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5/30 08:19:03
Name   DEICIDE
Subject   살아오며 가장 부끄러운 일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저에 대해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모르는 분들도 있을것이기에 홍차넷에 가입인사겸 제 잘못을 돌아보는 글로 자기소개를 할까 합니다.

저는 pgr에서 아이디 중복가입으로 이중이 짓을 하다가 발각되어 도망치듯 사이트를 떠난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pgr은 참 소중한 곳이었고 그곳에서 많은 것을 얻고 또 주고싶은 곳이었는데, 제가 그 모든것을 스스로 불구덩이에 밀어넣어 버렸죠.

제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일입니다. 하나의 인터넷 사이트이지만, 저의 정체성과 인격이 깊이 담겨있던 곳이었고, 제 추함의 밑바닥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이중이짓에 대해서 더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PGR에 가입한건 정말 오래되었지만, 이중이짓을 시작하고 발각되어 탈퇴까지는 불과 한두달 남짓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닉네임을 졸렬로 지은것도 제 졸렬한 인격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렇게 키배를 즐기는 성향은 아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시돋힌 말에 대해 가시돋힌 말로 반박하고 싶었고, 그러기에는 오랜시간 함께해왔던 알량한 제 이미지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게 제가 이중이짓을 한 밑바닥 이유였죠.

가면을 바꿔가며 활동하는건 사실 재미있었습니다. 아마 본닉으로 댓글을 달고 세컨으로 지지댓글을 다는 추한짓도 했던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또 너무 티는 내지 말아야지 하는 교활함도 있었죠. 그리고 오랜시간의 경험에 비추어 규정을 줄타기하며 가시돋친 말을 세컨닉으로 쏟아냈죠. 그러다보니 새 닉네임으로는 벌점도 꽤 받았어요. 하지만 그게 오래가지는 못할거라는걸 알았어야 했죠.

발각되는 순간은 제 온몸에서 식은땀이 쏟아져내렸고 저는 더 생각할 틈도 없이 황급히 탈퇴단추를 눌렀죠. 처음 생각한건 현실부정이었습니다. 이런 사이트 따위 탈퇴하면 그만이지 뭐. 신경쓰지마.
하지만 이미 제 스스로 제 인격의 추한 몰골을 확인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저는 정말 몹시도 괴로웠고, 잠못들고 부끄러움에 몸서리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내가 그 번지르르한 가면을 쓰고있었지만 이정도밖에 안되는 인간이구나 해서요.

공교롭게도 그 때, 그 죄스런 마음을 누구에게라도 사과하고 싶어, 이미 탈퇴해서 pgr에 글은 쓸 수 없고, 운영진 한 분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메일을 드렸던게 Toby님이었네요. 별 말 없이 제 앞날에 좋은일 있기를 기원해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나마, 그 한사람에게라도 한 사과가 제게는 조금이나마 양심의 가책을 덜수 있었던 일이었습이다.
Pgr에 언제 한번은 사과해야겠다. 무서운 조롱이 쏟아질수도 있겠지만 매듭은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채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사실 솔직히 고백하면 최근 다시 pgr을 가입해서 조용히 활동하고 있긴 합니다. 그 향수를 못잊고, 결국 또다른 가면을 쓰고 말이죠.  그래서 홍차넷이 생긴것도 알 수 있었던거죠. 하지만, 이 곳이 생긴것을 안 이상 조만간 탈퇴할 생각입니다. 더 이상 속이는 짓은 못할 짓이겠더라고요.

홍차넷에 가입하며 이 글을 쓰는 심정은 복잡하기도 하고 오묘하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pgr에 계시던 분들이므로 사과하고 싶고, 그럼에도 여기는 pgr이 아니므로 비겁해보이기도 하네요. 부족한 저에게는 그나마 고백과 술회를 할수있는 적당한 장소인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당시에 pgr에서 물의를 빚었던 일에 대해, 그곳에 계셨던 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제가 이 닉네임을 달고있는한 그 추한일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새로 시작하는 이 곳에서, 저도 조금은 더 진솔한 얼굴로 정직하게 제 자신을 마주하고 싶어 이러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홍차넷의 번영을 기원하며, 다들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1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23 IT/컴퓨터인공지능, 고용 없는 성장 19 kpark 15/10/23 11465 1
    3708 의료/건강니코틴과 히로뽕 이야기 5 모모스 16/09/15 11451 6
    60 기타살아오며 가장 부끄러운 일에 대하여 29 DEICIDE 15/05/30 11448 14
    667 요리/음식연인 혹은 아내에게 선물하기 좋은 의미를 가진 와인(~3만원이하) 24 마르코폴로 15/07/27 11441 0
    277 기타한인 천재소녀는 진짜인가 37 Azurespace 15/06/09 11435 0
    192 기타어제 있었던 "메르스 확산, 어떻게 막을 것인가?" 에 대한 토론 전문입니다.(스압) 2 아나키 15/06/03 11433 0
    262 기타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게임 Best 5 12 김치찌개 15/06/08 11412 0
    1027 일상/생각분탕질이란 단어에 대한 생각 20 王天君 15/09/18 11402 0
    709 IT/컴퓨터컴퓨터 파일 관리 어떻게 하시나요? 12 한아 15/08/03 11401 0
    2808 의료/건강정맥주사라인 잡기 이야기 21 원하 16/05/14 11400 0
    1736 IT/컴퓨터막귀 입장에서 써보는 5만원 이하 스피커 사용기 21 전크리넥스만써요 15/12/09 11377 2
    1426 꿀팁/강좌통계, 그 바이어스의 가면을 벗겨보자 28 눈부심 15/11/02 11358 1
    1488 음악Janis Ian -Stars 6 새의선물 15/11/07 11351 0
    562 역사피맛골, 사라진 골목에 대한 아쉬움 18 마르코폴로 15/07/10 11319 0
    335 기타쥬라기 월드의 흥행에 적어보는 공룡이야기....왜 새가 공룡의 후예인가 13 개평3냥 15/06/15 11302 0
    5950 기타필름포장지 이야기 18 헬리제의우울 17/07/14 11301 15
    1376 요리/음식라면 41 헬리제의우울 15/10/29 11294 25
    1428 기타베이즈 정리, 몬티홀의 문제, 삶과 죽음의 확률 25 Beer Inside 15/11/02 11274 7
    1669 역사러시아에서 푸틴의 인기에 대하여... 9 조홍 15/11/30 11273 6
    1133 경제한국형 시장경제체제 6 MANAGYST 15/09/30 11267 1
    1414 음악Halloween을 맞이하여 Helloween을 소개합니다. 24 맥주만땅 15/11/01 11265 0
    1712 문화/예술니 꺼는 내 꺼, 땡큐 18 눈부심 15/12/05 11262 1
    7035 IT/컴퓨터딥러닝으로 만든 유인나 오디오북 10 Toby 18/02/02 11257 1
    1375 영화우리 2017년에 만나요...가능하면 말이죠... 17 Neandertal 15/10/29 11256 0
    1265 영화킹콩 : 원숭이만이 이해할 수 있는 위대함(스포일러) 2 구밀복검 15/10/15 11251 9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