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7/22 19:06:23
Name   마르코폴로
Subject   한일관계보다 더 심각한 중국과 몽골의 관계
몽골어에는 중국인을 지칭하는 '호자'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말은 원래 화교를 나타내는 말이었는데 현대 몽골어에서 중국인을 비하하는 단어로 고정되었습니다.(가게 주인을 나타내는 '장궤'가 짜장면과 결합되면서 '짱깨'가 된 것과 비슷합니다.) 최근 중국과 몽골간의 경제교류가 확대되면서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반중정서는 몽골인에게 뿌리 깊게 박혀있습니다. 같은 몽골족이라도 내몽골인의 경우 중국의 혼혈아 쯤으로 비하하는 것을 보면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들이 그렇듯이 몽골과 중국의 관계도 과거부터 원만치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양국의 불편한 관계는 유목민과 농경민의 관계로 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하니 그 뿌리가 더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통념 속에서는 만리장성이 유목민들의 침략을 막기 위한 방벽이라 여겨지지만 최근 연구 결과, 장성은 남방 농경민들이 초원에 유목민들을 몰아내고 통제하기 위해 쌓은 침략의 상징물이라고 합니다. 이는 만리장성 남북의 생태환경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장성 남북에는 지금도 초원이 펼쳐져 있고, 이 곳이 원래 유목민들이 살던 터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초원으로 들어가 인위적으로 농경민들이 장막을 쳤고 그로인해 두 집단은 만리장성을 사이에 두고 수 천 년간 공방을 거듭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한과 흉노의 대립부터 시작해서 역사적으로 원대 한인들은 몽골인들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았고, 청대 몽골인들은 중원왕조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원대를 민족이 통합된 위대한 중화왕조로 가르치고 있지만, 원래 중국인들에게 원 지배기는 야만인들에 의하여 중화가 유린된 치욕의 시대로 평가되었습니다. 청대의 경우 엄밀히 말하자면 한족이 몽골족을 직접 지배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양국간의 인식은 이 시기에  기원하고 있습니다.

청 지배 초기에는 한인들의 이주를 엄격히 금지한 반면 후기로 갈수록 인위적인 통제정책이 힘을 잃게 되고 많은 한인들이 장성 너머로 이주하게 됩니다. 이주한 한인들의 대다수는 농경민이었기에 몽골사회에서도 이들 한인들은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목초지 개간에 의해서 유목생활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 것이지요. 이는 유목민과 농경민 간의 갈등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여기에 한족상인들과 고리대금업자들이 현지에서 거주하고 있던 유목민들을 수탈하면서 몽골 각지에서 반청 투쟁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목민의 삶터를 강탈하는 중국인에 대한 나쁜 인식이 만들어졌고 그 인식 틀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1911년 몽골은 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중화민국이 청의 계승자임을 자청하면서 성립되고 몽골에 대한 종주권을 주장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역대 중국정부는 장제스의 국민당정부가 2차대전 이후 강대국들의 압력으로 몽골의 독립을 수용할 때까지 몽골의 독립을 부정합니다. 그리고 신중국 성립 이후 소련의 중재로 1950년이 되어서야 몽골과 국교를 수립하게 됩니다. 문제는 중국이 이 후로도 일관되게 몽골을 자국 영토로 편입시키려 해왔다는 점입니다. 이런 중국의 입장은 지속적으로 몽골을 자극해왔고 5,60년대 중소 대립시기에 몽골이 소련군의 주둔을 받아들이게 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후 중국과 몽골간의 외교관계가 단절되는 등 최악의 관계로 치닫게 됩니다.

1980년대 중반 중 소 관계가 개선되고 1989년 소련군이 몽골에서 철수하면서 중국과 몽골, 양국간의 관계개선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1994년에 우호협정을 체결하고 2011년에는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서명함으로써 현재까지 가장 높은 단계의 외교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은 몽골의 제1의 수출대상국이자 교역국으로 몽골경제를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국가가 됩니다. 현재 몽골의 주요 수출상품인 광물자원의 80%이상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몽골 국내의 광산개발에는 중국의 자금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몽골에 방문하여 양국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에 대한 협약도 체결합니다. 그러나 이런 경제교류 확대가 몽골의 독립된 주권에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단 중국 국내에서 몽골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 지고 있고 이로인해 외교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고 천명하고 있지만 자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느끼는 몽골인들은 중국내의 이러한 주장들을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몽골의 경제, 안보 분야의 전문가들은 중국의 몽골로의 경제적 진출이 향후 몽골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고, 몽골에 대한 점진적인 흡수로 이어질 수 도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을 정돕니다. 실제로 지금도 중국인들은 몽골을 자국의 속방정도로 인식하고 결국 통합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컨데 중국인들에게 칭기즈칸에 대해 묻는다면 몽골인들이 중국의 소수민족이기때문에 칭기즈칸은 중국인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이러한 이유때문인지 1990년대 경제 개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에 대한 몽골인들의 부정적인 정서는 지금도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13 기타Rainymood란 싸이트를 아시나요? 20 하늘깃 15/07/18 5746 0
    614 기타심심할땐 장기 묘수풀이 한판 하세요. (댓글에 해답있음) 15 위솝 15/07/18 6124 0
    615 기타DNA를 사용해서 범인을 검거한 최초의 사례... 10 Neandertal 15/07/18 8728 0
    616 정치국정원 직원 자살 소식입니다. 22 천무덕 15/07/18 7092 0
    617 일상/생각정직하게, 지킬 거 다 지키고 살면 등신. 44 realise 15/07/19 7112 0
    618 일상/생각'여야택시' 재미있게 봤네요 6 DEICIDE 15/07/20 5877 0
    619 댓글잠금 정치매우 작은 샘플 경험, 김어준 23 눈부심 15/07/20 8029 0
    621 문화/예술내가 드래곤볼의 셀 편을 안좋아하는 이유 32 王天君 15/07/20 24897 0
    622 정치세상은 놀라운 법들로 가득해 - 인성교육진흥법 18 Beer Inside 15/07/20 6159 0
    623 생활체육전창진 감독 구속영장 방침 9 솔지은 15/07/21 6224 0
    624 일상/생각[나기홍석3탄]김풍, 김영만, 백종원, 그리고 아재. 20 난커피가더좋아 15/07/21 6244 0
    625 정치'농약 사이다' 피의자 수상한 행적…영장에서 낱낱이 드러나 6 블랙자몽 15/07/21 5663 0
    626 경제여러분의 국민연금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11 케토톱 15/07/21 6153 0
    627 정치안철수가 국정원에 제출 요청한 30개 자료 목록 10 성큰이글스 15/07/21 4946 0
    628 요리/음식콩국수, 서민음식과 양반음식의 하이브리드 33 마르코폴로 15/07/21 8319 0
    629 영화다시 만들었으면 좋을 것 같은 할리우드 영화 3편... 34 Neandertal 15/07/21 6773 0
    630 생활체육프로축구가 매일 경기 못하는 이유.txt 18 표절작곡가 15/07/22 6827 0
    631 경제그리스 위기 즈음에 돌아보는 한국의 IMF(최종편) 17 난커피가더좋아 15/07/22 7083 0
    632 역사한일관계보다 더 심각한 중국과 몽골의 관계 10 마르코폴로 15/07/22 12642 1
    633 일상/생각그냥 12 어느 멋진 날 15/07/22 5103 0
    634 영화아마추어 심리학 팬 입장에서 본 [인사이드 아웃] 17 삼공파일 15/07/22 9071 0
    635 정치안철수 의원이 국정원장을 오늘 검찰에 고발 한다는군요. 11 Toby 15/07/23 6997 0
    636 정치경찰 "녹색번호판 마티즈 재연 실험... CCTV선 흰색으로 12 블랙이글 15/07/23 7653 0
    637 기타백종원씨 부친, 성추행 혐의 8 난커피가더좋아 15/07/23 5309 0
    638 문화/예술일본 만화 속 미인과 현실 속 한국 미인 포개어보기 15 王天君 15/07/23 3216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