분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모쪼록 댓글을 통해 더 많은 논의가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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